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21대 총선 참패 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 중인 가운데, 유승민 통합당 의원은 "패배의 원인을 아는 게 먼저"라고 했다. 지난 총선 당시 지원 유세하는 유 의원. /이선화 기자 |
"'낡은 보수' 주장에 끌려가선 안 돼"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이 21대 총선 참패 수습 과정에서 통합당 내홍과 관련해 "비대위, 비대위원장, 전당대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의 새로운 노선·가치·자세·태도·인물에 대해 합의를 하는 것부터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23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중요한 (전국 단위) 선거 4번을 연속으로 지니 '궤멸이다, 폭망이다'라고 하는데 자멸이라는 표현이 제일 정확하다"며 "철저히 반성하고,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어떻게 변해야 하겠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합의하려면 당 안에서의 공감대 형성, 합의가 중요하다"고 했다. 유 의원은 새누리당(통합당 전신)을 탈당해 바른정당,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을 이끌다 21대 총선 전 자유한국당과 통합했다. 개혁보수를 표방하는 그가 수도권 약 50곳 후보들을 집중 지원 유세했지만, 통합당은 수도권 121석 중 16석을 얻는 데 그쳤다.
유 의원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심재철 원내대표가 전화로 비대위 찬반을 묻는 방식 자체가 옳지 않았다"며 "패배의 원인을 알고 갈 길을 찾으면 비대위를 할지, 전당대회를 할지 답은 쉽게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도권 낙선자들이) 다 모여 교황 선출식(콘클라베)으로 한 번 (무제한 토론을) 해봤으면 좋겠다. 그런 자생적 노력 없이 비대위니, 전대니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4·15 총선 참패의 원인에 대해 "수도권·중도층·젊은층이 제일 중요하다"며 "보수 정치가 여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이길 수가 없다. 여기를 방치하고 외면을 받은 게 이번 선거뿐 아니라 계속 누적돼 왔다"며 "이들을 분석해 마음을 더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에 열쇠가 있다. 얄팍한 말로 (마음을) 잡는 게 아니라 공정과 정의에 올인하듯이 열중해야 한다"고 했다.
총선 참패 이후 '사전선거 조작설'을 주장하는 강성 보수 지지층과 유튜버들을 향해선 "그만 좀 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하며 "일부 극우 유튜버들이 증거도 없이 제기하는 의혹에 통합당이 자꾸 흔들리면 안 좋은 일"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황교안 전 대표를 겨냥해 "당 대표가 그 사람들(극우 유튜버들)을 초청해 행사를 하고, 당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과 어울려서 그 사람들 주장에 부화뇌동하는 게 하나의 단면"이라며 "그분(아스팔트 우파, 태극기 부대)들이 순수하게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당이) 그런 '낡은 보수' 주장에 끌려가는 모습은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보수 통합이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 이유에 대해선 "공정, 차별 등에 대해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변화하기에는 (통합 이후 총선까지) 기간이 짧았다"고 분석했다.
유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서는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그분이 건전한 중도보수에 동의하면 저희가 문을 활짝 열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희에게 외연 확장이 중요한데 안 대표든 누구든 문재인 정권이나 민주당이 하는 정치와 달리 새로운 보수의 정치에 뜻이 맞는다면 같이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통합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관련 추가 논의를 할 예정이다. 당 내부에선 조기 전당대회를 열자는 주장과 외부 인사 비대위원장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며 내홍이 짙어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