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선택지 제한된 통합당…보이콧 지속 이유
입력: 2020.06.19 10:43 / 수정: 2020.06.19 10:43
박병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의 6개 상임위원회 독단적 구성에 반발한 미래통합당의 보이콧이 지속되고 있다. 통합당은 안 가는 게 아니라 민주당이 못 가게 만든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의 6개 상임위원회 독단적 구성에 반발한 미래통합당의 보이콧이 지속되고 있다. 통합당은 "안 가는 게 아니라 민주당이 못 가게 만든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성일종 "여당 독단적 국회 운영 들러리 안 해…현안은 내부서 챙겨"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의 6개 상임위원회 독단적 구성에 반발한 미래통합당의 국회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이 지속되고 있다. 박 의장과 민주당은 당초 19일 본회의를 열고 나머지 상임위 구성도 매듭짓겠다고 예고했지만, 통합당의 강경한 태도에 결국 본회의를 연기했다. 통합당은 "(의사일정에) 참여하지 않는 게 아니라, 갈 수 없는 상황을 민주당이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김영진 총괄원내수석부대표는 18일 오후 박 의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19일 본회의를 열어 남은 원 구성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당 방침을 전달했다. 또한 통합당을 향해 "국가 위기 앞에서 초당적 협력을 보여달라"며 국회 정상화를 촉구했다.

◆박병석 국회의장, 본회의 연기민주당 계획 차질 불가피

박 의장과 면담을 마치고 나온 김 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사일정을 결정하는 것은 의장의 영역"이라며 "우리들은 빨리 원 구성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청을 드렸고, 의장께서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통합당은 "제1야당이 본회의에 갈 수 없는 상황을 민주당이 만들어 놓고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기 위해 국회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성일종 통합당 비대위원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비대위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성일종 통합당 비대위원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비대위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성일종 통합당 비대위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그간 야당 몫이었던 법제사법위원장을 강탈해 가면서 '나머지 상임위를 받으려면 받고, 기간 내 협조 안 하면 다 가져가겠다'고 협박하는데, 이런 갑질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거래에서도 보기 힘든 불공정 사례"라고 비판했다.

성 비대위원은 이어 "원내대표도 부재한 상황에서 야당이 다시 만행(蠻行)을 저지르는데, 우리가 어떻게 (본회의에) 참석할 수 있겠나"라며 "특히 박 의장이 우리 당 의원들을 마음대로 상임위에 강제배정했는데, 73년 헌정사에 처음 있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태를 저질러 놓고 야당에 등원을 촉구한다. 참으로 뻔뻔스럽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그는 "민주당 출신 의장이 우리 당 의원들의 상임위를 마음대로 배정하는 것은 전쟁에서 상대 진영의 군대를 적장이 마음대로 재편하는 것과 같다"며 "역지사지로 생각해 볼 때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라면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한 재선 의원도 통화에서 "민주당이 또다시 상임위 구성을 독단적으로 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된다"며 "거대여당의 의회 독재를 막기 위해 법사위원장 한자리만 (야당에) 달라고 해도 안 들어주면서 협조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를 강조하면서 마음대로 일을 저지르는 국회를 만들려고 한다"며 "원 구성을 본인들이 알아서 다 하면 된다.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도 지면되는데, 그 책임은 우리에게 전가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통합당은 지난 15일 박 의장과 민주당의 6개 상임위원장(법사위·기획재정위·외교통일위·국방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보건복지위) 독단적 선출에 이후 의사일정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19일 본회의도 통합당의 불참이 유력한 상황에서 박 의장과 민주당은 나머지 상임위 구성을 연기하든지, 아니면 1차 본회의와 같이 단독으로 원 구성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또다시 박 의장이 나머지 상임위에 통합당 의원들을 마음대로 배정하고, 민주당이 표결로 위원장을 선출할 경우 거대여당의 독단적 국회 운영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질 수 있고, 앞으로 4년 간 야당의 협조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다.

이와 관련 통합당에선 18개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다 가져가고, 알아서 상임위를 운영하게 한 뒤 결과에 따른 책임도 지게 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우세하다.

한 통합당 의원은 "민주당은 답을 정해놓고 협상이 아닌 협조를 촉구하고 있는데, 거기에 들러리를 설 필요가 없다는 의원들이 대부분"이라며 "앞서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것처럼, 나머지 상임위원장도 선출해서 상임위를 운영하면 된다"고 했다.

여야의 극한 대치에 박 의장은 19일 본회의를 연기하기로 결단했다. 한민수 국회 공보수석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의장이 오늘 본회의를 개의하지 않기로 했다"며 "안보, 경제, 방역 등 3중 위기 속에서 걱정이 많은 국민께 송구스럽다. 여야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 양당 원내대표들은 소통하고 대화해 하루빨리 (원 구성에) 합의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 1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통합당 의원들의 불참 속 민주당 주도로 법사위 등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지난 1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통합당 의원들의 불참 속 민주당 주도로 법사위 등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통합당, 민주당 입장 변화 없으면 자체 현안 챙기기 지속

일각에선 북한 사태와 코로나19 사태 등 시급한 현안이 많은데 이대로 통합당이 의사일정 보이콧을 지속하면 부정적 여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 주도 의사일정에만 참여하지 않을 뿐 우리도 밀도 있는 일을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며 "북한 문제는 당내 외교안보특위를 열어서 국민을 안심시킬 대안을 제시하고 있고, 각 의원들도 법안과 정책을 내놓으면서 활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통합당 지도부 인사도 "우리는 (본회의와 상임위)에 안 가는 게 아니라 민주당이 못 들어올 상황을 만들어 못 가는 것"이라며 "북한 문제의 경우 민주당 주도 외교통일위원회에선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포를 안 쏜 것이 어디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미국과 관계없이 시작하자'는 북한 측 논리를 그대로 반복하는데, 우리가 가서 무엇을 하겠나"라고 말했다.

현재 통합당은 원내 상황을 여당과 조율할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박 의장과 민주당의 독단적 6개 상임위원장 선출에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의 무력감을 느껴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칩거에 들어가 대여 협상 창구도 없는 상황이다. 주 원내대표는 비대위와 의원들의 굳건한 신뢰 속 "민주당이 바뀌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결국 민주당은 여차하면 제1야당 없이 국회를 운영하겠다며 통합당의 복귀를 압박하고 있고, 통합당은 시급한 현안은 자체적으로 챙기면서 국회 운영은 민주당 뜻대로 하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일이 지속되고 있다. 박 의장이 다시 공을 여야에 던진 가운데 여당의 양보와 통합당의 굴복이라는 양당의 선택지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전까지는 지금과 같은 대치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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