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역대 최악' 오명 썼지만 '45년 한' 풀어준 20대 국회
입력: 2020.05.20 20:09 / 수정: 2020.05.20 20:09
말도 많도 탈도 많았던 20대 국회가 20일 마지막 본회의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마지막 본회의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하는 모습. /국회=남윤호 기자
말도 많도 탈도 많았던 20대 국회가 20일 마지막 본회의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마지막 본회의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하는 모습. /국회=남윤호 기자

최종 법안처리율 37.2%…낙선자들 셀카 촬영으로 아쉬움 달래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20대 국회가 20일 마지막 본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끝났다. 국회 선진화법 이후 벌어진 몸싸움과 최저 법안 처리율 등으로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쓴 20대 국회는 과거사법 개정안을 통과 시켜 45년을 기다려온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유족들의 한을 풀 길을 열었다.

의원들은 여야, 21대 입성 여부와 상관없이 이야기꽃을 피우며 20대 국회의 아쉬움을 달랬다. 본회의 끝까지 자리를 지킨 의원은 150여 명이었다. 마지막까지 결석·지각·조퇴는 여전했다.

이날 오후 3시에 열릴 예정이었던 본회의는 4시 15분에 시작됐다. 표결을 위한 재석의원 수는 넘었지만 밀린 숙제를 하느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 심사 시간이 는 탓이다. 이날 본회의는 오후 6시 56분에 끝났다.

회의에 아예 참석하지 않거나 지각하거나 중간에 자리를 뜨는 의원들도 다수 있었다. 순서가 앞에 있는 법안 의결 때는 투표에 참여하는 의원 수가 180대 후반~200대 초반을 유지했다. 하지만 중간에 떠나는 의원들이 늘어나더니 마지막 법안인 '디지털성범죄물 근절 및 범죄자 처벌을 위한 다변화된 국제공조 구축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킬 때 회의장을 지킨 의원은 재적의원 290명 중 149명에 불과했다. 미래통합당은 여의도 식당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술자리도 마련했다.

마지막 본회의는 짧은 방학식을 앞둔 것처럼 들뜬 분위기가 회의장을 감돌았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마지막 본회의 의사진행에 앞서 "이제 제20대 국회는 대한민국 역사를 이어가는 징검다리의 하나의 디딤돌이 됐다. 지나간 시간 돌아보면 더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왜 없겠나. 그러나 여러분 모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한 분 한 분 모두 참 고생했다"라고 격려했다. 문 의장의 발언이 끝나자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의석에선 큰 박수 소리가 나왔다. 미래통합당 쪽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박수를 보냈다.

이날 본회의에선 인권위 비상임위원 선출 건으로 20여분간 모처럼 모인 의원들이 대화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차기 국회의장 박병석 의원과 사진찍는 지상욱 미래통합당 의원. /남윤호 기자
이날 본회의에선 인권위 비상임위원 선출 건으로 20여분간 모처럼 모인 의원들이 대화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차기 국회의장 박병석 의원과 사진찍는 지상욱 미래통합당 의원. /남윤호 기자

이날 두 번째 안건인 '국가인권위원회 신임 비상임위원 선출'을 위한 투표가 진행된 약 20분간 동안 대화의 장이 조성됐다.

21대 국회에서도 의정활동을 이어가는 당선자들은 낙선자들을 위로했다. 김두관 의원은 김병관 의원의 어깨를 치며 격려했다. 여야가 따로 없었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도 노웅래, 원혜영 민주당 의원 등과 악수하며 대화를 나눴다.

반가운 얼굴들도 오랜만에 모습을 보였다. 금태섭·진선미·전현희 의원 등이 본회의에 참석했다. 낙선자들은 헤어짐이 아쉬운 듯 길게 이야기를 나눴다.

마지막 의정활동을 기념하는 사진도 찍었다. 송영길 의원과 박경미 의원의 사진을 김정호 의원이 찍어줬다. 임이자 의원도 앞줄 짝꿍 의원들의 사진사를 자처했다.

21대 국회의 미래도 논의했다. 김진표 의원이 국회의장 후보 등록을 포기하면서 사실상 차기 국회의장으로 확정된 박병석 의원 앞으로 의원들이 몰렸다.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4년간 정든 국회의원들은 아쉬운 마음과 설레는 마음을 전하며 대화를 나눴다. 21대 전반기 국회 부의장으로 사실상 확정된 김상희 의원(중앙)과 21대 국회에서 낙선한 전현희 의원이 석원정 서울시 성동 외국인노동자센터 센터장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선출을 위한 투표 결과를 기다리는 중 대화하는 모습. /국회=박숙현 기자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4년간 정든 국회의원들은 아쉬운 마음과 설레는 마음을 전하며 대화를 나눴다. 21대 전반기 국회 부의장으로 사실상 확정된 김상희 의원(중앙)과 21대 국회에서 낙선한 전현희 의원이 석원정 서울시 성동 외국인노동자센터 센터장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선출을 위한 투표 결과를 기다리는 중 대화하는 모습. /국회=박숙현 기자

20대 국회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풍경은 마지막 날까지 여전했다. 원혜영·전혜숙·박지원·김병관 등 마스크를 아예 꺼내지 않은 의원들도 있었다. 국회는 본회의장에 출입하는 이들 모두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유하고 있다. 이인영·김해영 의원 등은 마스크를 가져왔지만 대화 중에는 마스크를 벗었다. 반면, 이상민·정춘숙·조승래·진선미·박찬대·김영호·이철희 의원 등은 대화할 때도 마스크를 착용했다.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자 형제복지원 피해자 관계자들이 부둥켜안고 있는 모습.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대표(오른쪽 노란색 상의), 4.9통일평화재단 안경호 사무국장(가운데), 곽정례 한국전쟁유족회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왼쪽). /남윤호 기자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자 형제복지원 피해자 관계자들이 부둥켜안고 있는 모습.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대표(오른쪽 노란색 상의), 4.9통일평화재단 안경호 사무국장(가운데), 곽정례 한국전쟁유족회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왼쪽). /남윤호 기자

20대 국회는 마지막 본회의에서 130여 건의 법안을 처리했다. 그 중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안'은 재석 의원 210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져 눈길을 끌었다.

이날 가장 관심을 받은 법안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었다. 과거사정리위원회를 재개하고 위원회의 규모와 기간을 늘리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당초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었지만 김무성 통합당 의원의 중재로 여야 협의가 급물살을 탔다. 과거사법이 본회의에서 통과되자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대표와 곽정례 한국전쟁유족회 여성위원회 부위원장 등은 서로 부둥켜안았다. 기자회견에서 한 씨는 "대한민국은 민주국가이니 부랑인일지라도 죄를 짓지 않는 이상 누군가 잡아가선 안 된다는 인식을 시민들이 잡아줘서 정말 감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드디어 집에서 잡니다"라며 과거사법 진상 규명 촉구를 위해 2년 넘게 국회의사당 앞에서 천막 농성했던 최승우 씨와 얼싸안았다. 최 씨는 김 의원을 향해 큰절하고, 홍익표 민주당 의원을 향해 "형님"이라고 부르는 등 감격에 겨워했다.

이 외에도 '코로나19 대응 관련법', 'N번방 후속입법', '과거사법', '김관홍법', 고용안전망 강화를 위한 고용보험법 개정안과 구직자 취업 촉진 및 생활안정지원법, 공인인증서 폐지가 핵심 내용인 전자서명법 개정안 등이 처리됐다.

한편 20대 국회에는 지난 4년간 총 2만4139건의 법안이 제출됐지만 이날을 끝으로 8985건만 처리(가결·부결·대안의결 등)했다. 20대 국회 최종 법안처리율은 37.2%다. 제주 4·3 사건 관련 특별법 개정안, 부양의무를 제대로 못한 부모나 자식 등에 대한 재산 상속을 막는 일명 '구하라법',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 관련법 등 1만5154건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자동폐기된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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