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전부 가져가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여야간 기싸움이 심화되고 있다. 27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양재=이새롬 기자 |
국민의당 "편협한 생각…개개인 헌법기관 존중해야"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원구성 협상과 관련해 "상임위원장을 모두 맡는 게 국회 운영의 기본 원칙"이라고 발언하면서 정치권 파장이 상당하다. 당장 야당은 "국회를 없애라고 해라"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미래통합당은 앞서 21대 원구성 협상에서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을 포함한 7개 상임위원장직을 요구했다. 민주당도 코로나19 사태 극복과 국회 개혁을 위해 두 상임위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개원 전 원구성 협상에서부터 이해관계가 충돌하자 민주당이 본격적인 압박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27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와 당선인 워크숍에서 "관행을 근거로 근본적으로 잘못된 국회를 다시 만들려는 야당의 주장과 논리, 행태를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면서 "상임위를 몇 개 먹느냐는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듯 하다"고 꼬집었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날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모든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은 원칙"이라며 "상임위를 11대 7로 자기네 거라고 얘기하는데, 이는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통합당은 "국회를 없애라고 하라"며 불쾌해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여당이냐 야당이냐보다 중요한 게 헌법상 삼권분립이다. 행정부를 견제하는데 이러면 안 된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배현진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원구성에 대한 여당 지도부의 도발적인 발언들이 관례적인 협상 전략인지 은연중 터져나온 오만의 발로인지 알 수 없다"며 "현재 통합당의 상임위 배분안은 여당이 과거 야당이던 시절 동일하게 요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은 여당 발언에 즉각 반발했다. 법사위와 예결위 위원장을 요구하고 있는 통합당이 만약 보이콧에 나설 경우 여당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7일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조직위원장회의에 참석한 모습. /배정한 기자 |
군소정당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국회법상 의사결정방식에 따르면 민주당이 표결을 통해 전체 상임위원회를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국회법 위엔 헌법이 있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개개인은 헌법기관이고,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대받고 있다"며 "177명 외에 나머지 의원들에 대한 존중이나 그들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장을 열어두지 않는 건 헌법 정신에 문제가 있는 사고와 판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의원은 "(여당이) 선거 결과로 180석을 얻었지만, 국민의 마음은 한 표 한 표가 다르다"면서 "국민의 표를 받은 사람들의 권한과 역할에 대한 공간을 협의하지 않겠다는 자세는 국민 전체의 마음을 아우르지 못하는 편협한 사고방식"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종철 정의당 대변인은 "법사위와 예결위를 가져가기 위한 '협상용 발언'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다만 김 대변인은 통화에서 "교섭단체들끼리 협의할 문제지만, 2008년 새누리당이 151석, 민주당이 82석일때도 상임위 배분을 12:6 정도로 했었다. 관행적으로 해온 국회 제도에 대한 재정비는 필요하지만 '한 석도 줄 수 없다'는 건 애매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당 발언을 "압박용"이라면서도 "압도적인 힘을 가질 경우 책임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4일 김 원내대표와 주 원내대표가 회동한 모습. /남윤호 기자 |
전문가들도 민주당의 입장을 두고 '여야 기싸움이 벌어지는 상황', '다목적 포석'이라는 평가가 다수 나왔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통화에서 "여당이 상임위원장을 100% 다 가져갈 수도 없고, 가져가는 전례도 없다"면서 "상임위 배분도 배분이지만, 이걸 통해 여야 간 힘의 무게를 규정지으려고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여당이 압도적인 힘을 가질 경우 국회 의사일정의 효율성은 높겠지만, 그로 인한 책임은 클 것"이라며 "국정운영의 결과가 좋은 것만 있지는 않다. 어떨 때는 불가피하게 좋지 않은 결과도 나오는데, 그런 것들을 분산시킬 수 없게 된다. 현재 코로나 사태, 경제살리기 등 사회 문제가 있는데 여당이 전적으로 풀어낼 상황이 못 된다"고 전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여당 발언에 대해 "대야 협상을 위한 일종의 압박용"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하지만 그 발언 자체는 적절하지 않다"면서 "법대로 해도 국회는 정치가 더 위에 있다. 정치의 본질은 여야가 협상하고 대화하는 것"이라고 민주당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당연히 반발할만한 것"이라면서도 "만약 여기서 주 원내대표가 협상을 보이콧하고 원구성을 제대로 못하게 되면 (여당이) 더 강하게 나갈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21대 국회 개원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여대야소 정국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특히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폐지를 둘러싸고 이견을 보여 원구성 협상은 쉽사리 결론을 맺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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