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서 새롭게 국회에 입성한 보좌진들의 독특한 면면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일 보좌진을 소개하는 조정훈 시대전환 공동대표. /뉴시스 |
'국회의원보다 빛나선 안 되는 사람', '국회의원 그림자'라고 평가받는 보좌진은 사실 의원에게 없어선 안 될 존재다. 보좌진은 의원의 생각과 의지를 '법'이라는 틀로 빚어내고, 때로는 정치 여정의 중요한 순간에 함께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선거철도 마찬가지다. 의원의 활동 전반을 보좌하는 이들의 업무는 그 범위를 한정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새롭게 시작한 21대 국회 보좌진들은 어떨까. <더팩트>는 이들의 다양한 출신과 배경을 눈여겨 보고, 앞으로 4년 동안 이어질 '의원-보좌진' 관계와 발전 방향을 모색해봤다. <편집자주>
발레리나·일용직 노동자·탈북민도…다원화 사회의 입법노동자들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21대 국회에서 초선 의원이 대거 입성(151명)하는 '새로운 바람'에 이들의 도우미로 활약하는 국회의원 보좌진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국회에선 다양한 이력과 경험을 갖춘 보좌진이 등장하면서 국회 문화가 바뀔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먼저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전속 사진사'로 일했던 장철영 보좌관의 국회 입성이 눈길을 끈다. 장 보좌관은 이번 총선에서 경기 고양을에 출마한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도와 선거 캠프를 진두지휘했고, 이후 보좌진 합류 요청을 받아 고심 끝에 국회로 오게 됐다.
장 보좌관은 전속 사진사로 일하기 전 사진기자로 국회에 출입하기도 했다. 그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기자로서 일할 때와 보좌진으로 있으면서 기자들을 맞이하는 건 다르다. 청와대에서도 기자들을 만났지만, 그때와는 다른 느낌"이라며 "입법 활동을 하면서 민심도 읽어야하지만, 잘못된 법을 보고 수정하면서 국민들이 원하는 수준에 맞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언론과) 각자의 자리에서 최상의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비리 없이 정직하게 나가는 일이 정도라고 본다"면서 "요즘 국회를 보면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 '(기자들이)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 보는 눈이 많아졌구나'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탈북민 출신으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된 지성호 미래통합당 의원실엔 탈북민 보좌진이 합류했다. 9명의 보좌진 중 비서관 2명, 비서 1명이 탈북민 출신으로 북한 인권 활동을 하던 지 의원과 국회 입성 전부터 연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연소 국회의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보좌진 절반을 청년층으로 꾸려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20일 국회의장 특강을 듣는 류 의원. /배정한 기자 |
'최연소 국회의원' 타이틀로 많은 관심을 받은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은 보좌진 평균 연령도 30대 초반으로 '최연소'다. 9명의 보좌진 중 20대가 3명, 30대가 4명으로, 국회 내 경험을 고려한 4급 보좌관과 공보비서만 40대다. 40대만 되도 국회에서 '젊은 청년'으로 구분되는 상황에서 '20대 의원과 30대 초반 보좌진'의 출현은 이색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직 청와대 인사들도 대거 의원실에 둥지를 틀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으로 일했던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함께 근무했던 최일곤, 여정민, 안본아 행정관을 보좌진으로 영입했다. 민주당 김영배 의원실의 김준호 보좌관, 윤영찬 의원실의 김선 보좌관, 고민정 의원실의 여선웅 보좌관도 청와대에서 연을 맺었다. 여 보좌관은 21대 총선에서 서울 송파병 경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이밖에 전 현대자동차 글로벌경영연구소 경제분석실장(상무) 출신인 김한정 민주당 의원실 도보은 보좌관 등 '실력파' 보좌진도 주목받고 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실 보좌진은 일용직 노동자, 발레리나, 유학파 소상공인 출신 보좌진들이 포진하면서 '생활 정치' 실현을 기치로 한 의정 활동이 기대된다.
조 의원은 또 지난 2일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8명의 보좌진이 직접 스스로를 소개하는 회견을 갖도록 했다. 이날 보좌진들은 각자의 포부를 밝히고, 앞으로 국회 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보좌진들의 다양한 배경과 출신에 관심이 쏠리면서 기존 보좌진들도 "보좌진의 역할이 그만큼 더 중요해졌다는 걸 느끼게 됐다"는 반응이다.
19대 국회부터 의원실에 입성했던 한 야당 보좌진은 통화에서 "최근 보좌진 출신 의원도 두 분(정희용·김병욱 의원) 당선되기도 하지 않았나. 옛날엔 보좌진의 역할이 말 그대로 비서 업무였는데, 점차 발전되고 그 역량도 더 중요시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총선 때도 보면 기업인 출신 등 외부에서 영입하는 경우가 많다. 보좌진들은 그동안 다 훈련이 됐고, 의원이 배우라면 우리(보좌진)는 뒤에서 무대를 봐주는 사람들이었다"라며 "(조정훈 의원) 기자회견은 참신했다. 보좌진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반증"이라고 했다.
한편 다른 보좌진은 이념 지향과 외부 경험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의원의 입법 아이디어 등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 야당 의원 비서는 "국회 보좌진 업무는 이념과 방향성만 갖고 할 수 없다"며 "의원이 '세상을 좋게 만들자', '기본소득을 하자'는 등 말을 하면 우리는 기술로 풀어내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국회 밖에서 들어온 사람은 법안이 만들어지는 절차와 데이터 수집 등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며 "인턴 때부터 차근차근 배워 온 사람들은 국회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잘 인지하고 있고, 자기만의 노하우도 있다. 그런 점들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면 의원실 업무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21대 국회 개원 초기 보좌진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쏠리지만 정작 중요한 건 '능력'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수 보좌진들은 "국정감사 때 물갈이가 많이 된다"고 말했다. /더팩트 DB |
또 첫 국회가 시작된 후 '국정감사'를 기점으로 다수 보좌진이 능력·적응 여부에 따라 '물갈이' 되는 만큼 "(의원이) 한계를 느끼고 결국 경력자를 영입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여당 보좌진은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지는 것도 좋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라며 "국감을 여러 번 해본 사람과 처음 국회에 들어와서 이제 막 배워서 하는 것과는 다르다. 정부와의 네트워크, 국회에서의 경험을 비롯해 차이가 있다"고 했다.
때문에 보좌진들 사이에선 노동권을 보장하는 '임기제' 등 논의가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보좌진은 "그런 이야기는 계속 있어왔다. 보좌진이 사실상 파리 목숨이라 그런 제도가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그렇게되면 그 자체가 진입 장벽이 돼서 상임위나 전문성에 따라 방을 유연하게 옮겨다니는 데 문제가 생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국회 보좌진은 권리는 덜 보장이 되는 한편 정말로 자기 능력에 따라 원하면 승진의 기회가 있다. 능력에 따라 방을 옮겨다니고, 갑자기 급수가 올라가거나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보좌진의 임명은 전적으로 국회의원 소관이다. 때문에 의원 임의대로 인재를 기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사적 인연 혹은 친인척 채용 등의 문제로 비판받기도 한다. 의원이라는 '입법기관'의 구성원인 보좌진들의 책임이 무거워진 만큼 새 국회를 맞이하는 이들은 저마다 긴장감, 기대감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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