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국회 이사철,'좋은 방·나쁜 방·의미(?) 방'
입력: 2020.05.21 05:00 / 수정: 2020.05.21 05:00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회가 이사철을 맞았다. 국회 의원회관은 떠나는 자, 남는 자, 새롭게 들어오는 자의 좋은 방을 배정받기 위한 물밑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더팩트 DB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회가 '이사철'을 맞았다. 국회 의원회관은 떠나는 자, 남는 자, 새롭게 들어오는 자의 좋은 방을 배정받기 위한 물밑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더팩트 DB

선수·나이 따라 순서대로…주목받는 방은 다 이유가 있다?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의원회관이 '이사철'을 맞았다. 당선인들은 앞으로 4년간 의정활동을 펼칠 '새 둥지'를 위해 너도나도 '좋은 방'에 들어가려는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낙선한 방에선 짐 정리가 한창이다. 국회 사무처의 권고에 따라 진작 방을 비웠어야 하지만, 20일 본회의 열려 아직 문을 닫은 곳은 흔치 않았다.

다만 각 의원실 집기나 서류들을 의원실 입구에 빼곡히 쌓아둔 곳은 많았다. 온풍기·가습기 등 크고 작은 짐들은 물론 줄줄이 놓여 있는 화분이 눈에 띄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남은 화분은 직원들이 나눠 갖거나 폐기처분된다.

국회 이사철 의원회관 지하 1층에 위치한 '문서 세단실'은 최대 성수기를 맞는다. 각종 기밀 문서는 모두 이곳에서 파쇄되며, 보좌진들은 서류나 책을 카트에 가득 싣고 이곳을 찾는다. 거대한 파쇄기가 모든 서류를 소화하면 잔해를 치우고 다시 파쇄를 진행하는 건 모두 보좌진의 몫이다. 이를 두고 한 낙선 의원실 보좌진은 "(파쇄기를 보고 있으면) 열심히 했는데 정말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 지하에 위치한 문서 세단실에서 보좌진들이 각종 서류를 파쇄하고 있다. /문혜현 기자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 지하에 위치한 문서 세단실에서 보좌진들이 각종 서류를 파쇄하고 있다. /문혜현 기자

지난해 말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에 입성한 정은혜 민주당 의원은 텅 빈 의원실을 찍어올리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정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여기서 슬퍼하고, 기뻐하고, 감사하기도 했다"며 "새로운 문으로 들어가기 위한 탈출(?)이라고 생각하자"고 했다.

2주 뒤면 의원회관은 새로 들어온 당선인들로 붐빌 예정이다. 국회사무처가 정당별로 방을 배치하면 각 당의 원내행정국이 의원들에게 배정한다. 원내행정국에서 배치가 끝나면 이를 원내대표가 최종 확인한다.

'좋은 방'의 조건은 경치, 의미, 접근성 등으로 나뉜다. 경치는 한강뷰, 분수대뷰, 흡연실뷰로 나뉘어 후자로 갈수록 '경치가 그닥 좋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흡연실이 보이는 방의 경우 항상 어두컴컴해 보좌진들의 기피 대상이라고 한다.

접근성이 높으면서도 고층에 속하는 6~9층은 '로열층'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의원실은 다선 의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실제 방 배정이 선수·나이를 기준으로 나뉘는 만큼 4선 이상의 중진 의원들이 차지하게 된다.

늦깎이 의원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했던 정은혜 민주당 의원은 텅 빈 의원실 사진을 올리며 소회를 밝혔다. /정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늦깎이 의원'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했던 정은혜 민주당 의원은 텅 빈 의원실 사진을 올리며 소회를 밝혔다. /정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 20대 국회 때는 더불어민주당 4선 이상 중진 의원 18명 중 14명이 이곳으로 몰렸다.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에선 서청원 의원(8선), 원유철 의원(5선), 김무성 전 대표(6선) 등이 자리를 잡았다.

정치권에선 21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당선된 이낙연 전 총리의 방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이자, 중진 의원인 이 전 총리는 로열층인 746호에 사무실을 차리게 됐다.

지난 19일 746호를 방문한 <더팩트>는 미리 와서 사무실을 둘러보는 이 전 총리 측 관계자를 만날 수 있었다. 해당 관계자는 "아직 이사는 하지 않았다. 국회사무처 허가가 나면 하게 될 것"이라며 "이 방이 원래 의원실 구조가 어떤지 보여주는 용도였다고 한다. 미리 한 번 보러 왔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전직 대통령들이 사용했던 의원실에 누가 들어가게 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용했던 325호는 권칠승 민주당 의원이 사용 중이다. 재선 의원이 된 그는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방을 사용할 예정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인 5월 23일을 거꾸로 한 325호를 선택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밖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638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545호와 312호 등도 있다. 두 방 모두 민주당 의원들이 사용할 예정이다. 민주화운동, 남북공동선언 날짜를 의미하는 '419', '518', '615'호도 인기가 있다. 특히 615호는 역사상 첫 남북공동선언에 나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지원 민생당 의원이 18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12년 동안 사용해왔다.

이낙연 전 총리는 전망이 좋은 746호를 사용할 예정이다. /문혜현 기자
이낙연 전 총리는 전망이 좋은 746호를 사용할 예정이다. /문혜현 기자

박 의원이 21대 총선에서 낙선하면서 민주당 호남 의원들은 615호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민주당 원내행정실은 김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에게 이 방을 배정했다. 이에 대해 김 당선인 측은 통화에서 "(김 당선인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일하시라고 당에서 배려를 해준 것"이라며 "부모님의 정신과 철학, 뜻을 이어받으려고 해준 것이라 저희도 감사하다"고 밝혔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10층은 보안에 강해 탈북민 출신으로 근접 경호를 받는 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인과 지성호 미래한국당 당선인이 사용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국회 의원회관은 오는 6월부터 3층부터 10층까지 층마다 스피드게이트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통화에서 "그동안 의원회관에 출입할 때 방문증을 발급하는 절차가 있었지만 외부인이 1·2층 세미나실과 식당 외에 의원실을 자유롭게 다니면서 소란행위가 발생하기도 했다"며 "국회의원들의 안정적인 의정활동을 위해 게이트를 설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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