
광산구 의회 의장 선거 파행 … ’담합이다‘ ’기초의회 독립성 뭉갰다‘ 논란 확산[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광주광역시 광산구의회 의원들은 요즘 ‘내가 이러려고 구의원을 했나?’ ‘내가 과연 주민의 대표인가?’ 라는 상실감을 지인들에게 토로한다고 한다. 최근 며칠 동안 겪은 일들이 안긴 자존심의 상처가 자괴감을 느낄 정도로 심각했기 때문이다.
광산구의회는 지난 15일 구의회 의장 선거를 치렀다. 좀 특이한 한 것은 지역위원회에서 선거를 주관한 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당에서 선거를 치른 점이다. 당연히 투표의 관리·감독 권한이 시당에 주어진 전례 없는 일이었다.
투표 결과는 이귀순 의원과 이영훈 의원의 치열한 접전이었다. 결과는 7:7 동점. 연장자 우선 규정에 따라 이영훈 의장이 제9대 구의회 의장에 당선됐다. 그러나 이영훈 의장은 당선의 기쁨을 만끽할 수 없었다. 경합 후보로부터 투표과정의 불공정 문제가 제기돼 파란이 일면서 투표 결과를 지금까지 공식 발표할 수도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기된 문제는 투표 담합. 이영훈 후보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기표용지의 날인 위치까지를 지정하며 지지표를 지킨 담합투표가 이뤄졌다는 게 참관인의 이의제기였다. 참관인은 이를 민형배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산을)에게 보고했고, 민 의원은 곧바로 참관인 입회하에 기표용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광산구 의원들은 우선 민 의원의 이 같은 행위가 당의 적법한 기표 확인 공식 절차를 거치지 않은 비밀투표 원칙을 훼손한 행위라며 불쾌해하고 있다. 또 이영훈 후보 측 의원들은 "의장 선거에서 당파적 편가름과 지지후보를 지키기 위한 암묵적 담합은 관행화되다시피 한 정치행위이며, 상대 후보 또한 과연 담합이 없었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태는 여기서 마무리되지 않았다. 투표일 이틀 후인 6월 17일 광산갑·을 지역위원회가 소집한 구의원 총회에서 다시 이 문제가 거론됐으며, 이 자리에서 구의원들은 "투표에 문제가 있다면 당이 공식 공문으로 이의를 제기해달라"고 공식적인 절차를 주문했다. 의원들은 이후 진행된 상황들을 봤을 때 "이러한 자신들의 요구가 마치 해당행위처럼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구의원들의 우려는 사실로 드러났다. 6월 19일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시당위원장(광주 서구 갑)은 광산구 의원 전원 회의를 시당에 소집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구의원들은 "자신들이 무슨 큰 중죄를 저지른 사람인 양 해명할 말 한마디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송 위원장의 고성과 삿대질을 고스란히 뒤집어써야 했다"고 밝히며 "평소 입으로는 자치분권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하던 송 의원이 구의원들을 대하는 고압적인 태도에 당혹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훈시에 다를 바 없는 얘기를 마친 송 위원장은 그 자리에서 교황식 선출 시스템을 방법으로 제시하며 재투표를 요구했다. 재투표에 관련된 당헌 당규를 따질 겨를도 틈도 허용되지 않았다.
당시 자리에 있던 광산구 의원들은 이렇게 재투표가 진행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이번 투표의 결과는 일단 봉인하고 구의회에 사태 해결을 일임해달라고 요구, 송 위원장은 이를 수용한 후 이영훈 후보를 지지했던 7인의 의원들을 따로 만나자는 제안을 했다.
이번 광산구의회 제9대 의장 선거 결과가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송 위원장과 해당 지역위원회 국회의원들이 투표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근거로 투표결과를 원천무효화할지, 결과를 인정할지는 차후 송 위원장과 구 의원들의 후속 대화의 자리에서 결론이 날 전망이다.
전 기초의회 의장을 지낸 A씨는 "겉으로 드러난 명분과는 달리 기초의회 의장 선거는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내 편이었느냐, 내 적의 편이었느냐"는 캠프 진영 간의 폭력적인 논리가 활개를 친다"고 지적하며 "풀뿌리 자치라는 시민 민주주의의 요람을 흔드는 검은 손이 사실은 지역의 국회의원들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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