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최초' 女 국회부의장 탄생하나…'유리천장 깨기' 다음은?
입력: 2020.05.20 05:00 / 수정: 2020.05.20 05:00
헌정 사상 첫 여성 국회부의장이 21대 국회에서 탄생할지 주목된다. 국회부의장 역할이 제한적이어서 상징성 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부의장 출마 선언을 하고 있는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헌정 사상 첫 여성 국회부의장이 21대 국회에서 탄생할지 주목된다. 국회부의장 역할이 제한적이어서 상징성 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부의장 출마 선언을 하고 있는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21대 국회에서 여성 의제 목소리 더 내야"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여성' 대통령이 나왔고, 정당의 대표·원내대표도 등장했다. 하지만 국회의장단에서 여성의 모습은 아직까지 찾아볼 수 없었다. 역대 최다 여성 의원이 당선된 21대 국회는 다를까.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4선, 경기 부천 소사)이 국회부의장 후보 경선에 출마하면서 헌정 사상 첫 여성 국회부의장이 탄생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유리천장 깨기'의 상징성 뿐만 아니라 젠더 이슈 등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김 의원은 21대 상반기 국회의장단 경선 후보 등록일 첫 날인 19일 국회부의장 후보 등록을 마쳤다. 민주당 내부에선 '첫 여성 국회부의장'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부의장 출마를 저울질했던 5선 변재일(충북 청주 청원) 의원은 이날 "헌정사 최초 여성 국회부의장이 탄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상민 의원(5선, 대전 유성을)도 물러난다면 민주당 몫 국회부의장은 김 의원으로 추대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여성 의원 모임도 김 의원 공동 지지 선언을 한 바 있다. 민주당 한 여성 의원은 "김 의원에 대한 분위기가 좋다"고 귀띔했다.

정치권은 여성 국회부의장이 탄생할 경우 국회의장단 유리천장을 깨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제가 국회의장단에 진출하는 것은 남성이 주도하는 정치 영역에서 공고한 유리천장 하나를 깨뜨리고 자라나는 젊은 세대에게 또 하나의 여성 롤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서영교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미국의 낸시 펠로시 의장, 러시아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의장, 에콰도르 가브리엘라 의장 등이 있지만 우리는 73년 헌정사에서 한 명도 없었다는 걸 되돌아봐야 한다"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을 만드는 것 자체로 의미있는 것이다. (여성 국회부의장 탄생을 계기로) 나중에 여성 국회의장이 배출될 수 있고, 다른 분야에서 여성의 위상이 달라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헌정 사상 첫 여성 국회의원은 1949년 치러진 보궐선거(경북 안동)에서 당선된 임영신(1899~1977·사진) 전 상공부 장관이다. 2호 여성 국회의원은 박순천(1898∼1983) 의원이다. 그는 민주당 창당 후 총재가 돼 첫 여성 당수란 기록과 최다선 여성 의원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국회보> 2014년 11월호
헌정 사상 첫 여성 국회의원은 1949년 치러진 보궐선거(경북 안동)에서 당선된 임영신(1899~1977·사진) 전 상공부 장관이다. '2호 여성 국회의원'은 박순천(1898∼1983) 의원이다. 그는 민주당 창당 후 총재가 돼 첫 여성 당수란 기록과 최다선 여성 의원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국회보> 2014년 11월호

실제로 1949년 최초의 여성 정치인 임영신 전 의원, 최다선(5선) 여성 정치인 박순천 전 의원을 거쳐 2020년 현재까지 국회의장, 국회부의장에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반면 전 세계적으로 여성 국회의장은 20.5%, 여성 국회부의장은 25.3%에 달한다. 여성들의 정치 활동이 과거보단 늘었지만 여전히 제약이 있다. 21대 국회에서 여성 당선인은 57명(지역구 29명·비례대표 28명)으로 전체의 19%를 차지해 역대 국회 중 가장 많다.

하지만 지역구 253명 중에는 29명(11.5%)에 그친다.

일각에선 국회부의장 역할이 적어 '첫 여성 국회부의장'이 큰 의미는 갖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행안부 정부의전편람에 따르면 국회부의장은 국가 의전서열 9위다. 최대 8명 규모의 부의장단도 따로 꾸릴 수 있다. 의원실과 별개로 1급 차관보에 준하는 비서실장과 3급 정무비서관, 4급 보좌관 등 보좌진이 늘어난다.

반면 권한은 많지 않다. 국회법에 '유보시 의장 대행'을 명시해뒀을 뿐이다. 본회의, 대정부질의 때 의장 대신 사회를 보는 등 의장을 옆에서 돕는 역할이 가장 크다. 국회선진화법 시행 전에는 야당의 반대 법안을 통과 시키기 위해 국회의장 대신 총대를 멨지만 현재는 그렇지도 않다. 다만 국회 민원 청취나 외국 국회 손님 접견, 의원실 토론회 축사 등의 업무가 있다.

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는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한명숙)가 임명됐다.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돼 동북아시아 3국 가운데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고, 2014년에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박 전 대통령, 한 전 총리, 박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더팩트 DB
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는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한명숙)가 임명됐다.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돼 동북아시아 3국 가운데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고, 2014년에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박 전 대통령, 한 전 총리, 박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더팩트 DB

그럼에도 여성 부의장이 탄생하면 정치 문화가 조금씩 달라지고 여성 정치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이라고 보는 기대는 크다.

양향자 민주당 당선인은 "수도권을 제외하면 민주당 여성 정치인은 저 혼자 뿐이다. 그만큼 여성의 정치 참여가 남성 중심화 돼 있는데 이 부분을 깨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의장단도 그래야 한다고 본다"며 "(여성 국회부의장 출마 공개 지지로) 역차별 얘기가 나오는 것도 가슴 아프다. 여성 의원 수가 적기 때문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 어느 정도 균형이 맞으면 그때부턴 공정한 경쟁 여건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정치 문화를 조성해 후배 여성 정치인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해주는 것도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의원이 국회부의장이 되면 국회 운영에서 목소리를 더 낼지도 주목된다. 김 의원과 남인순(3선) 의원 등은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전 후보자들을 찾아가 여성 상임위원장 3~4자리 배정과 상임위 간사 절반에 여성 의원 배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의원 수가 적은 만큼 알짜 상임위로 알려진 국토교통위나 정무위원회 등에서 여성 상임위원장은 드물다.

이와 함께 '디지털 성범죄' 등 젠더 의제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당과 원내지도부에서 젠더 이슈는 후순위로 밀렸다. 21대 국회에서 재선한 민주당 여성 의원은 "20대 국회 때 n번방 사건 등 성폭력 처벌 강화법을 발의해도 항상 지도부에서 뒤로 밀렸다. 이슈가 된 후에야 갑자기 n번방 법안 등이 순식간에 처리되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출마 선언에서 "정치권에서 여성 의제가 뒤로 밀리지 않도록 여성 의제가 뒷북 치는 의제가 되지 않게 하겠다"며 국회를 성평등한 대의기구로 만들기 위해 이와 관련한 태스크포스(TF)나 자문기구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권수현 부대표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장과 비교하면 국회부의장 역할이 많지 않지만, 아예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유의미하다고 본다"며 "국회의장이나 상대 정당 국회부의장의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할 경우 김 의원이 여성의 관점에서 의제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회에서 중요하게 다뤄야 할 부분에 대해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 n번방 사건 등 이런 의제 설정에도 나름 역할을 찾았으면 좋겠다. 김 의원은 여성 운동을 했던 분이고 여성 의제 관련해 당내 여성을 대표해 활동도 많이 했기 때문에 거는 기대도 크다"며 "후배 여성 정치인들을 위한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은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과 국회부의장 후보를 뽑는 당내 경선을 오는 25일 치른다. 경선은 결선 투표 없이 1차 투표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민주당 내 국회의장 후보 경선은 당내 최다선인 6선의 박병석 의원과 5선의 김진표 의원이 막판 단일화 협상을 진행 중이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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