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박지원 "김종인은 굿 스타트, 배드 피니시" <상>
입력: 2020.06.03 05:00 / 수정: 2020.06.03 05:00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낙선했지만, 현역 의원 시절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최근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개인기로 모든 것을 돌파하려고 하겠지만, 당이라는 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조언했다. /여의도=남용희 기자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낙선했지만, 현역 의원 시절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최근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개인기로 모든 것을 돌파하려고 하겠지만, 당이라는 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조언했다. /여의도=남용희 기자

'정치 9단'이 본 김종인 비대위와 21대 국회 상임위 줄다리기 '관전평'

[더팩트ㅣ여의도=이철영 기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은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 영역을 자연스럽게 넘나든다. 진보에선 보수 이야기를, 보수에서는 또 진보 이야기를 천재적으로 한다. 상대방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메시지를 던져 주가를 높였다."

정치 9단 박지원(77, 4선) 전 민생당 의원은 최근 뉴스의 중심에서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시작한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이같이 평가했다. 그의 말대로 김 비대위원장은 19대 대통령 선거에선 더불어민주당,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엔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을 도왔다. 결과는 두 번 다 성공을 거둬 '여의도 차르'란 별명을 얻었다.

박지원 전 의원은 또 제21대 국회 개원과 상임위원장을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에 대해서도 "엄포와 엄살의 대결이다"며 여유있는 웃음 보였다. <더팩트>는 1일 오전 국회가 아닌 여의도 사무실에서 박 전 의원을 만나 2시간여 동안 김 비대위원장 정계 복귀와 21대 국회, 그리고 2년 후 있을 대선 후보 등에 대한 전망을 들어보았다.

◆김종인, 어디까지 갈지 미지수

박 전 의원은 현역일 때와 마찬가지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취재진을 만난 이날 오전에도 라디오 프로그램 하나를 마친 후였다. 박 전 의원은 '요즘 근황이 어떠냐'는 질문에 "대인기피증이 생겨서"라고 농을 던지며 웃었다. 특유의 역설적인 농담이다.

현재 그는 △KBS 라디오-김경래의 최강시사, 주진우라이브, △KBS 1TV-더라이브 △MBC TV 뉴스외전 △SBS TV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JTBC 전용우의 뉴스on △YTN 라디오-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TV조선 강적들 △TBS 라디오-김어준 뉴스공장 등에 패널로 고정출연 중이다.

그는 "전 의원 신분으로 바뀌어서 설교도 듣고, 운동도 하고, 방송도 하고 정신없이 바쁘다. 역시 낙선거사이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고 싶은..."이라며 웃었다.

흔히 정치권이나 세간에서는 박 전 의원을 정치 9단으로 부른다. 그만큼 통찰력이 뛰어나다. 21대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시작했고, 정치권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통합당은 이날 오전 김종인 비대위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날이다. 평소 김 비대위원장과 친분이 있는 박 전 의원의 전망이 궁금했다.

박 전 의원은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에 대해 진보와 보수를 넘나들며 간결한 메시지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 천재적인 재능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 비대위원장과의 인연을 이야기하는 박 전 의원. /남용희 기자
박 전 의원은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에 대해 진보와 보수를 넘나들며 간결한 메시지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 천재적인 재능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 비대위원장과의 인연을 이야기하는 박 전 의원. /남용희 기자

박 전 의원은 김 비대위원장과 가까운 사이다. 그는 김 비대위원장에 대한 평가에 앞서 과거 일화부터 꺼냈다. DJ 정부 당시다. 당시 박 전 의원은 김 비대위원장의 능력을 높이 평가해 중용하자고 DJ에게 건의했다고 한다. DJ 역시 검토했지만 결심하는 과정에서 김 비대위원장의 구속 이력으로 무산됐다는 과거를 먼저 설명했다.

그는 "통합당이 유능한 비대위원장을 잘 선택했다고 본다. 김 비대위원장이 툭툭 던지는 간결한 메시지는 굉장히 영향력이 강하다"며 "1992년 미국의 빌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조지 H.W 부시와 맞대결에서 승리했다. 당시 클린턴 옆에는 선거 전략가 딕 모리스가 있었다. 그는 공화당 정책을 가져다 발표해서 지지층을 흔들었다"며 김 비대위원장이 딕 모리스와 유사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당시 미국 민주당은 동성애를 찬성했지만, 클린턴이 워싱턴 D.C와 동성애 천국인 샌프란시스코에서 동성애 반대를 선언했다. 미국 중산층 부모는 동성애·마약 등 염려가 있었는데 이를 공략한 것이다. 클린턴의 동성애 반대는 중산층의 표심을 잡는 데 성공했다. 동시에 동성애자들도 '부시보다 클린턴이 낫다'며 지지했다. 그렇게 클린턴은 미국의 42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의원은 "김 비대위원장이 이런 걸 아주 잘한다. 또, 간단하게 메시지 하나로 정리해 버린다. 실제로 홍준표·유승민·안철수 등 대권을 노리는 이들을 향해 '지난 대선에 출마한 사람들 시효는 끝났다'는 메시지도 그런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또 말을 바꾸면서도 거부 반응 없이 잘 넘어간다. 40대 경제전문가 대통령 후보에 대해 당내에서 반발하니까 그럼 50대로 하면 되지 않냐"고 대수롭지않게 넘어간다고 지적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통합당에 가자마자 '보수·자유'를 많이 사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당장 자유·보수우파 적극 지지층으로부터 거부 반응이 나왔다. 김 비대위원장이 이런 비판을 극복하느냐, 그렇지 못하냐에 달렸다는 게 박 전 의원의 시각이다.

그는 "김 비대위원장이 일단은 젊음·여성 등을 전면에 세웠다. 국민이 바라는 모습이다. 김 비대위원장 개인기로 모든 것을 돌파하려고 하겠지만, 당이라는 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홍준표, 유승민과 보수 지지층이 저항하는 상황에서 어디까지 갈지 미지수"라며 "그분 특징이 내부에서 불만이 터지면 '나 안 해'하고 나가버린다.(웃음) 그래서 제가 보기엔 'Good start, Bad finish'(굿 스타트, 배드 피니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여야는 국회 개원을 놓고 줄다리기 중이다. 이와 관련 박 전 의원은 이런 여야의 모습을 엄포와 엄살의 대결이라고 해석했다. /남용희 기자
여야는 국회 개원을 놓고 줄다리기 중이다. 이와 관련 박 전 의원은 이런 여야의 모습을 "엄포와 엄살의 대결"이라고 해석했다. /남용희 기자

◆상임위원장 줄다리기, '법사위=민주당 예결위=통합당'

박 전 의원과 인터뷰를 하다 보면 '방송 섭외가 많은 데는 다 이유가 있구나'를 절로 알게 된다. 단순 평가는 물론, 인물의 스토리와 그에 맞는 비유가 탁월했다. 거기에 촌철살인과 블랙유머까지 곁들인다.

가끔은 안에 있을 때보다 밖에서 볼 때, 또는 멀리 떨어져서 볼 때 더 잘 보이는 법이다. 국회를 떠난 박 전 의원도 그렇지 않을까. 그렇다면 한 발 떨어져 여야의 21대 국회 상임위원장 줄다리기를 보는 그의 예상이 궁금했다.

그는 "5일 전에 원구성이 될 것으로 본다. 의장단은 이미 선출된 것이나 다름없다. 상임위는 8일까지 난항이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지금 '승자독식으로 미국처럼 다 먹겠다'고 한 것은 법사위·예결위원장 달라는 것으로 통합당에 엄포를 놓고 있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반대로 통합당은 지금 엄살을 부리는 것이다. 엄포와 엄살의 대결이다. 개인적으로는 법과 제도에 의한 개혁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법사위·예결위를 민주당이 가져야 한다고 본다"고 여당에 힘을 실었다.

그는 "알토란 같은 젖과 꿀이 흐르는 국토교통위와 보건복지위를 야당이 가져가도록 하는 게 어떨까 싶다. 여야가 협상을 잘하면 법사위는 민주당, 예결위는 통합당으로 갈 수도 있다. 국회 개원은 웃고, 만나서 싸우는 것"이라며 짬(경력)에서 나오는 특유의 웃음을 보였다.

21대 국회는 민주당이 정의당과 열린민주당 등 범진보를 합치면 190석에 가깝다. 이견만 없다면 범진보가 못할 게 없는 구조다. 그렇다고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여당이 마음대로 주무를 순 없다.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박 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23개월 남았다. 지난 3년은 통합당이 발목을 잡으면서 법과 제도로 개혁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나마 대통령 의지로 여기까지 온 것은 정말 잘한 것"이라면서 "이번 국회에선 개혁과 개헌이 이루어진다고 본다. 제가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오만하지 마라', '야당 무시하지 마라', '민심은 한 방에 훅 간다. 겸손하게 야당에 제안하고 설득하라'고 충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야당이 황교안식으로 국회를 버리고 광장으로 나가고 설득이 안 되면 국민에 호소해서 법안처리 해야 한다. 끌려다니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박 전 의원은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1위를 달리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 대해 많은 도전을 받으면서도 현재의 민심을 가져가느냐가 중요하다. 본인이 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더팩트 기자와 차기 대선후보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박 전 의원. /남용희 기자
박 전 의원은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1위를 달리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 대해 "많은 도전을 받으면서도 현재의 민심을 가져가느냐가 중요하다. 본인이 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더팩트 기자와 차기 대선후보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박 전 의원. /남용희 기자

◆민심은 이낙연 아닌가? 그러나 당(黨)심은…

현재 민주당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김부겸 전 의원, 김두관 의원, 김경수 경남지사까지 대권 후보군 전력이 뛰어나다. 보수진영 대권 후보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누가 나와도 경쟁력이 있다는 게 박 전 의원의 분석이다.

이낙연 전 총리는 대선후보 지지도 1위다. 다른 대선후보들과 격차도 상당하다. 특별한 문제만 없다면 무난하게 대선후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이 전 총리의 대선후보 가능성을 묻자 "민심은 이낙연 아니에요? 그러나 당심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이 전 총리가 많은 도전을 받으면서도 현재의 민심을 가져가느냐가 중요하다. 본인이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민주당 내에서 전남 출신 이 전 총리 독주에 전북 출신 정세균 국무총리의 경쟁이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른바 '남북전쟁'이다. 박 전 의원은 '남북전쟁'을 본인이 만들었다고 했다.

박 전 의원은 "정 총리가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다. 아마도 당심은 상당히 정 총리에게 있을 것"이라면서도 "김경수 지사도 유능한 경제전문가를 보강해서 대선을 준비해 가는 것 아닌가. 또, 김두관 의원, 김부겸 전 의원, 이재명 지사, 박원순 시장도 이 전 총리 독주에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면서 "강한 경쟁은 이 전 총리에게 시험대도 되지만, 당원과 국민은 이런 과정을 보며 단단해질 이낙연의 모습을 바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역대 대통령 출신이 고 김대중 대통령을 제외하곤 모두 경상도라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난 1997년 대선 당시 DJ도 김종필 전 총재와 DJP연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경상도 지역에서 30% 이상을 득표해야 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박 전 의원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DJ,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까지를 보면 진보와 보수가 10년 주기로 정권이 바뀌는 것도 있다"면서도 "지금 민주당 구도는 승리할 수 있는 구도로 갔다. 177석, 열린민주당까지 포함하면 180석의 중앙정치가 이뤄지고 있다. 또, 가장 표가 많은 광역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도 대부분이 민주당"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2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 후 석 달도 안 돼서 지방선거가 있다. 항상 대통령 선거 이후에 있었는데 이번엔 다르다. 그러면 민주당의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죽을 듯이 선거운동을 할 것이다. 이런 상황들을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민주당 경선이 본선이다. 그래서 지역을 뛰어넘을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박지원 전 의원은 누구? 1942년 6월 5일 전라남도 진도군 고군면에서 출생, 1980년대 미국에서 고 김대중(DJ)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1992년 14대 민주당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DJ가 대통령 당선 후 문화관광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을 거쳐, 18~20대까지 전남 목포시를 지역구로 내리 3선했다. 그러나 이번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김원이 후보에게 패하며 낙선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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