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정 총리가 지난달 11일 국회에서 2020년도 제1회 추경안 등을 안건으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국회=배정한 기자 |
"소득 상위 30% 고소득층 제외 양해 부탁"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20일은 "국민들께서 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시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조속히 처리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안 및 기금운용계획변경안 국회 제출에 대한 시정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지난 16일 소득 상위 30%를 제외한 1478만 가구에 최대 100만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7조6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코로나19 대응으로 방역체계 강화와 민생·고용안정 자금을 담은 11조7000억 원 규모의 1차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35일 만이다.
정 총리는 "국민의 삶은 지금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그 동안 정부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밤낮없이 일해왔지만, 아직은 충분하지 않다"라며 "오늘 대한민국의 총리로서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철저한 방역에 대한 다짐과 함께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국민의 고통을 덜어드리기 위해 비상하고 엄중한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정 총리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원포인트 추경'이 필요한 이유로 코로나19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점, 그에 따른 국내 및 세계 경기침체가 심화할 것으로 예측되는 점, 그에 따른 실물경제 악화와 일자리 감소 등을 언급했다.
그는 "다행히 우리의 방역상황은 지난 2월 대구·경북의 확진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던 위기상황을 지나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면서도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신천지 사태와 같은 대규모 집단감염은 종식됐지만, 지역사회에서의 소규모 집단감염과 해외유입에 의한 감염 위험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연일 대규모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중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감염력이 높은 코로나19의 특성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상황이 안정된다 하더라도 해외의 유행이 계속되는 한 결코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지난주 IMF(국제통화기금)는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연초 전망보다 6.3%포인트 낮춘 마이너스 3.0%로 하향조정해,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며 "우리나라 성장률은 3.4%포인트 낮춰 마이너스 1.2%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라고 했다.
정 총리는 또 "실물경제 지표에도 코로나19의 영향이 반영되기 시작했다. 자영업자들은 소비절벽으로 인해 절박한 위기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3월 취업자수가 전년 동기 대비 19만5000명 감소하고,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 수가 25% 증가하는 등 고용지표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가 민생안정과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32조 원 규모의 실물 피해대책, 100조 원 규모의 금융 안정대책 등 총 150조 원 규모의 지원대책을 마련해왔지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현행 복지 제도로는 광범위한 피해계층을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보호범위를 차상위계층 이상까지 확대해 사회안전망을 보다 두텁게 보강하기 위해, 총 7조6000억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하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며 "긴급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의 소득과 생계를 보장하고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특히 "지원대상 간 형평성, 한정된 재원 등을 고려해 일부 고소득층을 지급대상에서 불가피하게 제외했다"며 "국민 여러분의 양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선기간에 여·야가 공히 전 국민에게 지급을 약속한 추경에 대해 상임위, 예결위 심사 등을 최대한 신속히, 바로 수정해서 5월 초에 실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 총리는 국회의 조속한 추경안 처리를 당부하며 즉각적인 집행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긴급재난지원금은 국가적 재난상황에 대응해 시급히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즉각적인 집행이 가장 중요하다. 국민들께서 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시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추경안을 조속히 처리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라며 "정부는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신속히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중앙과 지자체간 협업체계를 구축하여 집행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2차 추경안 재원 마련에 대해선 "금년도 예산의 조정, 기금 재원의 활용 등을 통해 전액 충당했다. 조정된 사업은 코로나19로 집행이 어렵게 됐거나, 금리, 유가 등 경제지표 변화에 따라 절감이 가능한 사업비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코로나19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언제 끝이 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경기와 고용상황을 긴밀히 점검하면서 필요한 대책을 적기에 마련하겠다.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위기상황에 직면한 만큼, 전례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히 정책을 추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상은 생활,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지금과는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에서 우리의 사회와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대비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정 총리는 학교보건법, 출입국관리법, 디지털 성범죄 방지를 위한 형법과 성폭력범죄처벌법, 어린이 안전을 위한 도로교통법과 교통안전법 등 민생·개혁법안 처리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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