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탈북민단체의 '삐라' 살포를 문제 삼으며 남북 간 통신선을 차단하면서 남북관계가 얼어붙었다. 이 여파로 문재인 정부의 독자적 남북화해협력 정책 등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청와대 제공 |
北 강경 기조 장기화 전망…文 남북 협력 등 차질 불가피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북한이 남북 간 연락 채널을 끊고, 남한을 적으로 규정하며 상응한 적대 정책을 펴겠다고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촉진자' 역할도 어려워졌다.
북한의 강경 기조는 분명하다. 북한은 9일 남북 간 모든 통신 연락선 차단·폐기 방침을 밝히고 실제 우리 측 연락에 묵묵부답했다. 명분은 표면적으로 탈북민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문제이지만,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북미관계에 대한 복합적인 불만이 터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북한의 단절 조치는 지난해 2월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북한이 향후 남북군사합의 파기, 금강산관광 폐지, 개성공단 철거 등 추가 조치를 예고함에 따라 남북관계는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일방적 조치로 독자적 남북화해협력 정책도 흔들리게 됐다. 보다 실질적이고 당면한 코로나19 공동 방역을 제안하며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계산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애초 북한은 우리 정부의 제안에 호응하지 않았던 터라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문 대통령은 올해 초부터 남북 협력이 이뤄진다면 북미대화를 촉진하는 선순환이 될 것임을 강조해왔다. 북미 대화의 교착 속에서 남북관계의 후퇴까지 우려되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북한이 향후 남북군사합의 파기, 금강산관광 폐지, 개성공단 철거 등 추가 조치를 예고함에 따라 남북관계는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하지만 북한은 선을 그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7일 "아마 남조선 집권자가 북남합의 이후 제일 많이 입에 올린 타령을 꼽으라고 하면 '선순환 관계' 타령일 것"이라며 문 대통령을 겨냥해 남북-북미 선순환 관계 정책 '악순환관계'라고 비난했다.
매체는 "선순환 관계를 남조선 당국자는 북남관계와 조미관계를 서로 보완하며 추진해 나가는 것이라고 그럴듯하게 해석하는데, 말이 그렇지 실천에 있어서는 북남관계가 조미관계보다 앞서나갈 수 없으며 조미관계가 나빠지면 북남관계도 어쩔 수 없는 관계로 여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북미 대화에 있어서 문 대통령의 '중재자' '촉진자' 역할 입지도 좁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지난 5일 문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강조해왔던 '한반도 중재자' 역할을 중국에 사실상 빼앗겼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간 관계가 복원되며 북중관계에 청신호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심각한 남북관계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점은 문 대통령의 고민을 깊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남북관계가 개선할 만한 카드가 없으며 북한은 단절을 넘어 무력 도발까지 시사한 상태다. 돌파구를 마련할 계기 마련이 마땅치 않다. 또 한반도 비핵화의 열쇠를 쥔 미국은 올해 말 대선을 앞두고 있어 대화 재개에 나설지도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북한의 태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와 비핵화 협상은 어렵다고 본다는 취지로 언급하면서 "대선 윤곽이 드러나는 시점에서 북한이 대화 움직임을 드러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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