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따님,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해 주세요"
입력: 2020.05.18 15:38 / 수정: 2020.05.18 16:25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5·18민주화운동 40주기인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광주=남윤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5·18민주화운동 40주기인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광주=남윤호 기자

  5·18부상자회장 "폭도라는 누명에 숨어다녔다"

[더팩트ㅣ이철영 기자·청와대=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5·18민주묘지 2묘역을 찾아 평생을 트라우마로 고통받다 생을 마감한 고 이연 씨 유가족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제40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후 5·18기념재단 초청으로 참석한 양승동 KBS 사장, 박성제 MBC 사장과 5·18 민주유공자 유족회장, 미래세대 대표 등과 함께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대표 헌화·분향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처음으로 5․18민주묘지 2묘역에 있는 고 이연 유공자 묘지를 참배했다.

이연 유공자 묘비에 참배한 문 대통령은 "한창 좋을 나이에 돌아가신 것을 보면 그 이후에도 병고를 많이 겪었던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문 대통령이 찾은 이연 유공자는 1980년 5월 27일 YWCA 회관에서 계엄군에게 연행돼 구타를 당했다. 이연 유공자는 그 뒤로 많은 고통을 겪다 작년 7월 2묘역에 안장됐다.

이연 유공자 부인 역시 5·18 이후 고통스런 삶을 살았던 남편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고인의 부인은 "트라우마가 있었어요. 그런데 치료를 적절한 시기에 받지를 못하니까, 그리고 또 마음이 너무 착한 사람이었다"며 "그 옆에서 YWCA에서 이 사람은 자기표현을 안 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러나 아주 가끔 얘기하는 것은, 그 옆에서 총 맞아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었고, 근데 그들 앞에 자기는 부끄럽다고 말했어요"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듣던 문 대통령은 안타까움에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이어간 이연 유공자 부인은 "이런 말 하기가 뭐하지만 행복을 누리면 안 된다는 식으로 생각도 하고"라면서 "제가 대통령께서 서울에서 대학생들이 시위를 더 많이 했으면 광주에 피해가 적었을 텐데라고 하시면서 죄책감을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아 죄책감은 나쁜 사람이 갖는 게 아니라 착한 사람이 갖는 것인가 보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5·18민주화운동 40주기인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광주=남윤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5·18민주화운동 40주기인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광주=남윤호 기자

이어 "참 너무 곧은 사람이었고요, 아름다운 사람이었어요. 제가 뒷바라지를 잘 못 해서 마음을 편하게 못 해 준 게 미안하지만…"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이연 유공자의 부인과 딸의 손을 꼭 잡고 위로했다. 딸은 문 대통령의 위로에 눈물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아빠의 트라우마는 어쩔 수 없어도, 우리 따님은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주세요"라고 강조했다.

이날 문 대통령과 함께한 5월 단체들은 부상자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김영훈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은 "부상자나 5월 단체들이 80년대에 치료를 받았으면 받았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10년 후에 치료를 받았다. 그러니 그 후유증이 너무 많다. 90년도까지는 폭도로 해서 병원에 가지를 못 했다. 전두환 정권 때 저희들이 병원에 가지를 못 했다. 숨어 살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5월 부상자나 구속자는 다쳐도 바로 치료를 못 받고 숨어서 치료를 받았다. 그러니 더 악화된 것이다. 5월 단체 부상자나 구속자가 너무나 안타깝다. 모든 재산도 탕진, 가정도 파괴됐다. 폭도라는 누명에 숨어다녔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광주=배정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광주=배정한 기자

이야기를 듣던 문 대통령은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트라우마 심리치료 같은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고, 이용성 광주광역시장은 "국립트라우마센터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정부도 5·18의 진상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 5월 12일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남겨진 진실을 낱낱이 밝힐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진실이 하나씩 세상에 드러날수록 마음속 응어리가 하나씩 풀리고, 우리는 그만큼 더 용서와 화해의 길로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왜곡과 폄훼는 더이상 설 길이 없어질 것이다. 발포 명령자 규명과 계엄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 헬기 사격의 진실과 은폐·조작 의혹과 같은 국가폭력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내야 할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5·18민주항쟁을 헌법 전문에 넣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저는 '5·18민주이념의 계승'을 담은 개헌안을 발의한 바 있다"면서 "언젠가 개헌이 이루어진다면 그 뜻을 살려가기를 희망한다. 헌법 전문에 '5·18민주화운동'을 새기는 것은 5·18을 누구도 훼손하거나 부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자리매김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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