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文, 의전 대통령"…靑 참모들 반발 '설전'
입력: 2020.06.11 15:23 / 수정: 2020.06.11 15:23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0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의전 대통령이라고 비난한 이후 전·현직 청와대 인사들이 반발했다. 지난 2월 안철수신당 국민당 발기인 대회에서 초청 강연자로 나서 발언하는 진 전 교수. /이새롬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0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의전 대통령'이라고 비난한 이후 전·현직 청와대 인사들이 반발했다. 지난 2월 안철수신당 '국민당' 발기인 대회에서 초청 강연자로 나서 발언하는 진 전 교수. /이새롬 기자

靑 연설비서관 '꽃밭'에 진중권 '똥밭'으로 응수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남이 써준 연설문을 읽는 의전 대통령"이라고 한 데 대해 전·현직 청와대 인사가 반박하며 언쟁을 벌이고 있다.

언쟁의 불씨는 진 전 교수가 당겼다. 그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당 주최로 열린 '온(On) 국민 공부방'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서 문 대통령을 겨냥해 "문제의식이 없는 의전 대통령 같다"며 "자기 의견이 없다"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문 대통령이 지난 8일 정의기억연대 회계 부정 논란에 관련한 것과는 달리 기부금 유용 의혹 등에 휩싸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관련해서는 언급이 없었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기부금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기부금 또는 후원금 모금활동의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위안부 운동 자체를 부정하고 운동의 대의를 손상시키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고 했다.

진 전 교수 발언이 알려진 이후 청와대 출신 여권 인사들이 반박에 나섰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자기가 보지 않은 사실을 상상하는 건 진중권 씨의 자유입니다만, 그걸 확신하고 남 앞에서 떠들면 ‘뇌피셜’(근거 없는 생각)이 된다"라면서 과거 문 대통령이 연설 원고를 수정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하승창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문 대통령이 남이 써준 것을 읽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최우규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 역시 "어디서 누구에게 확인해서 단정적으로 얘기했는지 모르겠지만, 명백히 거짓"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냈던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과거 문 대통령이 연설 내용을 고치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공개했다. /윤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냈던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과거 문 대통령이 연설 내용을 고치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공개했다. /윤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그러자 진 전 교수는 청와대 출신 인사들을 겨냥해 "유치하다"며 "문 대통령이 친구(노무현 전 대통령)는 잘 뒀는데, 참모는 좀 잘못 둔 것 같다"고 비난했다. 또 "문 대통령이 원고 교정을 안 한다는 게 아니라, 애초에 연설에 자기 철학이 없다는 얘기"라고 재반론했다.

이에 윤 의원은 다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님과 문 대통령님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는 영광을 누렸다"면서 "그런데 오늘 진중권 씨의 관심 전략에 넘어간 듯하다. 죄송하다"고 했다.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도 11일 페이스북에 기형도 시인의 '빈집'을 차용한 '빈 꽃밭'이라는 제목의 시를 올렸다. 1984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인 그는 문 대통령의 연설문을 맡고 있다.

신 비서관은 "어느 날 '아이'가 꽃을 꺾자 일군의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아이는 더 많은 꽃을 꺾었고 급기야 자기 마음속 꽃을 꺾어버리고 말았다"고 적었다. 여기서 '아이'는 진 전 교수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신 비서관은 "숭고를 향해 걷는 길에 당신은 결국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았지만 꽃을 잃고, 우리는 울지 않는다"고 했다. 연일 여권을 향해 날을 세우는 진 전 교수의 행보를 꼬집으며 문재인 정부는 극복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에 진 전 교수는 이날 '빈 똥밭-신동호의 빈 꽃밭을 기리며’라는 제목의 글로 신 비서관의 글을 반박했다.

그는 "같이 똥 쌀 줄 알았던 아이가 똥을 치우니 그가 운다. 몹쓸 공부여 잘 가거라며 청결을 향해 걷는 길에 아이는 결국 청소하다가 지쳐 주저앉았지만 똥을 잃고도, 파리들은 울지 않는다. 아직 남은 똥 많다며 울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 여당 인사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shincomb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