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허은아 "'6t' 같은 '6g' 배지 무게 짊어지고 뚜벅뚜벅"
입력: 2020.06.19 05:00 / 수정: 2020.06.19 09:29
허은아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16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4, 5, 6월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6t 같은 6g 배지의 무게를 느꼈다고 말했다. /국회=남윤호 기자
허은아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16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4, 5, 6월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6t' 같은 '6g' 배지의 무게를 느꼈다"고 말했다. /국회=남윤호 기자

'탄탄대로' 미래 대신 험난한 통합당행 택한 허은아의 정치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자수성가로 국내 최고 '이미지 전략가' 타이틀을 얻었다. 20대에 창업한 컨설팅 회사는 이제 궤도에 올라 경제적으로도 풍족해졌다. 영업을 하지 않아도 고객이 찾아오고, 여러 대학교에서 교수로 일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이대로만 살아도 충분히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 삶이다.

20여 년에 걸쳐 쌓아 올린 사회·경제적 지위와 앞길에 놓인 탄탄대로를 뒤로하고 40대 후반의 나이에 '정치인의 길'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허은아 미래통합당 의원(초선, 비례)의 이야기다. 그간 정치인에 대한 브랜드 컨설팅도 맡으며, 21대 총선에서 사실상 망한 통합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허 의원이다.

안정과 미래가 보장된 삶을 뒤로하고 허 의원이 통합당에서 정치인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그가 통합당에서 본 가능성은 무엇이고, 정치권 밖에 있을 때와 안에서 느낀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러한 여러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허 의원을 만났다. 50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허 의원은 후보 시절부터 향후 계획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국내 최고의 이미지 전략가로 꼽히는 허은아 통합당 의원이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국내 최고의 '이미지 전략가'로 꼽히는 허은아 통합당 의원이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후보에서 의원까지…그리고 앞으로 4년

지난 2개월 허 의원이 가졌던 '21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당선자', '국회의원'이라는 세 타이틀은 정치인이라는 점만 같을 뿐 각각의 의미는 상당히 다르다. 국회의원이 되는 과정에서 그가 얻었던 다른 두 타이틀과 의원 배지를 달고 활동을 시작한 현재 무엇이 달라졌는지 궁금했다.

"4(후보), 5(당선자), 6(국회의원)월이 다 달랐어요. 4월 초부터 투표일 전까지는 당선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후회 없이 새로운 도전을 즐기자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어요. 결과가 나온 날에는 예상 밖 당선에 어깨가 무거워졌고, 눈물이 계속 났어요. (당선되지 못한 다른 비례 후보에 대한) 미안함과 제가 자격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당선 직후 아직 국회의원 신분이 아님에도 주변에선 국회의원으로 여기고 3·4선처럼 해주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앞다퉈 전해왔다. 의석수가 대폭 줄어든 통합당(전체 103석)에서 약 56%(58명)가 초선인 만큼 초선들도 중진급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주위 기대가 컸다.

이에 대해 허 의원은 "아직 달지도 않았던 '6g'에 불과한 국회의원 배지 무게가 마치 '6t'처럼 느껴졌다"고 표현했다. 과도한 부담감을 느꼈지만, 그 무게에 눌리지는 않았다.

"우리 당을 힘들게 했던 선배들과는 다른 정치를 하기 위해서, 저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혁신과 변화를 위해서 공부하고, 움직이자는 생각을 했고, 4월 말부터 5월까지 개원 준비를 정말 열심히 했어요."

공부에 대한 허 의원의 열정은 진행형이다. 매주 화~금 오전 7시 30분 네 개의 공부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화요일은 정치개혁을 논의하는 '초심만리', 수요일에는 당 정체성을 확립하고 중장기적 방향성을 모색하는 '명불허전 보수다'(간사), 목요일에는 당 정책위가 주관하는 '사이다 정책세미나', 금요일에는 의원 선배들과 하는 공부모임(이름 미정)에 참석하고 있다.

허 의원은 다양한 공부모임 활동을 위해서 한 주의 대부분을 이른 아침부터 시작해 힘들 법도 하지만, 얻는 게 많다고 했다. 여기에는 그가 주도하는 '명불허전 보수다' 모임에서 강연을 한 박형준 동아대 교수의 "정말 열심히 공부하지 않을 것 같으면 정치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말이 자극이 됐다고 한다.

허 의원은 21대 원 구성 협상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답을 정해놓고 협상을 했다고 꼬집었다. /남윤호 기자
허 의원은 "21대 원 구성 협상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답을 정해놓고 협상'을 했다"고 꼬집었다. /남윤호 기자

◆임기 시작부터 체감한 무력한 야당의 현실

허 의원은 정치인의 길로 나설 마음먹었을 때에 비해 국회 개원 후 자신감이 다소 떨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더불어민주당의 독단적 국회 운영에 무력한 야당의 모습을 내부에서 똑똑히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6월 개원 후 정치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바로 느꼈어요. 제가 밖에 있을 때 통합당 의원들이 피켓을 들고 외치는 걸 너무 싫어했는데, 제1야당 없이 거대여당이 개원하고 국회의장을 뽑을 때 제가 피켓을 들고 있었어요. 4년간 죽기 직전까지 최선을 다해 일하자고 다짐했는데, (시작부터) 제가 싫어했던 행위를 하는 모습을 보고 긍정의 마음이 120%에서 90%로 살짝 줄었어요(웃음)."

허 의원은 민주당의 원 구성 협상 과정을 '답을 정해놓고 하는 협상'이라고 표현했다. 통합당은 지속적으로 소통과 협의를 하려 했지만, 민주당에서 소통하지 않으려 했고, 들으려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국민 여론과 통합당의 괴리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민주당의 국회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 공감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잘한 일'이라는 응답이 52.4%로 '잘못한 일'(37.5%)이라는 답보다 14.9%포인트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

여론과 동떨어진 통합당의 행보는 20대 국회부터 지속됐던 모습이다. 허 의원도 이 부분은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민주당이 닫혀 있고, 답을 정해놓고 (원 구성) 협상을 했는데, 우리가 '또 발목을 잡는다'는 시선으로 보는 국민이 있어 너무 슬프다"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국민과 소통하고, 우리 행위를 이해시킬 수 있을지 여기에 제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 의원의 눈에 비친 통합당의 모습은 밖과 안이 다른지 궁금했다. 그는 "예전 제가 승무원을 할 때도 그랬는데, 드라마에 비치는 승무원의 모습과 현실은 완전히 달랐다"며 "낡은 이미지, 꼰대질하는 정당이라는 외부 이미지와는 다르게 안에서 보니 협치를 위해, 대한민국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는 분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민주당에 비해 소통하는 법을 모르고, 표현하는 법을 몰라서 오해를 받는 면이 있는 것 같다"며 "우리만 열심히 하면 국민들이 알아줄 것이라 막연히 생각하는 면이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제가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허 의원은 지난 16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낡은 이미지, 꼰대질하는 정당이라는 외부 이미지와는 다르게 통합당 내부에는 협치를 위해, 대한민국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허 의원은 지난 16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낡은 이미지, 꼰대질하는 정당이라는 외부 이미지와는 다르게 통합당 내부에는 협치를 위해, 대한민국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허은아가 본 통합당 "겉과 속이 달라요"

허 의원이 지난 5일 1호 법안으로 대표 발의한 '함께 일하는 국회법'(국회법 일부개정안)에 이러한 부분이 일정 부분 담겨 있다. 이 법은 상시국회, 법안소위, 국민청원 활성화를 골자로 국회 공전을 방지하고 여야가 함께 일하는 국회를 실현하기 위한 내용을 담았다.

언뜻 보면 민주당이 강조하는 '일하는 국회법'과 닮은 것 같지만, 허 의원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의 일하는 국회법은 여당 혼자 일하겠다는 국회법"이라며 "여야가 함께 일하는 게 아니라 '민주당만 일하는 국회'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함께 일할 구조를 만들고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이번 원 구성처럼 상임위원을 강제로 배정하고 상임위원장을 뜻대로 뽑은 뒤 함께 일하자고 하면 동의하기 어렵다. (회의에) 가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회의에 안 오면 세비를 반납하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허 의원은 "입법의 시작이 국민 의견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국민청원특위를 상설로 설치하고, 청원 심사를 월 1회 이상 개회하도록 했다"며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여, 야, 국민이 함께하는 일하는 국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1호 법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허 의원이 임기 시작과 동시에 전주혜 통합당 의원(초선, 비례)과 함께 개설한 유튜브 채널 '국회대학교'에도 소개돼 있다. 통합당 내에서 젊은 층에 속하는 허 의원은 젊은 층이 애용하는 유튜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매주 1회 이상 생생한 국회 새내기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2년 뒤 대선에서 투표권을 얻는 17세부터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어도 볼 수 있는 국회의원의 이면의 모습을 담고자 한다"며 "아웃소싱을 통하지 않고 의원실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아직 화질과 음향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시청자의 피드백을 반영해 바꾸어 나갈 것이다. 내년 1~2월쯤이면 어느 정도 흥행이 될 것이라 보고 서서히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허 의원은 정치인으로서의 목표에 대해선 "진정한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한다고 하는데 저는 정치인이 맞는 것 같다"며 "앞으로 4년간 제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여성, 청년, 비기득권의 한계를 깨는 모습을 정치에서도 보이고 싶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제 딸과 같은 청소년, 청년들이 공정한 기회를 얻고 능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사회, 자유롭게 즐기면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줘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허은아 미래통합당 의원은 누구? 국내 최초·최고의 이미지 전문가로 꼽힌다. 세계 26개국에서 공식 인정하는 컨설팅 분야 국제 인증 CIM(Certified Image Master) 학위를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14번째로 취득했다. 성균관대 한국철학 학사, 연세대 광고홍보 석사, 성균관대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대에 창업한 컨설팅 업체 '예라고'를 창업해 20년 이상 브랜드 이미지 연구, 정치인·기업인 등의 개인 브랜드 코치를 담당하면서 이미지 전략가로서의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 소장, 성균관대·서강대 겸임교수, 경일대 부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1월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전신)의 외부 인재로 영입돼 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19번으로 당선됐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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