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목소리 높이는 통합당 초선들…옛 소장파 명맥 이을까?
입력: 2020.05.11 05:00 / 수정: 2020.05.11 05:00
21대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의석의 48%를 차지하는 초선들이 20대 국회 때와 달리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별도의 개혁 모임 구성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들이 16~19대 국회에서 보수 정당 내 소장파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통합당 첫 당선자 총회에서 초선 당선자들이 인사하고 있는 모습. /국회=이선화 기자
21대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의석의 48%를 차지하는 초선들이 20대 국회 때와 달리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별도의 개혁 모임 구성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들이 16~19대 국회에서 보수 정당 내 소장파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통합당 첫 당선자 총회에서 초선 당선자들이 인사하고 있는 모습. /국회=이선화 기자

초·재선 중심 '개혁 모임'도 추진…기대와 우려 교차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미래통합당의 초선 당선자들이 당내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별도의 개혁 모임(가칭)까지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진박(진실한 친박)' 논란 속 당선된 20대 국회 초선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하지만 이들이 과거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으로 대표되는 인사들이 주도한 보수 정당 내 소장파 그룹으로 성장해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이같은 기류는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통합당 첫 당선자 총회에서부터 감지됐다. 당시 김용판 당선자(대구 달서병)는 "현 시대가 난세라 생각한다"며 "이 시대는 초선도 제대로 목소리를 내고 말해야 한다"고 적극적 의견 개진을 예고했다.

◆초·재선 중심 개혁 모임 투트랙 진행

통합당의 초선 당선자는 전체 당선자 84명 중 40명(48%)에 달한다. 4·15 총선 참패 후 혼란에 빠진 당의 수습과 재건을 위해 초선들도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나온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부산 지역 초선 당선자 9명이 입장문을 통해 "당선자 워크숍과 원내대표 선거를 앞당겨 실시해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해 통합당 쇄신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엔 더 많은 초선 당선자들이 모여 새로운 목소리를 냈다. 27명의 초선 당선자는 지난 4일 "원내대표 경선 날 오전 10시부터 토론, 정견발표, 질의응답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통합당 초선 의원들의 요구로 지난 8일 열린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거를 위한 당선자 총회에선 후보자 합동토론회, 질의응답 등이 3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이날 당선자 총회에서 주호영 원내대표 후보와 이종배 정책위의장 후보가 발언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통합당 초선 의원들의 요구로 지난 8일 열린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거를 위한 당선자 총회에선 후보자 합동토론회, 질의응답 등이 3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이날 당선자 총회에서 주호영 원내대표 후보와 이종배 정책위의장 후보가 발언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결국 이 요구는 받아들여져 지난 8일 원내대표 경선은 오전 10시에 시작돼 후보자 합동토론회, 질의응답, 후보자 마무리 발언 등이 3시간 30분가량 진행된 후 투표가 실시됐다.

초·재선이 목소리를 높이는 과정에서 개혁 모임 구성도 투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먼저 3선의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갑)이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 그룹을 모으고 있다.

하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초·재선이 중심이 되고, 저 같은 일부 3선 의원이 참여하는 개혁 모임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라며 "과거 보수 정당 내 소장파 역할을 했던 '민본21' 등과 같은 역할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초선 당선자 모임도 논의되고 있다. 김웅 당선인은 통화에서 "하태경·박수영 그룹 두 군데에서 (개혁 모임이) 진행 중인데 아직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경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김 당선인은 이어 "초선들은 당 운영을 어떤 식으로 개혁적이고 민주적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 요구하고 정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내세울 간판도 필요하지만 대안,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보승희 당선인은 "초·재선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 모임을 하자는 이야기가 있고 저도 함께하기로 한 상태"라며 "별도로 초선끼리도 (모임을) 하자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야권 일각에선 이들이 남·원·정이 주축이 됐던 미래연대(16대), 새정치수요모임(17대), 민본21(18대), 경제민주화실천모임(19대) 등 소장파 세력의 명맥을 이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당선자 총회에서 초선 당선자들이 자기소개를 하고 있는 모습. /이선화 기자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당선자 총회에서 초선 당선자들이 자기소개를 하고 있는 모습. /이선화 기자

◆초선 행보에 '기대·신중·회의' 교차

반면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온다. 양금희 당선인은 "최근 초선 당선인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에 아직은 너무 크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당이 새로워져야 한다는 데 당선자들의 생각은 다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양 당선인은 "앞으로 그 길을 찾아 갈 것이고, 초선 모임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끝난 뒤 서로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생기지 않겠나 싶은데, 지금 구체적으로 진행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혜 당선인도 "초·재선 개혁 모임에 대한 제안은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는 못 들었다"라며 "당 개혁과 변화의 당위성에 대해선 많은 분이 공감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것을 듣지는 못해 조금 더 듣고 판단하겠다"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당의 구심점이 있을 때 반대하는 것과 아무것도 없을 때 잘 만들자는 것은 다르다"라며 "지금 통합당에는 중심이 없어 중구난방이 될 수 있다. 과거 남·원·정과 같은 파괴력도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이어 "초·재선이라고 해도 이들의 나이가 만만치 않아 참신한 조치가 나오기도 어렵고, 정치 엘리트를 충원하는 구조 속에서 공천을 받고 들어온 이들이어서 기존 정치 문법에 충실할 가능성도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초·재선이) 모여서 뭘 한다고 해도 참신하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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