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포스트 코로나' 선점 이낙연, 막힘없는 대권 행보
입력: 2020.05.04 05:00 / 수정: 2020.05.04 12:22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이 국난극복위를 중진들이 결집시키는 모양새로 재편,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의제를 선점해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선화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이 국난극복위를 중진들이 결집시키는 모양새로 재편,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의제를 선점해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선화 기자

'대표 리스크 최소화' 위한 당권 불출마 신호? '文 모델' 사전 정지작업?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21대 국회에 입성한 차기 대권주자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당내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국난극복위)를 재편하면서 2년 후 대선까지 이어질 핵심 의제를 유리한 위치에서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선 후 그의 첫 행보로 당정청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로 '코로나 위기 극복'을 내건 가운데 나온 행동이다. 이 전 총리가 이를 발판 삼아 당권에 나서며 대세론 굳히기에 돌입할지도 주목된다.

이낙연 국난극복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국난극복위 주관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경제의 고통은 이제 시작"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밤이 끝나고 새 아침이 열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코로나 이후의 경제와 사회, 생활과 산업의 변화 등을 예측하며 준비하겠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국난극복위는 지난달 28일 총괄본부, 방역대책본부, 비상경제대책본부, 포스트코로나본부 등 4개 본부를 두고 산하에 16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는 것으로 재편됐다. 각 본부장에는 조정식(5선), 김상희(4선), 김진표(5선), 이광재(3선) 의원 등 당 중진들이 뭉쳤다.

이 위원장은 앞으로 국난극복위에서 방역 대책, 대량실업 발생 가능성과 소비 투자 수출 위축 등에 대처할 비상경제대책, 관련 시급한 입법과제 등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위원회는 매주 수요일 정부 당국자, 전문가와 간담회를 갖고, 금요일마다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다. 당정회의도 정기적으로 열기로 해 이 위원장이 정부와의 스킨십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이 위원장이 국난극복위를 꾸리자 '코로나 극복'을 전면에 내세워, 이를 대선 때까지 끌고 가면서 자신만의 핵심 콘텐츠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위원장은 총선 전부터 '코로나'와 관련해 큰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 2월 24일에는 민주당 코로나19대책위원회가 코로나19재난안전대책위원회로 확대 개편되면서 위원장을 직접 맡았다. 그는 당시에도 "저는 메르스, 조류독감,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성공적으로 진압했고 강원도 산불과 경북·강원의 태풍 '미탁' 같은 자연재해에도 안정적으로 대처한 경험이 있다"며 자신의 강점인 안정감을 강조했다. 총선 직후인 지난 16일에는 첫 일성으로 "국민의 지엄한 명령대로 코로나19와 경제 후퇴라는 국난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며 진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난극복위 재편이 오는 8월 당권에 도전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모델을 따라 당권을 먼저 잡고 대권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5년 2월 선출돼 임기를 채우지 않고 2016년 1월 대표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도 "당을 운영하고 지휘해봐야 향후 대선 경쟁 구도에서 확실한 자기 세력을 만들 수 있고,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 위원장의 당 대표 도전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17일 민주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는 이 위원장. /이선화 기자
민주당 일각에선 이 위원장의 당 대표 도전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17일 민주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는 이 위원장. /이선화 기자

반대로 오히려 재편된 국난극복위 위원장만 맡으며 당권 도전은 불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당 대표 리스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이와 관련해 "당 대표가 되면 자기 입장과 의견을 분명히 밝혀야 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지지율이 떨어지거나 반대 세력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당 대표를 맡지 않고 국난극복위 위원장만 할 경우 '코로나' 의제는 꾸준히 가져가면서 안정적으로 대권가도를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의 높은 지지율이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 시절 언론 노출을 통해 쌓인 이미지에 기반한 것인 만큼 당 대표로 전면에 나설 경우 '대표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이 위원장은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처음으로 40%대에 올라섰다는 조사(리얼미터 조사, 오마이뉴스 의뢰, 4월 20일부터 24일까지 조사 기간, 전국 만 18세 이상 2552명 대상,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도 나왔다.

이와 관련,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더팩트>에 "이 위원장의 높은 지지율은 선거 직후 민주당의 대승, 종로에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와의 대결에서의 승리가 반영된 것이다. 다자가 아닌 일대일 조사였다면 50%도 넘었을 것으로 보인다. 대권주자 가운데 지지율이 마의 벽 40%를 돌파한 사례는 드물다"고 했다. 이어 "다만 대세론이 2년 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긴 어렵다. 이 위원장 지지율은 문 대통령 하에서의 국정 성공을 기반으로 한 것이고, 본인의 독자적인 노선이나 색채, 정책을 제시하거나 검증받은 바가 아직 없기 때문"이라며 "특히 과거에 비해 유권자들은 그때 그때의 정치적 정책적 결정에 따라 지지율을 바꾸는 성향이 있어 충성도 있는 유권자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력한 대권주자 이 위원장은 호불호가 옅은 동시에 자기 색깔, 정치 노선이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위원장(중앙), 이해찬 대표(왼쪽부터)가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박수치는 모습. /이선화 기자
유력한 대권주자 이 위원장은 호불호가 옅은 동시에 자기 색깔, 정치 노선이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위원장(중앙), 이해찬 대표(왼쪽부터)가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박수치는 모습. /이선화 기자

일각에선 이 위원장이 그동안 독자적 노선이나 비전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당 대표에 나서야 향후 대권가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본다.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 위원장은 열렬한 지지자들, 팬덤이 강하지 않다. 호감형이고 품격있고 안정감 있지만 이낙연식 정치가 무엇인지 자신의 색깔이나 노선, 방향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하는 게 대선 준비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본다"며 "당 대표를 하면서 자신의 정치 색깔을 명확히 세우고 그 과정에서 당원들이나 지지자들로 하여금 설득하는 과정도 있어야 하고, 이 위원장이 대권을 잡을 경우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하겠다'는 그림을 그려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위원장이 다소 수직적인 느낌도 있는데 민주당 지지자들은 지시형, 제왕적 리더십보다는 함께 해나가는 리더십을 더 좋아한다. 초재선 젊은 의원들과 허물없이 대화하고 토론하며 합리적으로 의견을 모아나가는 리더십은 민주당 후보로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서도 이 위원장이 화려한 정치 경력과 달리 젊은 의원들과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 "코로나19로 경제 위기 상황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고 거대 여당이 출범했기 때문에 당 대표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대선 분위기가 형성되는 내년 5월 전까지는 문 정부가 성과를 내기 위해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며 "그런 측면에서 안정감 있는 선장이 필요하다는 당내 여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고, 이에 힘입어 이 위원장이 출마할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동료 의원들과 주변 지인들의 의견을 전해듣고 당 대표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이 자신만의 정치적 색깔이 분명치 않고, 당내 인적 자산이 부족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당 대표에 도전할지, 코로나 극복을 정치적 의제로 끌고 가며 안정적으로 대권 경쟁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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