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최근 남북협력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면서 남북협력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다. 과연 북한이 이에 호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6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을 방문해 판문점 견학준비상황 관련 견학코스를 점검하고 있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 /통일부 제공 |
전문가들 "당장은 어렵지만,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더팩트ㅣ통일부=박재우 기자] 정부가 최근 남북협력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호응할지 주목된다. 경색된 남북관계와 맞물려 있는 현안이기도 해 정부가 강력히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북한과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분명하다.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27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고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이사회(UNESCAP)를 통해 490만 달러 규모(한화 60억4900여만 원)의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그 전날에는 우리 국민이 해외여행 중 북한 주민을 만나면 신고를 간소화하기 위해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일부를 개정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통일부는 지난달 23일 동해북부선을 남북 교류협력 사업으로 지정하고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했다. 남측 부분인 동해북부선을 먼저 착공하면서 남북 철도 연결사업을 재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중단됐던 판문점 견학을 6월부터 시범적으로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런 통일부의 행보는 우리 정부가 미국 중심의 한반도 문제 해결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초대, 1·2·3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문을 열었지만, 제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독자적인 남북 협력 사업을 강조한 것에 따른 측면도 있다. 문 대통령은 임기 3주년을 맞은 특별연설에서 "이제는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 간에 있어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은 찾아내서 해나가자"고 발언했다. 남북 협력 사업을 통해 대화의 물꼬를 터보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3일 통일부는 동해북부선을 남북 교류협력 사업으로 지정하고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했다. 지난달 27일 강원 고성군 제진역에서 열린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침목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최근 여당의 총선 압승 이후 대북정책의 동력을 확보한 것도 한몫했다. 20대 국회에서는 야당의 반대로 4.27 판문점선언 비준이 무산된 바 있고, 정부여당으로서는 국회 비준 실패가 남북교류협력에 있어 장애물로 여겨져왔다. 여당은 개헌을 제외하고 단독으로 법안 처리 등이 가능한 의석(177석)을 확보했다.
이뿐 아니라 통일부가 남북교류협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대외적인 요구도 이어졌다. 5.24조치 10주년을 맞아 남북 경제협력기업 등 관련 단체는 통일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24조치의 전면 해제를 요구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지난 22일 '창작과 비평' 2020년 여름호 대담에서 "지금처럼 제재를 너무 방어적으로 해석해서는 절대로 남쪽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없다"고 통일부를 향해 주문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도 지난달 20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특별대담에서 "북한의 최우선 과제가 보건의료 쪽으로 돌아섰다"며 평양종합병원 건설 협력을 구체적으로 제안해 남북협력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몇억달러를 써서라도 큰 그림 만들고, 이걸 갖고 북측에 물밑으로 제안하고 남북정상회담으로 가는 밑바탕을 삼아야 한다"면서 "인도주의와 대북제재 사이 지점에서 담대한 제안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대 관건은 북한의 호응 여부가 될 전망이다. 북한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우리 정부의 제안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남북 공동으로 매주 개최됐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소장 회의는 중단됐고,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관련된 정부의 방역협력 제안에도 북한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당장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는 없다고 보면서도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 노동당 제7기 제4차 중앙군사위원회 확대 회의에 참석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도 우리 정부 방역·보건협력 제안에 호응하지 않으며 대내적으로 연일 ‘자력갱생’을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3일 "우리 인민은 시련이 중첩된다고 해 겁을 먹거나 밥 한술 더 뜨겠다고 혁명적 원칙에서 탈선할 나약한 인민이 아니"라며 "경제건설의 유리한 대외적 환경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화려한 변신을 바라며 지금껏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을 팔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북한의 호응을 당장은 이끌어낼 수는 없다고 보면서도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북한이 현재 이 제안을 쉽게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면서 "북한은 미국과 핵문제를 풀고 남북관계를 이끌어나가야 이익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도 북한에 관심을 주지 않고 있고 북한도 그런 미국에 대해 양보보다는 정면돌파를 선언해 우리의 정부의 입장을 되진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하반기 북한 경제가 어려워지면 (북측에서) 낮은 단계에서 협력을 요청할 가능성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북한이 우리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취지의 견해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교 교수는 통화에서 "북한은 통일부의 메시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면서 "다만, 북한이 코로나 진정국면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코로나가 진정돼야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