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8세로 처음 투표한 청소년 유권자들은 21대 국회가 달라지기 위해 국회의원의 회의 출석률 명시 의무화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했다. 지난 17일 더팩트 좌담회에 참석한 대한민국청소년의회에서 활동 중인 신가현·강채연·김지수 학생.(왼쪽부터) /한건우 영상기자 |
21대 국회의원 선거, 만 18세 청소년 유권자들이 첫 투표를 한다.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국회는 지난해 15년 만에 공직선거법을 개정했다. 20살이 되는 성인식처럼 축하받아 마땅할 이들에게 정치권은 비례위성정당이라는 '꼼수 선물'을 안겼다. <더팩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치 전문가, 대한민국청소년의회 등과 함께 [VOTE '18'] △19금이 깨지기까지 △해외는 어떻게 △청소년 유권자 좌담회 '상' '하' △투표를 마치고 등을 주제로 기획 취재, 총 5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청소년 유권자 첫 투표 후 좌담회..."더 책임감 느꼈다"
[더팩트ㅣ사회=이철영 기자·정리=박숙현 기자] "국회의원 투표를 해보면서 느꼈고 앞으로도 투표를 많이 하면서 느끼겠지만 정치나 국회,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민주주의의 취지는 모든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고 사회를 이끌어가는 것임을 잊지 말고,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행동해줬으면 한다."
2002년생 만 18세 청소년 유권자들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권을 행사한 후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존재감과 역할을 뚜렷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대다수는 학교 안 치열한 입시경쟁 속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소중한 10대들의 표가 처음 반영된 4·15 총선 결과, 180석 슈퍼여당이 탄생했다. 패배한 당의 지도부는 고개를 숙이고 압승한 당은 "무서운 결과"라며 바짝 긴장했다. 만 18세 첫 투표한 청소년 유권자들이 부모와, 선생님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처음 맛본 효능감이다.
<더팩트>와 대한민국청소년의회는 새내기 유권자들이 4·15 총선 첫 투표, 그리고 결과를 어떻게 바라봤고, 21대 국회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 듣기 위해 총선 전 좌담회를 함께 했던 청소년 3명(유권자)을 선거 이후 다시 만났다. 대한민국청소년의회 제11대 청소년의장단 수석서기이자 제12대 청소년 의원으로 활동 중인 신가현(만 18세, 서울), 대한민국청소년의회 기자단에서 활동하는 강채연(만 18세, 청주), 대한민국청소년의회 제12대 청소년의원 정치법제 의원회 위원 김지수(만 18세, 서울)가 참여했다. 좌담회는 17일 오후 5시 30분부터 <더팩트> 본사에서 약 90여 분 간 진행했다.
첫 투표는 청소년 유권자들에게 설렘과 무거운 책임감을 안겼다. 투표소에서 나와 기념사진을 남기고 어엿한 유권자라며 부모님께 자랑했다고 말할 때는 10대 특유의 풋풋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다음 대선 때는 더 확실히 살펴보고 찍겠다"고 말하는 대목에선 비장함마저 엿보였다. 직접 투표하니 정치에도 더 관심을 두게 됐다. 한 참여자는 "선거를 하니 정치에도 관심을 더 많이 갖게 되는 것 같다. 이전에는 총선 개표방송도 뜨문뜨문 봤는데 이번에는 결과가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됐다"고 말했다.
만 18세 유권자들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생애 첫 한 표를 행사했다. 이들은 설렘과 동시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더 큰 책임감을 느꼈다"며 투표 소감을 밝혔다. 2년 후 대선 때 첫 투표할 후배 청소년 유권자들을 위해 미흡했던 정치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더팩트 사옥에서 진행한 좌담회 모습. /한건우 영상기자 |
2년 후 대선으로 첫 투표 할 후배 청소년 유권자들의 정치 관심을 높일 방법들도 제시했다. 한 참여자는 "정치에 관심 있는 친구를 무관심한 다수가 면박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전하며 청소년의 정치 관심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들은 청소년들이 직접 입법 청원 활동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학생뿐만 아니라 부모님 대상 교육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했다. 또 현재 학교에서 시행 중인 금연교육이나 성교육 시간의 일부를 정치 관련 교육으로 대체토록 하자는 현실적인 방안도 제안했다.
전체 의석 300석 중 3분의 2를 차지하는 '180석 슈퍼여당'의 탄생을 이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첫 투표한 청소년 유권자들조차 이번 총선 결과가 한 쪽으로 치우친 데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내비쳤다. 참여자들은 "예상치 못한 결과"라며 "어느 정당인지 상관없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했다.
보이콧과 극한 대립의 연속이었던 20대 국회 때보다 21대 국회가 달라질지에 대해서도 물음표를 떠올렸다. 다만 21대 국회가 좀 더 잘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선거로 뽑인 대표 중 유권자들이 부적격하다고 생각하는 자를 임기가 끝나기 전 국민투표로 파면시키는 제도)를 도입하고, 국회의원 본회의·상임위원회 출석률 및 공약 이행률 미충족 시 연임 불가 규정을 마련하며, 재선 이상 국회의원들은 선거 공보물에 회의 출석률·의정활동 성과 명시를 의무화하고, 국회의원 의정활동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제공하자고 제안했다.
21대 국회에서 151명이나 되는 정치신인 초선 의원들에게도 당부를 남겼다. 이들은 "잘못된 기성 정치를 닮아가지 말고 초심으로 기존 관행을 새롭게 바꾸면 좋겠다. 한쪽에 치우쳐 있는 의석수에 대한 우려도 깰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생애 첫 투표를 행사한 이들은 실제 유권자가 되니 "중압감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또 유권자가 되면서 개표방송을 꼼꼼히 보게 되는 등 실제로 정치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신가현 학생. / 한건우 영상기자 |
-첫 투표를 마쳤다. 어땠나?
신가현(이하 '가현'): 지난 11일 사전투표를 했다. 집 앞 주민센터에 갔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시간이 되게 오래 걸릴 줄 알았다. 집 앞에 그렇게 사람이 많은 적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투표소에) 빨리 들어갔다. 줄 설 때만 해도 사진도 많이 찍고 부모님께 자랑도 하면서 설레는 마음이 컸는데 투표소가 있는 4층을 계단으로 올라갈 때부터 엄청 떨리기 시작했다. 투표용지를 받자 중압감이 대단했다. 아무래도 청소년으로서 하는 첫 투표이기도 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첫 투표라 서툴러서 투표할 때도 종이를 제대로 안 접고 나오기도 했다. 만감이 교차했다.
김지수(이하 '지수'): 15일에 투표를 했는데 줄이 꽤 길었다. 가족들과 같이 주민센터에 가서 비닐장갑도 끼고 열도 쟀다. 투표용지를 받았는데 투표용지와 당 이름들이 약간 낯설었다. '여기에 찍어야 하는 게 맞나' 싶었고, 예상과 달리 중압감이 컸다. 인증샷(인증하기 위해 찍은 사진)은 아버지께서 찍어 주셨다.
강채연(이하 '채연'): 집 앞 초등학교에서 했는데 줄이 길까 봐 아침 6시에 갔다. 6시인데도 줄이 꽤 길었다. 원래 초등학교 강당에서 (투표)하는데 코로나19로 학교 1층으로 투표장소가 바뀌었다. 기다리는 동안 처음에는 너무 졸려서 별생각이 없었다.(웃음) 그런데 점차 떨렸다. 또, 학교에서 (회장 선거 등으로 투표) 할 땐 기표소 가림막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없었다. 그래서 혹시나 보일까 봐 걱정도 됐고, 잘못 찍을까 봐 신중하게 찍고 나왔다. 인증샷은 졸려서 못 찍었다. 집에 가서 생각났다.(웃음)
지난 15일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종료 후 마련된 개표소에서 선거사무원들이 투표지를 분류하는 손이 분주한 모습. /이덕인 기자 |
-주변에 청소년 유권자들은 이번에 얼마나 투표한 것 같나.
가현: 4월 생일 넘어서 이번에 유권자가 된 제 친구들은 다 한 것 같다.
지수: 제 친구들은 4월 전 생일인 이들이 많이 없긴 한데 제가 물어본 친구들은 대체로 다 했다.
채연: 제 친구들도 다 했다.
-직접 투표해 보니 투표 현장 등 개선되면 좋겠다 싶은 점이 있었나.
가현: 이번에 코로나 때문에 감염자가 늘 수 있다는 우려들이 있었는데 다행히 그렇지 않고, 사회적 거리 두기나 소독 방역도 잘 된 것 같아 괜찮았다고 본다. 그런데 제가 속해 있는 지역구는 아니지만, (가림막 없이) 되게 개방적으로 하는 투표소들이 있더라. 저는 뒤에 가림막이 있었는데도 꼭꼭 숨겨서 투표했는데, 없다면 걱정될 것 같다. 가림막은 기본적으로 있었으면 좋겠다. 또, 비례대표 용지가 엄청 길었는데 너무 세로로 돼 있어서 어디에 찍어야 할지 모르는 느낌이었다. 이걸 가로로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점도 개선되면 좋겠다. 저나 제 부모님 세대는 안 힘들겠지만, 제 지역구에 특히 노인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그런 분들에 대한 배려 없이) 투표소 장소를 4층으로 한 건 잘못된 선정이 아니었나 싶었다.
지수: 저도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좀 길어서 그 부분을 좀 개선했으면 했다. 딱히 다른 불편한 점은 없었다.
채연: (투표소장) 들어가는 길을 좀 더 확실하게 안내해줬으면 좋겠다. 이번에 코로나 때문에 출구를 한 곳으로만 한다며 학교 문을 다 잠갔는데 출구가 어디인지 안내를 안 해줘서 제 지인은 시간이 늦어 결국 투표를 못 했다고 하더라. 이런 부분이 좀 더 잘 됐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청소년 유권자들은 후배 새내기 유권자들의 정치 관심을 높이기 위해 학교나 지자체에서 관련 교육을 시행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표와 관련해 발언하느 김지수 학생. /한건우 영상기자 |
-본인이 찍은 후보나 정당이 이번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나.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평가하자면?
가현: 지역구든 정당이든 나온 결과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는 편이다.(웃음) 사실 저는 결과에 대해 '그렇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되게 싫어했다. 집권여당과 정부에 브레이크를 걸어줄 게 없다고 생각한 친구들도 제 주변에 많았다. 여당을 뽑았을 것 같은 친구들조차도 '이 정도면 공산당 아니냐'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제 주변 친구들은 (선거 결과에) 좀 부정적인 시선이 있지 않나 싶다.
지수: 그렇게 좋은 결과는 (아니었다). 개인적으론 '어느 정당이냐' 상관없이 한 쪽에 치우치는 것에 대해선 조금 우려가 있다.
채연: 저도 마찬가지다. 너무 치우쳐져 있으니 걱정된다. 또, 제 친구들은 (이번 총선 결과가) 예상외라고 많이들 얘기하더라. 여론이 안 좋았으니 '뭔가 바뀌겠구나' 싶었는데 다르게 나와서 친구들도, 주변 어른들도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르다'고 했다.
-이번 총선에서 인상 깊었던 당선인이나, 지역구가 있다면?
가현: 송파을에 출마한 배현진. 또 다른 언론인 출신도 있는 걸로 안다. 그런 분들이 되게 남달랐다. 아무래도 언론보도 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역할만 하니 답답하다고 느껴서 직접 출마한 게 아닐까 싶었다.
지수: 저는 강남갑의 태구민. 너무 새로워서 깜짝 놀랐다. 나쁜 시각으로 보는 건 아니고 사람들의 인식이 좀 바뀐 것 같다.
채연: 저도 강남 태구민 당선자를 보고 놀랐고 고민정 당선자도 놀랐다. 여론은 상대 후보에 더 유리했다고 알고 있어서 예상 외 였다.
학생들은 21대 국회에서 마련했으면 하는 입법활동으로, 과도한 사교육 방지 방안 등을 제안했다. 강채연 학생은 학교의 성교육과 금연교육 중 한번은 선거 관련 교육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건우 영상기자 |
-입시를 앞둔 고3은 학업 때문에 투표에 무신경할 수 있다는 시선과 우려가 있다. 또, 일부에서 '투표보단 공부하라'는 말을 할 것도 같은데.
가현: 제 경우는 입시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교육 과정에 속해 있어서 그런지 그런(학업으로 투표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다만 코로나 사태가 없었다면 선거일에 개학을 했을 텐데 제가 다니는 기숙사 학교와 집이 멀어서 이동하기 불편하고, (투표를 위해) 외출이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또, (중간고사) 시험 기간과 (투표일이) 겹쳤다면 이번에 투표한 제 주변 친구들이 과연 다 했을지 모르겠다. 저희 부모님은 (투표보다 공부하라고) 안 그러셨다.
지수: 저도 학업에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경우라 (학업이 투표에 영향을 미쳤을지) 잘 모르겠다. 다음 선거 때 (학생들의 학업에 선거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가 제대로 나올 것 같다. 부모님도 투표 말고 공부하라는 말씀 안 하셨다.
채연: 저는 정치에 관심 두는 건 조금만 시간을 내면 (투표는) 가능하다고 봐서 그런 영향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는 오히려 투표하라고 독려했다.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151명의 초선 의원이 탄생했다. 만 18세 유권자들은 초선 의원들이 기성 정치 문화를 바꾸는 데 노력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지난 13일 공개된 21대 국회의원 배지. /남용희 기자 |
-정치적 효능감이 커지면 청소년들도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21대 국회에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법안은?
가현: 작년에 대한청소년의회 의장단으로 활동하면서 심사한 법안이 하나 있다. 항공기 내 유아 안전을 위해 시트 제공을 의무화하자는 법 개정안이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중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유아 시트 제공률이 낮거나 아예 없었다. 그게 아직 국회에 제출되진 않았는데 대한청소년의회에서 발의한 법안 중에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꼭 필요한 법안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청소년들이 발의한 법안을 국회에서 받아줬으면 좋겠다.
지수: 아직까지 딱히 생각해본 법안은 없다.
채연: 지나친 사교육을 막는 법안이 있으면 좋겠다. 제 주변에 대전에 사는데 주말마다 서울 대치동으로 학원을 다니는 친구들이 있다. 버스 타고 아침에 와서 몇 과목 연달아 듣고 밤 10시 반까지 수업한다. 호텔에서 자는 친구들도 있고, 바로 차 타고 내려가서 다음 날 학교 간다. 금요일 야자(야간 자율학습)도 빼고 학교 끝나자마자 교복도 못 갈아입고 올라가는 친구들도 있다. 이런 건 본인이 원해서 하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보통은 부모님 성화에 못 이겨 오는 친구들이다. 이런 사교육은 효율도 높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과하게는 아니더라도 법으로 좀 제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또, 제 경우에는 미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주요 대학에선 실기 없이 100% 성적으로만 들어간다. 법으로 제재를 안 하니 학교에서 그림이 아닌 성적을 보는 것 같다. 미대 입시학원이 진짜 비싸다. 고3 때까지 몇천만 원을 입시학원에 돈을 들이는데 막상 대학교에 가면 '입시 때 배운 건 잊어버려라'고 한다고 하더라. 입시제도가 너무 개연성이 없다. 이런 부분을 법으로 보완해주면 좋겠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표를 던졌는데 21대 국회는 달라질 것 같나. 아니면 달라지면 좋겠다 싶은 점이 있다면.
가현: 국민소환제가 도입되면 좋겠다. 대통령은 탄핵을 당하기도 하고, 견제를 많이 받는 자리라고 생각하는데 상대적으로 국회의원들은 그보다는 압박받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국회의원이 300명이라 국민의 질타도 300명에게 나눠지기 때문에 그에 대한 죄책감이 덜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국민소환제처럼 잘 못하는 국회의원은 제동을 걸어주는 제도가 있다면 견제될 것 같다. 21대 국회가 잘할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웃음)
지수: 표를 행사한 사람으로서 견제보단 '좋은 나라 만들자'는 목표로 옆에서 같이 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계속 질타할 게 아니라 잘했으면 잘했다고 칭찬도 해주면 좋겠다.
채연: 저도 (21대 국회가) 잘해주면 좋겠다. 하지만 이번에 워낙 특정 당이 크게 돼서 소수당들이 단식 투쟁 같은 것도 좀 할 것 같다. 또 선거기간 때는 사진도 같이 찍고 하는데 당선만 되면 너무 먼 분들처럼 느껴진다. 소환제도처럼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와 우리 입장을 더 잘 대변할 수 있도록 개선되면 좋겠다.
좌담회에 참석한 청소년 유권자들은 '여당 180석 확보'라는 21대 총선 결과에 대해 "예상하지 못했다"며 "한 쪽으로 치우친 점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건우 영상기자 |
-첫 좌담회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했었다. 학생들은 틀 안에서 벗어나면 페널티를 받는 것과 달리 국회의원은 그렇지 않다. 국회의원들의 본회의나 상임위 출석 기준 의무화 등이 필요하다고 보나?
가현: 투표를 마치고 드는 생각이 있다. 꼭 기준을 정하는 식으로 제재를 두지 않더라도 결석 사유나 이석 사유를 정당하고 투명하게 국민에게 공개하면 좋겠다. 또 재선 이상 국회의원은 출석률이나 성과를 선거 공보물에 담도록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 같다. 지금은 일일이 다 찾아봐야 한다. 그래서 선거 공보물 등에 출석률이나 공약 이행률 등을 자랑하게끔 하는 문화를 만들면 국회의원들이 열심히 하지 않을까 한다.
지수: 정치 관련 한 책을 읽었는데 그에 따르면 국회의원들 공약은 임기 5개월 전까지는 절반도 안 됐다가 갑자기 확 는다고 한다. 빅데이터 분석이 발달해 있으니 이를 통해 국회의원들의 공약 이행률이나 출석률의 꾸준함 등을 분석해서 다음 선거 때 의원별로 국민에게 알려주면 일 잘하는 국회의원들이 더 생기지 않을까 한다.
채연: 학교에서 일정 수업 일수를 못 채우면 유급이 되듯,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 참석률이 일정 수준을 충족하지 못 하면 애초에 연임을 못 하게 하는 규정을 두는 것도 괜찮은 방법 같다.
-이번 총선 결과 151명의 초선 의원들이 탄생했다. 계파 정치로 초심을 잃는 경우가 많다. 첫 투표를 행사한 당사자로 초선 의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가현: 줄타기 문화를 처음 느끼게 될 텐데 이걸 바꿔야겠다고 생각해야지 '여기에 적응해야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본다. 초심의 마음을 다잡아서라도 그런 문화를 바꾸고 오히려 열심히 해서 내가 리더가 되겠다라는 생각도 할 수 있는 거다. 어쨌든 그런(정당 계파) 문화에 정착하겠다는 생각은 위험할 것 같다고 말해주고 싶다.
지수: 제가 생각하기에 지금 우리나라 정치 수준이 높은 것 같진 않아서 (초선 의원들이) 이걸 닮아가기 보다 새로운 걸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채연: 지금 의석수가 한 쪽에 치우쳐서 우려가 있다. 이런 걸 조금 깰 수 있으면 좋겠다. 또, 정치가 국민들을 많이 생각해야 하는데 본인들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걸로 보인다. 그러지 말고 처음의 좋은 마음과 열정을 끝까지 가지고 가면 좋겠다.
지난 17일 만 18세 청소년 유권자들이 첫 투표와 선거 결과에 관련한 본인들의 생각을 말하는 모습. /한건우 영상기자 |
-2년 후배들이 대선 때 첫 투표를 하게 된다. 이들이 정치와 투표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이는 데 어떤가?
가현: 투표에 참여하는 친구들도 많지만, 솔직히 생각보다 무관심한 친구들이 더 많다. 제가 듣기론 어떤 학교에는 한 반에 한 명 빼고 다른 친구들이 다 정치에 무관심해서 '쟤 또 정치 얘기한다'라고 하면서 면박을 준다고 들었다. 그런 점에서 일단 (다수의 학생이) 정치, 특히 선거에 관심 갖게 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학교에서 선거 교육이나 정치 관련 교육이 더 필요하다. 청소년 입법 청원 활동 등을 경험해 보도록 정부에서 지원한다면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한다. 저도 여러 가지 청소년 활동을 하면서 더 많은 경험을 얻고 우리 사회에 대해 더 현실적으로 직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수: 학교 내에서 충분한 시간을 둬서 선거 교육을 하는 건 당연하다고 본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 교육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또, 개인적으로는 부모님들도 (학교나 주민센터 프로그램 등으로) 교육을 받았으면 한다. 학생들이 부모님과 집에서 정치 뉴스를 같이 보거나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한쪽으로 치우치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채연: 정치적으로 관심 없는 친구들은 동네 주민센터 같은 기관에 교육 프로그램이 생겨도 안 갈 것 같다. 현재 학교에선 금연 교육이나 성교육을 하는데 같은 내용으로 1년에 4~5번씩 한다. 이 중에서 한 번 정도는 정치나 선거 교육 시간을 갖도록 하면 정치에 관심 있든 없든 골고루 모든 학생이 의무적으로 듣게 되니 더 도움 될 것 같다. 앞으로 투표는 계속 하는것이고, 나이가 더 내려갈 수도 있으니 그렇게 하면(선거 교육 이수를 추가하면) 좋은 영향을 줄 것 같다.
-2022년 대선 때 다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 두 번째 투표는 이렇게 하겠다 싶은 게 있나?
가현: 우선 선거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 당연히 할 거다. 대선은 이번 총선에서 특정 당이 3분의 2 의석을 차지했으니 대선후보를 고를 땐 더더욱 신중해야겠다. 국회의원도 그랬지만, 대선후보는 투표하는 저도 더 막중한 책임감이 들 것 같다. 따라서 공약이나 여러 부분을 세세하게 따져 선택해야겠다.
지수: 당연히 투표는 해야 한다. 대선이면 더 중요한 선거다. 총선 투표율이 이번에 많이 올라갔는데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는 뜻이라고 본다. 그만큼 대선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면 더 괜찮은 대선 후보가 나올 거라고 본다.
채연: 저도 투표는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느낀 게) 선거를 하니 정치에도 관심을 더 많이 갖게 되는 것 같다. 이전에는 개표방송도 뜨문뜨문 봤는데 이번에는 결과가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되고 더 관심 두게 된다. 이번에는 비례정당이 너무 많아서 미리 보고 갔는데도 비슷한 이름들이 있어서 헷갈렸다. 다음 대선 때는 확실하게 알고 자세히 찾아보고 가야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현: 국회의원 투표를 해보면서 느꼈고 앞으로도 투표를 많이 하면서 느끼겠지만, 정치나 국회,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아무래도 투표권 연령 인하되고 나서 총선까지 시간이 되게 짧았다. 저는 청소년 인권 관련 활동을 해왔는데도 (선거 관련) 정보가 많이 부족했다. 앞으로 선거할 땐 그런 정보를 꼼꼼히 익히도록 더 관심 가져야겠다. 국회의원들도 국민에게 (자신의 의정활동 관련한) 양질의 정보를 알려줬으면 좋겠고, 그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지금 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데 민주주의의 취지는 모든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고 이 사회를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거다. 이를 잊지 말고 모든 사회 구성원이 정치나 국회의원에 관심을 갖고 행동해줬으면 좋겠다. 정치개혁은 오랜 시간 쌓이다 한 번에 폭발해서 바뀌는데 그렇게 마지막 분출되기 전에 미리미리 다 같이 관심 가지면 좋겠다.
지수: 저도 정치나 사회 뉴스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게 옳은 걸까'하는 생각이 든다.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10대부터 20대, 30대 등 국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잘하면 (사회가) 잘 될 것 같다.
채연: 친구 중에 '내 한 표가 뭐가 중요하겠나'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래서 이들이 직접 조금씩 참여하게 하는 제도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 정치인은 국민을 많이 생각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고, (지난 3년간)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돼 오히려 아르바이트에서 잘리는 친구들도 많았는데 법안이나 제도를 만들 때 이런 현실적인 점을 고려해주면 좋겠다.
☞대한민국청소년의회는? 유엔 아동 권리협약(12조)과 대한민국청 소년헌장 등의 청소년 사회참여 근거를 바탕으로 2003년 출범해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청소년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단법인·비영리 민간단체다. 사회적 의사결정구조의 사각지대에 있는 선거권 없는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사회에 퍼지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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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TE '18'-③] 청소년 유권자 좌담회<상> "투표권만 있고, 공약은 없다"
▶[VOTE '18'-④] 청소년 유권자 좌담회<하> "진보, 보수는 어른들 개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