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文대통령, 김연철 사표 수리…'아무 것도 못했는데'
입력: 2020.06.19 11:08 / 수정: 2020.06.19 11:08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지난 16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인사하던 김 전 장관. /남윤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지난 16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인사하던 김 전 장관. /남윤호 기자

협력사업 추진, 북미협상·워킹그룹 장애물

[더팩트ㅣ통일부=박재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오전 사의를 표명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북한의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김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관계 성과를 내지 못한 비운의 통일부 장관으로 남게 됐다.

김 장관은 17일 통일부 기자실을 찾아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많은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남북관계 악화의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북측 카운터파트너와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김 장관은 전임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과 비교된다. 문재인 정부의 첫 통일부 장관인 조 전 장관은 수 차례 북한 리선권 당시 조국평화통일 위원회 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평양을 방문하는 등 접촉이 빈번했다.

조 전 장관의 재임시절 남북관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비록, 북한의 6차 핵실험(2017년 9월)로 한반도에 긴장됐지만, 직후 북한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하면서 한반도 대화국면이 열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취임식에서 공무원 선서를 하는 김 장관. 그는 당시 경제를 고리로 평화를 공고화하고 평화를 바탕으로 다시 경제적 협력을 증진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고 강화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뉴시스
지난해 4월 취임식에서 공무원 선서를 하는 김 장관. 그는 당시 "경제를 고리로 평화를 공고화하고 평화를 바탕으로 다시 경제적 협력을 증진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고 강화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뉴시스

반면, 김 장관은 2019년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2월 27일) 결렬 직후인 4월 8일 남북관계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경색국면 당시 취임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고리로 평화를 공고화하고 평화를 바탕으로 다시 경제적 협력을 증진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고 강화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결국 성과를 내지 못하고 떠나게 됐다.

취임 전 김 장관은 학자로서 남북 교류와 협력에 대한 목소릴 높여 '대화론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스냅백 조항(제재를 해제하되 위반행위가 있으면 제제 복원)과 같은 '창의적인 해법'을 제시해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낼 거란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그는 취임 이후 '교류협력실'을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본격적으로 남북 공동사업을 추진했다. 지난해 10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 시설 철거를 시사한 뒤에 통일부는 고심 끝에 '개별관광' 카드를 던졌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성사되지 못했다.

최근 김 장관은 접경지역을 방문하면서 남북철도연결, DMZ평화지대화 등 남북경협사업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지만 북측의 호응은 전혀 없었다. 북한이 바라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과 같은 남북경협 핵심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방해도 발목을 잡았다. 미국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대북제재에 구멍이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남한의 독자적인 남북경협추진을 차단했다. 결국, 통일부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줄곧 진보 정부 출신 전직 통일부 장관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외신은 김 장관이 이번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인한 최대 피해자라고 보도하고 있다. 지난 17일 김정부서울청사 기자실에서 사의 표명과 관련해 발언하는 김 장관. /뉴시스
외신은 김 장관이 이번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인한 최대 피해자라고 보도하고 있다. 지난 17일 김정부서울청사 기자실에서 사의 표명과 관련해 발언하는 김 장관. /뉴시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지난해 6월 "통일부에서 대책을 세워야할 때인데, 후배 장관이 축사만 하고 다닌다"고 공개적으로 김 장관을 비판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도 올해 2월 개성공단관련 행사에서 "국내 여론과 미국 눈치를 보다가는 북한에게 꼬투리를 잡힌다"며 "우리 정부가 명료하고 명확하게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통일부에 움직임을 촉구했다.

16일 개성 공동연락사무소가 파괴되자 여당에서도 김 장관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북측의 과격한 행동과 무례한 언행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그러나 대북 전단과 같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관련 부처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고 우회적으로 김 장관을 겨냥해 말했다.

여당과 전임 통일부 장관 등이 김 장관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외신은 오히려 그가 피해자라고 보았다.

미국 CNN 방송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아직 사표를 수리하지는 않고 있지만 김 장관은 잠재적 피해자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김 장관이 지난해 4월 취임해 2018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중단된 회담을 중재하는 업무를 맡아 왔지만, 북한은 한국과 미국이 북한경제를 마비시키는 제재조치를 풀지 못한 데 불만을 표해왔다"고 분석했다.

한편, 통일부 장관 교체조짐이 보이자 정치권에서는 '정치인 출신' 통일부 장관을 기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적임자로는 이인영, 우상호 민주당 의원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거론된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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