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김종인 비대위'에 잠재된 통합당 리스크
입력: 2020.05.27 05:00 / 수정: 2020.05.27 05:00
미래통합당은 27일 국회에서 열리는 통합당 상임전국위원회·전국위원회에선 김종인 비대위 임기를 내년 4월까지로 하는 방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에 당내 일각에선 자강론을 내세우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 내정자가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나오는 모습. /이선화 기자
미래통합당은 27일 국회에서 열리는 통합당 상임전국위원회·전국위원회에선 김종인 비대위 임기를 내년 4월까지로 하는 방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에 당내 일각에선 자강론을 내세우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 내정자가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나오는 모습. /이선화 기자

당내 일각 '김종인 반대론' 여전…어젠다 지적도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미래통합당이 27일 상임전국위원회·전국위원회를 잇달아 열고 내년 4월까지를 임기로 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최종 의결한다. 지난달 28일 같은 시도에선 임기가 8월 말로 제한된 '반쪽 김종인 비대위' 출범이 의결돼 당사자가 거부한 바 있는데, 임기를 늘리는 방안을 재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22일 통합당 21대 국회 당선자들이 투표로 이같은 방안을 결정했지만, 당내 일각에선 외부인사에게 당의 미래를 맡기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반대론자들은 김 내정자의 나이(81세)와 여야를 오간 경력, 20대 국회에서 세 차례 외부인사에게 비대위를 맡겼다가 실패한 경험(김희옥·인명진·김병준 비대위) 등을 거론하면서 자강론을 주장하고 있다.

조경태 통합당은 최고위원(5선, 부산 사하을)은 26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원이 반대하는 비대위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사람 없는 정당에 왜 있는 것인가. 18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81석을 얻고도 정상적으로 전당대회를 열어서 새 지도부를 꾸렸다. 책임정당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남의 손에 당의 미래를 맡기려는 게 얼마나 비겁한 모습인가"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김종인 비대위 임기 연장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통합당 제 1차 상임전국위원회는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이새롬 기자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김종인 비대위 임기 연장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통합당 제 1차 상임전국위원회는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이새롬 기자

실제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통합당 지도부 체제'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42.3%가 '8월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선택했다. 내년 3월까지 임기로 한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대한 지지는 19.0%에 그쳤다(잘 모름 38.7%).

특히 통합당 지지층의 경우 8월 조기 전대 의견은 과반 이상인 51.3%에 달했다. 반면 김종인 비대위 지지는 28.6%에 불과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상세한 내용은 쿠키뉴스 누리집 참조).

조 최고위원은 "이번 전국위 개최는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라며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선자 워크숍 직후 김 내정자를 찾아갔는데, 그전에 당원의 뜻을 묻기 위해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해 김종인 비대위 추진 여부를 물었어야 했다. 바뀐다면서 뭐가 바뀌는 것인지 모르겠다. 책임정당의 모습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한 조 최고위원은 "20대 국회에서 외부인사를 영입해 세 차례 비대위를 했지만 잘 안 됐다"라며 "왜 또다시 내부에 사람이 없다고 하면서 외부인사로 비대위를 하려는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장제원 통합당 의원(3선, 부산 사상)도 최근 SNS를 통해 "우리는 스스로 혁신할 자격도 없다는 변명으로 또다시 80대 정치 기술자 뒤에 숨었다"라며 "세대교체, 과거 단절, 젊은 정당을 외친 지 하루 만에 그것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을 경륜이라는 포장지에 싸서 차기 대선과 내년 보궐선거까지 몽땅 외주를 주었다. (거물 정치인에 대한) 의탁 의존적 습성을 결국 버리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28일 오후 통합당 조경태 최고위원(왼쪽)과 심재철 전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통합당 제 1차 전국위원회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이새롬 기자
지난달 28일 오후 통합당 조경태 최고위원(왼쪽)과 심재철 전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통합당 제 1차 전국위원회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이새롬 기자

장 의원은 또 "세대교체도 남이 해줘야 하고, 젊은 정당도 남이 만들어줘야 하고, 과거와의 단절도 남이 끊어줘야 하는 자생력 없는 정담임을 고백한 것"이라며 "지금이 우리 자생력을 키울 기회였지만, 또다시 1년간의 신탁통치를 받게 됐다. 투표로 결정된 사안을 존중하지만, 이번 신탁통치가 우리당의 역사에서 마지막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수도권의 한 통합당 재선 의원은 "지금 상황에선 김종인 비대위로 갈 수밖에 없지만, 그 기간에 대해선 상당한 논란이 있다"라며 "비대위 체제를 1년간 하는 것은 너무 길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합당 내에서 김종인 비대위에 반대하는 일부가 부정적 의견을 낼 수도 있지만, 지금은 '최선'을 찾는 게 아니라 지금보다 나은 상황을 만들려는 것"이라며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일단 김종인 비대위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보다는 운영 방향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기본소득제 도입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제도는 전 세계에 실시한 나라는 있지만, 계속 실시하는 나라는 없다"며 "국가 예산을 고려하면 기본소득제는 가능성이 없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수 이념을 떠나는 이야기도 하는데, 지금은 이념이 중요한 게 아니라 먹고 사는 것과 직결된 '실용'이 중요한 시기"라며 "구체적으로 실용적 대안을 제시하는 야당으로 바뀌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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