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전격 보류했다. 한반도 정세가 새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예상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북한에 어떤 메시지를 발신할지 주목된다. /청와대 제공 |
한국전쟁 70주년 北 메시지 발신할 듯…소통 강조 예상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하면서 파국으로 치닫던 남북관계와 한반도 긴장 상태는 한고비를 넘기게 됐다. 6·25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이 전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를 주재하고, 총참모부의 대남 군사행동 계획의 실제 이행을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보류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북한은 불과 이틀 전 비무장지대(DMZ) 북측지역 일대에 대남 확성기를 재설치하고 대남 전단 살포를 예고하는 등 대남 심리전에 나설 것처럼 했다. 지난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에 이어 사실상 4·27 판문점선언을 파기하는 등 행보를 보였다.
지난 4일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강하게 반발하며 시작된 북한의 대남 비방 및 군사 압박은 당분간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위원장의 '결단' 이후 북한은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는 것으로 관측돼 남북 긴장 국면에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정책 전환과 관련해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는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남측에 분명하게 전달했고 한국 정부도 이번 기회에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강력히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라며 "북한은 일정한 실익을 거뒀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 센터장은 "더 멀리 나아가면, 북한은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남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 재개는 국제사회에서 김 위원장의 이미지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고 미국의 전략자산이 수시로 한반도에 전개된다면 북한의 피로도가 가중될 것이라는 이유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 결정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북한의 의도와 배경을 정밀 분석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 등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당국을 비방했을 때 반응을 자제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일단 북한이 대남 강경 노선을 선회한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한반도 정세는 아직 불투명하다. 23일 탈북민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하는 등 다시 한반도 긴장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도 한국 정부의 태도를 살피며 향후 대남 공세를 결정할 수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3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7기 5차 회의 예비회의를 주재하고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는 남북관계가 한고비를 넘겼다. /임세준 기자 |
때문에 문 대통령이 6·25 전쟁 70주년 메시지를 통해 북한과 관련한 메시지를 낼지 주목된다. 최근 한반도 정세가 불확실하다는 점과 70년 전 동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진 날이라는 측면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대북 메시지를 발신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 지속적인 '소통'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 9일 청와대 핫라인과 군 통신선을 포함해 남북 사이 모든 연락선을 끊었다. 또 한국 정부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북특사 파견을 비공개로 제의했지만 일방적으로 공개하며 거부했던 사례도 있다.
대화 단절은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걸림돌이다. 문 대통령은 15일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에 "남과 북이 직면한 불편하고 어려운 문제들은 소통과 협력으로 풀어나가기를 바란다"고 대화를 제의한 바 있다.
또 대북전단 살포에 대응하는 조치에 따라 사실상 파기된 판문점 선언과 9·19 남북군사합의 준수 필요성을 언급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통신선 차단, 연락사무소 폭파 등 선을 넘는 조치를 감행하면서 남북관계가 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하며 사실상 남북관계의 활로를 열어준 만큼 문 대통령은 직접 김 위원장에게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도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 협력을 언급하는 수준을 넘어 대화 제의나 달래기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한반도 정세를 획기적으로 전환하고자 했던 김 위원장의 노력을 나는 잘 알고 있다"며 "기대만큼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나 또한 아쉬움이 매우 크다"고 했다.
shincomb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