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18일 미래통합당 주호영(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사과'의 말과 함께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면서 지난해 같은 날 광주를 방문했던 황교안 전 대표가 광주 시민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쳤던 것과 대조되고 있다. /광주=남윤호 기자 |
김순례·김진태 '망언' 사죄…시민단체 만나 '유공자 예우법' 약속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주호영 미래통합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첫 외부일정으로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면서 지난해 광주를 방문했다가 '물병'을 맞은 황교안 전 대표와 대조된다.
주 권한대행은 40주년 기념일 하루 전(17일)부터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보수 정치인들의 막말·망언에 대해 사죄의 뜻을 표하면서 "우리 당은 단 한 순간도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폄훼하거나 가벼이 생각한 적이 없다"며 "'5·18 민주유공자 예우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기념식 참석을 위해 광주 5·18 민주묘역을 찾은 주 권한대행은 "통합당은 5·18 정신에 기반해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하나된 국민통합을 이뤄가는데 앞장 서겠다"며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서는 거듭 죄송하고 잘못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재차 사과했다.
이날 기념식에서 주 권한대행의 앞길을 막거나 고성을 지르는 시민들은 없었다. 유가족들도 주 권한대행의 발언에 화답하며 "이게 대통합으로 가는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 대표께서 영남을 대표하고 저희는 호남쪽 민주주의를 상징해 대한민국이 대통합으로 가는 첫 출발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5·18 유공자는 괴물집단' 등 막말을 일삼았던 의원들을 '솜방망이 처벌'했다는 비판을 받은 1년 전 황 전 대표의 기념식 참석 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지난해 당 대표 자격으로 5·18 민주묘지를 찾은 황 전 대표는 광주 시민과 시민단체, 대학생 100여 명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당시 이들은 "황교안은 물러가라! 집에 가라, XXX야!",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라고 비난하며 황 전 대표의 진입을 막았다.
지난해 5월 18일 광주 시민들은 '5·18 망언' 의원 제명을 요구하며 황 전 대표를 격렬히 거부했다. /남윤호 기자 |
황 전 대표는 이날 넥타이를 붙잡히는 등 수난을 겪었다. 현장은 고성과 함께 플라스틱 의자, 우산, 물병이 날아드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황 전 대표는 이날 직접적인 피해를 입진 않았지만, 수많은 사람에 치여 300m 거리 이동하는데 25분이 걸렸다.
황 전 대표는 분향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사과하라"는 격렬한 항의에 떠밀려 승합차를 타고 비상문을 빠져나가야 했다.
반면 주 권한대행은 사전에 공식사과 입장을 밝히며 호남의 분노를 가라앉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민주묘지 방명록에 '5월 정신으로, 자유와 정의가 역동하는 하나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겠다'고 썼다. 주 권한대행은 '5·18역사왜곡처벌특별법 제정'에 관한 유가족 물음에 "논의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고 헌법상 표현의 자유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전문가 의견을 듣고 심의 끝에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위법 소지라고 하면 (표현이) 강하고 말하자면 챙겨봐야 하는 문제라고 봐야한다"고 답했다.
주 권한대행은 5·18단체 대표자와의 면담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이종명 의원 등의 제명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남윤호 기자 |
'강제수사권' 요구와 관련해선 "압수수색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사법경찰, 검찰과 조정할 문제가 남아있는 모양"이라며 "자꾸 안 해주려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데 적극적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추호도 진정성을 의심하지 마시고, 다른 제도 등의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시간을 가지고 논의를 지켜봐달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주 권한대행은 다만 5·18 막말의 당사자였던 이종명 의원에 대한 징계를 재차 요구하는 물음에는 "당이 다르기 때문에 더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고, 징계도 한 번 하고 나면 두 번, 세 번 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며 양해를 구했다.
이날 주 권한대행은 민주묘역 참배 후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해 발간된 '오월 그날'이라는 제목의 책을 구입하고 통합당 광주·전남 지역 출마자들과 비공개 오찬을 가졌다.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평가를 두고 보수 진영의 사과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통합당의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