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정부 '전단 살포 단체' 고발 후폭풍
입력: 2020.06.11 12:00 / 수정: 2020.06.11 12:00
정부가 대북전단을 살포한 탈북민단체를 고발하고 이들 단체에 대한 법인 설립 허가까지 취소한다고 밝힘에 따라 대북전단 살포를 두고 진보와 보수 진영 간 가치 논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8평양정상회담 환영식에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모습.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정부가 대북전단을 살포한 탈북민단체를 고발하고 이들 단체에 대한 법인 설립 허가까지 취소한다고 밝힘에 따라 대북전단 살포를 두고 진보와 보수 진영 간 '가치 논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8평양정상회담 환영식에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모습.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접경지역 주민 안전" vs "표현의 자유"

[더팩트ㅣ통일부=박재우 기자] 정부가 대북전단을 살포한 탈북민단체를 고발하고 이들 단체에 대한 법인 설립 허가까지 취소한다고 밝힘에 따라 대북전단 살포를 두고 진보와 보수 진영 간 '가치 논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진보 진영에서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이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보수 진영에서는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10일 긴급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들은 지난달 31일 김포에서 대북전단 50만 장과 소책자 50권, 1달러 지폐 2000장, 메모리카드 1000개를 대형 풍선에 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냈고, 최근에도 쌀 페트(PET)병 바다 띄워 보내기 행사를 진행하려다 접경지역 주민들과 대립 끝에 실패했다. 이들 단체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나서 "인간 추물"이라고 맹비난한 곳이기도 하다.

통일부는 이 조치의 배경에 대해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13조, 물품 등을 반출하거나 반입하려는 자는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여당에서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위한 입법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최근 김홍걸, 김승남, 설훈,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내용이 담긴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을 발의했다.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북측이 강경한 입장을 취하며 남북 통신선을 차단하는 등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있는 가운데 10일 오전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 농가 주변에 대북 쌀 보내기 행사 절대 반대를 표명하는 지역주민 측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시스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북측이 강경한 입장을 취하며 남북 통신선을 차단하는 등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있는 가운데 10일 오전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 농가 주변에 '대북 쌀 보내기 행사 절대 반대'를 표명하는 지역주민 측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시스

진보진영 측의 주장은 대북 전단 살포가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이고 2018년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당시 정상 간 합의 사항이기 때문에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2018년 판문점 선언에서 전단살포 행위를 금지한다고 합의한 점과 대북전단 살포로 인한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된다면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더라도 이를 제지할 수 있다는 2016년 대법원 판단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는 헌법에 명시된 중요한 기본권 중 하나"라며 "다만, 표현의 자유 무제한적인 게 아니라 국가안전보장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할 수 있다는 게 헌법"이라고 표현의 자유 논란에 반박했다.

김대중 정부 당시 대북 특사 역할을 했던 박지원 전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하고 남북 간 합의된 4.27 판문점 선언, 9.19 군사합의를 위해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김여정 하명법' 비판에 "이 법은 18대, 19대, 20대 국회에서 의원입법으로 추진돼 왔지만, 의석수 부족으로 통과가 되지 않았다"면서 "통일부에서도 오래전부터 추진해왔기 때문에 평화를 위해 통과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 지성호 의원,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등 참석자들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북전단 및 북한인권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 지성호 의원,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등 참석자들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북전단 및 북한인권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전단 살포 행위가 종전과 달리 교류협력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해석한다는 점에서 보수진영에선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10년 넘게 지속된 활동인데 김여정 제1부부장의 한마디에 통일부가 4시간 만에 입장문을 내놓고 더 나아가 우리 국민인 탈북민단체의 활동을 제약하려는 점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또한,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점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전단지 살포를 주도한 자유북한운동 박상학 대표는 공개적으로 "지난 15년간 통일부가 언제 승인을 받으라고 한 적이 있었느냐"면서 "이제껏 가만히 있다가 김여정 한 마디에 문제 삼느냐"고 비판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도 통화에서 "전단 살포 활동은 과거에서부터 진행돼 왔던 활동"이라며 "북한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김여정의 태도가 변할 것이 없기 때문에 잘못된 처사"라며 "통일부가 소득 없이 자국민의 눈을 찌르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곽길섭 원 코리아센터 대표는 통화에서 "대북 전단 금지요구 자체가 전단을 넘어서서 북한이 우리 정부를 옥죄려는 의도"라며 "더 나아가면 향후 있을 수 있는 핵무기·미사일 체계에 대한 도발 명분을 축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에 대해서는 "이 행위를 금지시키려면 탈북시민단체와의 유기적 협조를 이끌어 가야 한다"면서 "우리 주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경고를 통해 도발을 막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지난 10일 전국 성인 5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대북전단 금지법' 제정 찬성 응답은 50%, 반대 응답은 41.1%로 나타났다. 이번 여론조사는 무선(80%)·유선(20%) 자동응답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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