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김연철 "신나는 일도 웃을 일도 일할 기회도 없었다"
입력: 2020.06.19 20:52 / 수정: 2020.06.19 20:52
악화된 남북관계에 책임을 지고자 사의를 표명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강에서 열린 통일부 장관 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동률 기자
악화된 남북관계에 책임을 지고자 사의를 표명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강에서 열린 통일부 장관 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동률 기자

"증오로 증오를 이길 수 없다…남북관계 치유할 상처 많다"

[더팩트ㅣ이철영 기자·통일부=박재우 기자]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9일 장관 이임식에서 통일부 직원들에게 "저와 함께하는 동안 신나는 일도 웃을 일도 별로 없었을 것이다. 신명 나게 일할 기회도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저는 오늘 제40대 통일부 장관의 자리를 내려놓고 여러분 곁을 떠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직원들에게 "남북관계가 위기 국면으로 진입했다. 실망과 증오의 감정을 주고받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결코 증오로 증오를 이길 수 없다"며 "남북관계에는 치유할 상처가 많다. 관계 악화의 시기가 오면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이 다시 등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상처를 덧붙이면 치유는 그만큼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발을 이어가는 북한을 향해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저의 물러남이 잠시 멈춤의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요청했다.

김연철 장관은 이임식에서 저와 함께하는 동안 신나는 일도 웃을 일도 별로 없었을 것이다. 신명 나게 일할 기회도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는 김 장관. /이동률 기자
김연철 장관은 이임식에서 "저와 함께하는 동안 신나는 일도 웃을 일도 별로 없었을 것이다. 신명 나게 일할 기회도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는 김 장관. /이동률 기자

김 장관은 또, "중국 영화 '인생'에 이런 대사가 있다. "살아있으면 좋은 날이 오겠지" 넘어지지 않고 고비를 견디면 기회가 올 것"이라며 "그동안의 비판과 질책은 모두 제가 안고 떠나겠다. 저의 사임이 지금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쇄신하고 통일부의 위상과 역할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여러분과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어느 자리에 있건 늘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통일가족 여러분,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며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다.

앞서 지난 17일 김 장관은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16일) 및 대북 전단 살포 등으로 인한 남북관계 경색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당시 그는 "지금 상황에서는 분위기를 쇄신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책무"라며 사의를 표명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19일) 오전 사표를 수리했다.

다음은 김연철 통일 장관의 이임사 전문이다.

사랑하는 통일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제40대 통일부장관의 자리를 내려놓고 여러분 곁을 떠납니다.

그동안 저를 믿고 험난한 여정을 묵묵히 함께해 준 여러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동시에 무거운 짐만 남겨둔 채 떠나게 되어 정말 미안합니다.

남북관계가 위기 국면으로 진입했습니다.

실망과 증오의 감정을 주고받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결코 증오로 증오를 이길 수 없습니다.

남북관계에는 치유할 상처가 많습니다.

관계 악화의 시기가 오면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이 다시 등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상처를 덧붙이면 치유는 그만큼 어려워집니다.

여기서 멈추어야 합니다. 저의 물러남이 잠시 멈춤의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통일가족 여러분에게는 미안함 투성이입니다.

저와 함께하는 동안 신나는 일도 웃을 일도 별로 없었을 것입니다. 신명나게 일할 기회도 없었습니다.

장관으로서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은 고생하는 여러분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때였습니다. 주어진 권한에 비해 짊어져야 하는 짐은 너무나 무거웠습니다.

앞으로도 한동안 비바람이 세차게 불 것입니다. 중국 영화 ‘인생’에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살아있으면 좋은 날이 오겠지" 넘어지지 않고 고비를 견디면 기회가 올 것입니다.

그동안의 비판과 질책은 모두 제가 안고 떠나겠습니다. 저의 사임이 지금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쇄신하고 통일부의 위상과 역할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과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어느 자리에 있건 늘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통일가족 여러분,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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