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21대 소수당은 뭐하니③] 용혜인 "내 삶 바꾸는 '기본소득', 연대로 한계 돌파"
입력: 2020.06.08 05:00 / 수정: 2020.06.08 05:00
기본소득당은 2만여 명의 당원 중 10·20대가 8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유일한 국회의원인 용혜인 의원도 1990년생 청년 정치인이다.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한 용 의원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이선화 기자
기본소득당은 2만여 명의 당원 중 10·20대가 8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유일한 국회의원인 용혜인 의원도 1990년생 청년 정치인이다.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한 용 의원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이선화 기자

21대 국회는 177석 거대 여당의 출현만큼 주목할 점이 있다. 시대전환·기본소득당 등 '원내 1인 정당'의 출현과 소수정당의 변화다. 이전과 달리 이들은 거대 당과의 연대가 아닌 '마이웨이'를 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독특한 정책 노선과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하는 국회에서 이들은 1석 그 이상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팩트>가 소수정당의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 생존 전략을 살펴봤다. 또한 시대전환·기본소득당·국민의당 의원과 만나 이들이 꿈꾸는 정치 이야기를 4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기본소득 단일 의제 내건 90년생 기본소득당 의원 인터뷰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물 가져다드릴까요?"

기본소득당은 올 1월 창당했다. 2만여 명의 당원은 10대와 20대가 80% 이상이다. 당원 평균 나이가 25세다. 기본소득당의 유일한 국회의원인 용혜인 의원도 1990년생(30세) 청년 정치인이다. 의원실을 찾은 손님을 대하는 태도부터 기성 정치인들과 확실히 달랐다.

21대 국회 임기 시작 나흘째인 지난 2일 인터뷰를 위해 국회 의원회관 541호에서 만난 용 의원과 보좌진들은 사무실 정리를 갓 마친 상태였다. 용 의원은 "이것저것 새로 들어와야 할 것도 아직 많다. 책상도 이렇게 큰 줄 몰랐다"고 해맑게 웃었다. 그는 "이 방에 있으면 되게 외롭다. 제가 결혼 전에 살던 원룸도 이 정도(의원 방) 크기였던 것 같다. 우리 홍대 당사에선 120cm 책상에 모니터 두 대 놓으면 꽉 찬다. 그곳에서 붙어서 일하다 지금 혼자 있으니 적응이 안 된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물 가져다드릴까요?"하고 물었다. 용 의원은 "보좌진들과 회의하면서 자기 손님 커피는 자기가 타기로 했다. 창당 때 영국방송 BBC에서 기자 한 분이 (취재하러) 왔는데 저희 총무팀장이 커피 내오는 걸 보고 '한국 와서 남자가 타온 커피는 처음 마셔본다'고 말했다고 한다. 조금 부끄러운 일이다. 손님이 오면 각자 커피 대접하고 컵 씻기로 했다"라고 일화를 소개했다. 유튜브 방송에서 이른바 금배지 '언박싱(상자 개봉)'을 시도했던 것처럼 권위주의 타파를 위한 노력이 의원실에서도 이어지는 듯했다.

'기본소득'이라는 단일 의제를 내건 점도 기본소득당의 차별점이다. 용 의원은 "단일 이슈 정당으로 출발해 기존 정치 문법과는 다른 것 같다"며 "또 청년층이 중심이라는 것도 기존 정당들과 다르다. '청년들 모이세요. 세대교체 해야 합니다'라고 말만으로는 모이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삶이 어떻게 바뀔지를 상상하게 하는 것들이 실제 청년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아닐까 한다"고 설명했다.

젊고 특정 의제 중심이라 추진력이 높다는 장점은 있지만, 제도권 정치에서 입지 폭은 좁아 보인다. 기본소득당은 여러 한계를 극복하고 우리 사회 핵심 화두로 떠오른 기본소득 도입 실현에 앞장설 수 있을까.

용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기본소득 의제를 밀기 위해 다른 당 의원들과 공부 모임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기본소득 공론화위원회 입법화를 제안하는 동시에 월 60만 원 전 국민 지급이라는 기본소득당 모델을 구체화시켜 다른 당과 정책경합을 펼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선화 기자
용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기본소득' 의제를 밀기 위해 다른 당 의원들과 공부 모임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기본소득 공론화위원회 입법화를 제안하는 동시에 월 60만 원 전 국민 지급이라는 기본소득당 모델을 구체화시켜 다른 당과 정책경합을 펼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선화 기자

기본소득당은 기본소득이 새로운 사회에 발맞춘 새로운 복지라고 주장한다. 지금까지는 노동을 전제로 한 복지제도를 구상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사람들이 노동에서 해방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가총액 5위 안에 드는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등 기업은 예전 제조업 기업보다 5분의 1 정도의 고용 규모를 보이는 게 변화 중 하나라고 예를 들었다. 따라서 내수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선 기본소득 도입이 필연적이라는 논리다.

용 의원은 "기본소득은 분배의 정의를 다시 세우는 형식이다. 기본소득 밑에 깔린 철학은 특정한 누군가의 것으로 돌릴 수 없는 사회적 부를 다시 모두에게 되돌려주는 분배의 정의 문제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르바이트생, 학생, 비정규직, 간호조무사, 20대 젊은 주부 등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는 당원들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있는 기본소득당은 기본소득이 예측 가능하고 나은 삶을 실현하도록 뒷받침할 것이라고 믿는다. 용 의원은 "예를 들어 당원들에게 60만 원을 받으면 뭐가 좋겠냐고 물어보니 한 간호조무사는 '지금 간호사와 차별이 있는데 60만 원을 받으면 언제까지 일하면서 돈을 모아 대학에서 간호사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계획이 선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각'이 안 나오는 인생이었다면 60만 원을 받는다면 달라진다는 반응들이었다"라고 했다.

용 의원은 당원들의 목소리를 입법화하기 위해 가장 먼저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온 국민 기본소득법'을 준비 중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전 국민 대상 월 60만 원 지급' 모델을 구상해왔다. 지급 금액은 2020년 정부 고시 기준 1인 가구 생계급여 52여만 원에 착안해 이보다 조금 높여 정한 것이다. 재원은 현행 기초생활수급비, 청년기본소득, 청년구직활동 수당, 아동수당, 기초노령연금 등 예산을 조정하고, 모든 소득의 15% 부과 시민세, 탄소세(탄소배출량 1톤 당 10만 원 부과), 토지보유세, 데이터 기반 산업 데이터세 등으로 마련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다. 기본소득당에 따르면 60만 원 모델은 360조의 재원이 소요되지만 순증세 규모는 108조 정도라고 본다. 하위 70% 국민은 내는 세금보다 받는 기본소득이 많아지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용 의원은 기본소득을 위한 재원 마련은 아동수당, 기초노령연금 등 기존 복지제도를 조정하고, 탄소세나 데이터 배당세 부과로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봤다. /이선화 기자
용 의원은 기본소득을 위한 재원 마련은 아동수당, 기초노령연금 등 기존 복지제도를 조정하고, 탄소세나 데이터 배당세 부과로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봤다. /이선화 기자

탁월한 구상이라도 입법이 안 되면 무용지물이다. '1인 정당'의 한계가 명확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원내 다른 당 의원들과의 '기본소득' 관련 모임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연대' 전략으로 목표를 실행해가겠다는 것이다.

용 의원은 "최근 국회 내에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에도 있고,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도 2016년부터 기본소득을 주장해온 분이라고 알고 있고, 김세연 전 의원이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보수세력에서도 기본소득을 선점해야 한다고 하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청년과 노인 대상 기본소득을 얘기한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개인적으로 기본소득에 관심 있는 걸로 안다"며 "이런 것(기본소득에 대한 공감대)은 논의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조건 같아서 십분 활용하려 한다. 많은 분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1차 목표"라고 했다.

다만 아직 다른 당 의원과는 상견례를 한 수준 정도다. 용 의원은 '친해진 의원들이 있나'라는 물음에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중"이라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

그는 "소병훈 민주당 의원 주도로 기본소득 연구모임을 준비하고 있고,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대표로 하는 '새로운 사회를 위한 연구모임'에서도 다양한 의제들을 다루는데 저도 같이 참여하면서 기본소득을 얘기할 생각"이라고 했다. 용 의원은 7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교섭단체·비교섭단체를 포함한 7개 정당에 기본소득 논의를 위한 연석회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논의를 시스템화하기 위해 기본소득 공론화위원회 설치도 주장한다. 용 의원은 "기본소득 논의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거치면서 찬반 논의를 넘어 많은 정당이 기본소득 모델로 경쟁하는 시점까지 온 것 같다. 저희는 60만 원 모델을 갖고 있는데 이 모델에 동의하냐 아니냐를 묻는 게 아니라 실제로 어떤 기본소득 모델이 필요하고 가능할지 전 사회적으로 논의하는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하려 한다"며 "입법을 통해 기본소득 공론화위원회 기구 설치를 제안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국회 내 특위보다 총리실 산하로 설치할 수도 있고, 예전 청와대 직속 개헌특위와 같은 방식일 수도 있겠다. 아직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모든 데이터 생산자인 국민 모두가 기여분에 대한 배당을 받아야 한다는 '데이터 배당'도 기본소득당이 내건 핵심 의제다. 용 의원은 "데이터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데이터를 만드는 데 기여한 사람들의 정도를 계량화할 수 없어서 기본소득 한 범주로 데이터 배당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이고, 과세 대상 등은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용 의원은 소수정당으로서 존재감이 낮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우리 사회에 무엇이 필요한지 제안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선화 기자
용 의원은 소수정당으로서 존재감이 낮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우리 사회에 무엇이 필요한지 제안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선화 기자

다른 당과의 연대 전략은 자칫 정당의 존재감을 옅게 할 수 있다. 이같은 우려에 용 의원은 "대립각을 세워 존재감을 세우는 건 저희가 할 정치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우리가 하고자 하는 정치는 지금 분명하게 대한민국 사회에 무엇이 필요한지 제시하는 거다. 기본소득 논의 과정에서 다른 모델들이 경합할 수도 있다. '연대한다'라는 게 단순히 상대가 제안하는 걸 받아들이는 방식이 아니라 구체적인 내용으로 경합하자는 것이고, 그랬을 때 작지만 다양한 사회정책들을 잘 채워나가는 게 저희에겐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20대 국회를 지켜보면서 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가 전망을 잃어버린 것 같다는 답답함이 있었다. 당리당략에 따른 소모적 논쟁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실제 '일'이 되도록 합의점을 찾아가야 하는데, 이런 부분들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전과)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거고, 거대 정당도 노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본소득당은 준연동형비례제 도입의 결과로 비례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을 통해 원내에 진출할 수 있었다. 용 의원은 21대에서 선거법 개정이 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원정수 확대와 봉쇄 조항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 의원은 "지난번 21대 총선에서 비례투표 사표가 420만 표 정도였다. 국민들 표의 상당수가 사표가 된 건데 이 문제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봉쇄조항을 낮추거나 없애야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고 여기에 연동해서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고 특권을 줄이는 방식도 같이 가야 한다"고 했다.

여당 일각에서 제기하는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 방식의 선거법 개정 방향에 대해선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권역별 비례제 역시 의원수를 늘리지 않으면 소수당엔 지금보다 오히려 큰 장벽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20명이 한 권역에 배치되면 5%를 받아야 1석을 얻는데 국고보조금, 선거법 등이 거대 정당 중심으로 짜여있는 상황에서 훨씬 어려운 조건에서 선거할 수 있다. 이것(의원정수 확대와 봉쇄조항 완화)를 건드리지 않으면 권역별 비례제 역시 지금과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는 고민이 든다"고 했다. 의원정수 확대 부정 여론에 대해선 "사실 국민이 반감을 갖는 건 국회의원들이 목을 뻣뻣하게 세우는 부분이고, 그런 이들이 늘어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있는 거다. 국회의원 권위를 부수고 국민에 신뢰를 줘야 의원정수 확대나 선거제 개혁이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본소득당은 22대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내는 등 원내 진입 재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용 의원은 "21대에서도 지역구 후보를 냈는데, 22대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원내 재진입을 위한 노력을 할 거다. 가장 중요한 건 기본소득당 국회의원이 1석이라도 있으니 뭐가 바뀐다는 걸 보여드리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전략보다는 (의정활동을) 보여드리는 게 먼저"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용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의원정수 확대와 3% 봉쇄조항 완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선거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2대 총선 원내 재진입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용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의원정수 확대와 3% 봉쇄조항 완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선거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2대 총선 원내 재진입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누구? 대학 재학 중인 2010년 진보신당에 입당했고,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 해고 사태 이후 사회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13년 알바노조에 가입해 아르바이트 노동인권 개선 운동,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자 추모를 위해 '가만히 있으라' 침묵 행진 등의 활동을 펼쳤다. 지난해 1월 노동당 대표에 당선된 뒤 기본소득당으로 당명 변경을 추진했으나 당 대회에서 부결되자 노동당을 탈당했다. 이어 올해 1월 기본소득당을 출범시켰다. 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 5번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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