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은 9일(현지시간) 북한의 남북연락채널 폐기 발표 소식을 신속하게 보도했다. 북한이 남북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선을 차단하겠다고 밝힌 9일 경기 파주 우리측 초소 인접한 북측 초소에서 북한군이 보수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
"北 연락채널 폐기, '대미압박' 위한 것"
[더팩트ㅣ외교부=박재우 기자] 외신들은 9일(현지시간) 북한의 남북연락채널 폐기 발표 소식을 신속하게 보도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 정책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날 연락채널 폐기 발표를 하면서 남한을 '적(敵)'으로 규정하고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 추가 조치를 예고했다.
외신들은 북한의 이번 행동에 대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강한 불만으로 시작됐다고 설명하면서도 북한의 '진짜' 의도가 한반도 위기 조성을 통해 미국을 압박을 위한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를 통해 미국을 협상장으로 불러 '대북제재' 해제를 얻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년 동안 대북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성과로 평가돼 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사무실 사이의 군사분계선(MDL)을 넘고 있는 사진. /한국 공동 사진기자단 |
◆문재인 정부 한반도 평화 정책 '위기'
지난 3년 동안 대북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성과로 평가돼 왔다. 정부는 '한반도 운전자', 북미 간 '중재자', '촉진자'등의 역할을 맡아 남북 간 정상회담 세 차례, 미·북 간 정상회담과 만남도 이끌어냈다.
하지만, 북미 협상 결렬로 '비핵화'에 대한 진전을 보이지 않자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에 접어들었다. 이후 별다른 남북관계에 진전을 보이지 않다 대북 전단 살포를 계기로 북한이 강경대응했다. 외신들도 이에 대해 남북관계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미국의소리(VOA)는 이날 북한의 연락채널 폐기 발표 소식을 전하면서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보고서를 인용했다. ‘2020년 아시아 태평양 역내 안보평가'보고서에서 IISS는 "지난해 초까지 존재했던 한반도 외교를 둘러싼 낙관적 전망이 대부분 소멸한 상태"라면서 "미중 간의 갈등 때문에 대북외교는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고 작성했다.
다니엘 데 페트리스는 이날 내셔널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전화 통화의 중단은 곧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가 끝이 난다는 걸 의미한다"면서 "북한은 한국과의 대화는 시간 낭비라는 전략적인 계산을 했다"고 북한에겐 미국과의 담판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니엘 데 페트리스는 이날 내셔널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전화 통화의 중단은 곧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가 끝이 난다는 걸 의미한다"고 평가했다./내셔널인터레스트 웹사이트 캡쳐 |
◆외신들이 본 北 의도는? '대미압박' 위한 것
그동안 우리측의 누적된 남북합의사항 위반에 북한이 불만을 표출한 것이란 몇몇 국내 전문가들의 분석과는 달리 외신들은 이번 북한 행동 의도를 '대미압박'으로 꼽았다.
블룸버그통신은 현재 국제정세가 어지러운 상황에서 북한이 관심을 받기 위해 남한을 압박했다고 이번 행동을 분석했다. 통신은 "북한이 이를 통해 미국의 대북압박에서 한국이 빠지도록 압력을 넣는 것"이라며 "다만,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이기에는 북한의 차후 행동에 달려있다"고 전했다.
이어, "핵 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을 끌어들이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내에서 성과로 자랑해온 대북정책에 변화를 줄 수 있다면 김 위원장에게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밴 잭슨 빅토리아 대학교 교수를 인용 "북측의 대남 위협은 대미 압박을 겨냥했다"고 강조했다. 또, CIA 북한분석가 출신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을 통해 "북한의 대남 공격 가능성은언제나 존재하지만, 현재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이 미국의 도움을 받아 북한의 도발 욕구를 억제하는 선제적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CNN 방송은 "북한은 문재인 정부의 절박함이 북한의 조건 아래에서 협력하게 만들려는 의도"라며 "미국을 저지하면서 한국을 코너로 몰아넣으려고 하는 전술"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