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복당 깜깜이' 속 통합당 '훈수 정치' 지속
입력: 2020.06.24 05:00 / 수정: 2020.06.24 05:00
자유한국당 대표를 지낸 홍준표 의원(왼쪽)의 장외 훈수 정치가 이어지고 있다. 차기 대권이 정치적 목적지인 홍 의원은 이른 복당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통합당을 우리 당이라고 지칭하면서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 9일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21대 국회 개원 기념 특별강연에 참석한 홍 의원, 권성동 무소속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남윤호 기자
자유한국당 대표를 지낸 홍준표 의원(왼쪽)의 장외 '훈수 정치'가 이어지고 있다. 차기 대권이 정치적 목적지인 홍 의원은 이른 복당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통합당을 '우리 당'이라고 지칭하면서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 9일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21대 국회 개원 기념 특별강연에 참석한 홍 의원, 권성동 무소속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남윤호 기자

통합당 주요 현안에 잇단 논평…장외서 존재감 발휘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홍준표·권성동·윤상현·김태호 의원 등 무소속 중진 의원들의 복당에 대해 "지금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현 통합당) 대표를 지낸 홍 의원의 장외 '훈수 정치'가 이어지고 있다.

홍 의원은 통합당을 '우리 당'이라고 표현하면서 당의 주요 현안에 대해 때로는 동조하고, 때로는 날 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다른 통합당 출신 무소속 중진 의원들이 조용히(?) 복당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홍 의원은 지난 22일 김 비대위원장의 당명 변경 발언에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참 적절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처음 우리 당의 당명을 '미통당'으로 한다고 했을 때 나는 하필 왜 미통당이냐고 반문한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미통이란 법조에서는 미결통산(未決通算)의 약자로 형사 판결을 선고하면서 판결문마다 미결통산 일수 며칠이라고 표기할 때 쓰는 용어로 구속기소 된 피고인이 미결수로 있을 때 복역한 날짜를 본형(本刑)에 산입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고 덧붙였다.

미통당이라는 당명은 통합당 인사들이 구속기소 된 피고인이 된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할 수 있어 부적절했다는 설명이다.

같은 날 홍 의원은 김 비대위원장과 통합당 대다수 의원이 주장하는 '18개 상임위원장 모두 민주당에 내주자'는 주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TV홍카콜라를 통해 책임정치 구현 차원에서 총선에서 과반수를 넘기는 정당이 미국처럼 모든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는 것으로 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며 "그렇게 하려면 총선 전 여야가 이를 합의하고, 국회 결정도 지금의 소위 선진화법처럼 5분의 3 결정이 아닌 과반수로 결정하는 국회법 개정이 다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고 했다.

또한 홍 의원은 "전례에 어긋나게 일방적으로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이 되었고 야당이 전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라고 한 마당에 굳이 나눠 먹기 상임위 배분에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라며 "이참에 책임정치 구현 차원에서 새롭게 국회법을 바꾸고 과반수를 넘긴 정당에게 모든 책임을 지게 하는 전통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홍 의원과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21대 국회 개원 기념 특별강연에 참석해 대화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홍 의원과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21대 국회 개원 기념 특별강연에 참석해 대화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앞서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이 박병석 국회의장과 손잡고 법제사법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한 다음 날에는 "유례가 없는 국회 폭거를 당한 것은 민주당의 오만에서 비롯됐지만, 근본적 원인은 야당이 깔 보였고 야당이 무기력했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당시 그는 "앞으로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협상하는 척만 하고 종국에 가서는 자기들 마음대로 하는 일당 독주 국회를 만들 것이다. 야당 인사들은 강한 야당으로 거듭나는 길만이 살길이라는 것을 숙지하고 잘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 의원의 훈수 정치의 대상은 통합당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여당을 향해서도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북한의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선 "대북정책 수립의 기본 전제는 김정은 정권의 본질을 바로 보고 접근하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이나 좌파들처럼 낭만적 민족주의나 우리민족끼리라는 비현실적인 인식 바탕 아래선 언제나 김정은 정권의 이용물이 될 뿐이다. 김정은 정권의 본질은 김일성 봉건 왕조의 영원한 체제 구축에 있고 이것을 양해하는 대북정책은 반민족, 반인권, 반인륜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대북정책을 수립할 때는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을 분리해 대처하고 수립해야 한다"며 "김일성 왕조가 동구권 자유화의 바람으로 루마니아 차우세스코 왕조처럼 일시에 무너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나. 끝없는 북한 자유화에 대한 인내만이 우리가 이기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의 페이스북을 통한 훈수 정치는 '차기 대권'이 정치적 목적지인 그가 이른 시일 내 복당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장외에서 존재감을 유지하면서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기 위한 발판을 다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 의원은 최근 대선을 400미터 허들 경기에 비유하면서 "트랙 위에 설치된 10개의 허들을 넘어서 1등으로 안착해야 승리할 수 있는 게임이 대선 게임"이라며 "총선을 시작으로 대선 허들 경기는 시작됐고, 좌파 정권의 나라 허물기에 대항해 다시 뛰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선 지금부터 우리가 신발 끈을 다시 꽉 조여 매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이 당권을 쥐고 있는 한 홍 의원의 통합당 복당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 비대위원장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 참석해 6.25 참전용사들과 함께 경례를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이 당권을 쥐고 있는 한 홍 의원의 통합당 복당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 비대위원장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 참석해 6.25 참전용사들과 함께 경례를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다만 김 비대위원장이 당권을 쥐고 있는 한 홍 의원의 통합당 복당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 비대위원장이 지난 4월 홍 의원을 겨냥해 "대선 후보로서의 시효가 끝났다"고 언급한 이후 홍 의원이 김 비대위원장의 과거 뇌물 사건 등을 거론하면서 역공에 나서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멀어졌다. 여기에 통합당의 현재 시선은 대여관계 설정과 내부 혁신에 맞춰져 있다.

이에 따라 홍 의원은 당분간 장외 훈수 정치를 지속하면서 무소속 상태에서 대선후보로서의 역량을 쌓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sense83@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