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20대 국회 공과<상>] 장면과 수치로 본 '최악의 국회'
입력: 2020.05.17 00:00 / 수정: 2020.05.18 21:44
20대 국회의 주요 장면들을 만들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가운데 왼쪽)과 문재인 대통령(가운데 오른쪽), 최서원,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홍영표·이인영 전 원내대표(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 /더팩트 DB
20대 국회의 주요 장면들을 만들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가운데 왼쪽)과 문재인 대통령(가운데 오른쪽), 최서원,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홍영표·이인영 전 원내대표(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 /더팩트 DB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들었던 20대 국회가 종막을 앞두고 있다. 특정 정당의 국회 보이콧이 반복됐고, 고강도 정쟁이 끊이지 않았다. 본연의 업무인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이를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일은 뒷전으로 밀렸다. 그렇다고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더팩트>가 20대 국회 4년의 주요 장면을 돌아보고, 공과 실을 살펴봤다. 나아가 21대 국회가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보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편집자 주>

'최악의 국회'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20대 국회는 헌정사상 유례가 없던 일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진보 정당(더불어민주당)의 첫 전국단위 선거 4연승(20대 총선, 19대 대선, 7회 지방선거, 21대 총선)이 있었고, '대통령 탄핵'도 처음으로 이뤄졌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만 18세 선거권 획득 △감염병(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회 폐쇄'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나눠 갖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근거 마련(7월 출범 예정) △국회의장 출신 국무총리(정세균) 탄생 등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이듬해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로 탄핵소추안을 인용해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이 이루어졌다. /더팩트 DB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이듬해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로 탄핵소추안을 인용해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이 이루어졌다. /더팩트 DB

◆전반기는 '탄핵 국면', 후반기는 정쟁으로 '놀먹 국회'

출범부터 심상치 않았다. 20대 국회는 박근혜 정부와 집권여당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에 대한 국민 심판으로 여소야대(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로 출발했다. 시작부터 꼬인 새누리당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국정농단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점점 수렁에 빠졌다.

전반기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이 이어졌다. 국회는 국정농단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 임명 통해 진상규명에 나섰고, 종국에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대규모 촛불집회로 정치개혁, 검찰개혁, 사회경제적 불평등 개선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적폐 청산과 개혁을 요구했다.

대통령 탄핵 이후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여야가 뒤바뀐 국회는 야당의 책임 회피, 과반을 점하지 못한 여당의 무기력 속 국민이 요구한 개혁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

후반기에는 국회 혼란과 정쟁이 한층 가속화됐다. 지난해 1월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을 둘러싸고 시작된 한국당의 보이콧은 역대 최장기 국회 파행으로 이어졌다. 20대 국회는 20여 차례의 보이콧으로 수시로 멈췄다.

지난해 4월 선거·사법제도 개혁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로 정쟁은 극에 달했다.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라 불리는 범여권이 한국당을 패싱한 채 공직선거법·공수처법·검경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이 과정에서 식물국회는 동물국회로 변신했다.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이 국회를 불법으로 점거해 육탄 저지에 들어갔고,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사개특위 위원)이 한국당 의원들에 의해 의원회관 사무실에 6시간가량 감금당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과격한 대응에도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지 못한 한국당은 21대 총선 국면에 돌입하기 전까지 장외투쟁, 삭발, 단식투쟁을 전개했다. 결국 패스트트랙 법안은 사상 초유의 임시국회 쪼개기 개회를 통해 한국당 불참 속 범여권이 표결로 처리했다.

죄수가 된 전직 대통령. 2017년 5월 25일 대기업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 등 18가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을 마치고 호송차로 이동하는 모습. /더팩트 DB
죄수가 된 전직 대통령. 2017년 5월 25일 대기업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 등 18가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을 마치고 호송차로 이동하는 모습. /더팩트 DB

◆보수, 분열과 통합 속 4연패로 위축

사상 초유의 보수 분열과 통합도 이뤄졌다. 2017년 1월 새누리당에서 바른정당이 떨어져 나갔고, 같은 해 8월에는 대한애국당(우리공화당)도 만들어졌다. 바른정당은 이듬해 2월 국민의당과 합당해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바른미래당을 만들었다.

바른미래당은 2년 만에 생명이 다했다. 손학규 전 대표의 독단적 운영 속 올 1월 보수 진영의 새로운보수당과 미래를 향한 전진 4.0(전진당)이 떨어져 나갔다. 2월에는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이 합당해 민생당을 만들었지만 21대 총선에서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이 시기 한국당은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득표를 위해 미래한국당(위성정당)을 만드는 한편 새보수당·전진당·보수시민사회단체와 합쳐 통합당을 만들었다. 분열된 보수가 다시 뭉쳤지만, 국민들은 21대 총선에서 여당이 아닌 야당을 심판했다.

이런 사태들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국회의 입법 성적표는 낙제점을 기록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11일 기준)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총 2만4079건, 반영된 법안은 8491건으로 법률 반영률은 35% 수준에 그쳤다. 미처리된 법안이 1만5260개에 달한다.

△19대 국회(1만7822건 발의, 7429건 반영, 반영률 42%) △18대 국회(1만3913건 발의, 6178건 반영, 반영률 44%) △17대 국회(7458건 발의, 3766건 반영, 반영률 50%) △16대 국회 2507건 발의, 1579건 반영, 반영률 63%)와 비교하면 발의 및 처리된 법안 건수는 높지만, 반영률이 저조해 폐기될 예정인 법안은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해 4월 범여권의 선거·사법제도 개혁안 패스트트랙 지정은 자유한국당의 강한 반발 속 국회 폭력 사태를 야기했다. 한국당은 수일간 국회를 불법 점거한 채 육탄 저지에 나섰지만, 막지 못하자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더팩트 DB
지난해 4월 범여권의 선거·사법제도 개혁안 패스트트랙 지정은 자유한국당의 강한 반발 속 국회 폭력 사태를 야기했다. 한국당은 수일간 국회를 불법 점거한 채 육탄 저지에 나섰지만, 막지 못하자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더팩트 DB

◆국민도, 전문가도 '20대 국회 낙제점'

20대 국회에 대한 국민 평가는 싸늘했다. 머니투데이가 지난 3월 28~30일 리얼미터에 의뢰해 '20대 국회의 가장 아쉬운 점'을 여론조사한 결과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라는 응답자가 25.8%로 가장 많았다. 이어 '농성과 파행'(23.5%), '민생 외면'(17.3%), '미래 비전 없음'(15.3%) 등이 뒤를 이었다(조사대상 전국 성인남녀 1000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전문가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전반기에는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여당(새누리당)이 국정을 돌볼 여력이 없었고, 후반기에는 공수가 바뀌었지만, 과반의 점하지 못한 새로운 여당(민주당)이 4+1에 의존하면서 협치가 잘 이뤄지지 못했다"라며 "결과적으로 생산성도 떨어지는 상황이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화 이후 20대 국회가 최악이었다"라며 "식물국회를 우려해서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어 정책 경쟁을 하려 했는데, 결과는 동물국회가 됐다. 국회 내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했고, 장외집회가 계속되면서 민생과 경제 현안은 뒤로 밀린 채 끝없는 정쟁이 반복됐다"고 비판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정책위원장)는 "20대 국회 중 정권이 바뀌었지만,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은 개혁 의지 자체가 없었던 것 같다"라며 "정권을 잡은 민주당은 야당 시절 반대했던 것들을 적극 추진해 인터넷전문은행법(은산분리 완화) 등 반개혁적 입법을 하기도 했는데, 경제 정책, 경제 입법적 측면에선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 외부의 문제가 컸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20대 국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청와대만 보이고 여당이 안 보이면서 대의민주주의가 약화된 것"이라며 "야당은 여당과 얘기를 해봐야 성과가 없어 청와대로 가는 일이 반복됐고, 국민도 문제가 있으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달려갔다"고 꼬집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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