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0석' 민생당, '원외정당' 유지냐 '정당' 해체냐
입력: 2020.04.17 05:00 / 수정: 2020.04.17 05:00
민생당이 21대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원외정당으로 재기를 노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15일 민생당 당사 5층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이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시청한 뒤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민생당이 21대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원외정당으로 재기를 노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15일 민생당 당사 5층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이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시청한 뒤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손학규 "면목 없다…모든 책임 지고 물러날 것"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이 합당한 '민생당'이 21대 총선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하면서 당이 존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생당은 지역구 후보 58명을 냈지만,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또, 정당 투표에서도 2.7%를 득표하면서 비례대표 후보들의 원내 입성도 불가능해졌다.

민생당은 15일 오후 출구조사 결과에서도 지역구와 비례대표 모두 0석 전망이 나왔다. 총 개표 결과에서도 완패 예측이 나오자 민생당은 충격에 빠졌다. 호남에 기반을 둔 민생당은 이번 총선에서 '호남 물갈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수도권을 비롯한 충남·호남 대부분에서 '민주당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호남 맹주들도 줄줄이 떨어졌다.

목포의 터줏대감 박지원 의원, 7선에 도전한 광주 서구을 천정배 의원, 한때 대선주자였던 정동영 의원 모두 고배를 마셨다. 세 의원을 포함해 호남 지역에 출마한 현역 의원 11명 전부 낙선했다.

목포의 맹주 박지원 의원도 민주당의 호남 싹쓸이를 피해가진 못했다. 지난 13일 가수 송대관 씨가 박 후보의 지원 유세를 나와 발언하던 당시. /박지원 페이스북 캡처
목포의 맹주 박지원 의원도 민주당의 '호남 싹쓸이'를 피해가진 못했다. 지난 13일 가수 송대관 씨가 박 후보의 지원 유세를 나와 발언하던 당시. /박지원 페이스북 캡처

'제3지대'를 기치로 지난 2월 말 창당한 민생당은 21대 국회에서는 원외정당이 된다. 당 안팎에선 통합한 뒤에도 표출된 공천과정에서의 잡음과 갈등, 범여권 비례연합정당 참여 논의 당시 드러난 이견을 주요 패배 요인으로 보고 있다.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도 이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16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참담한 결과를 들고 여러분 앞에 서게 되어 송구스럽기 그지없다. 모두 민심을 헤아리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며 "대단히 죄송하다"고 고개숙였다.

그는 이날 당대표 회의실에서 "이번 선거에서 제3지대는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국민 여러분께서 제3지대가 제대로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시는 채찍질이라고 생각하며, 총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선거는 경제 위기, 코로나 위기에 정치가 분열과 대립으로만 가지 말고 힘을 합쳐 대응하라고 집권당에 표를 몰아준 것"이라며 "국민들로서는 제3세력에게 견제의 기회를 줄 여유가 없었다. 분열과 탈당, 내홍과 각자도생으로 불안정한 민생당에게 표를 줄 수 없었던 것"이라고 인정했다.

손 위원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두운 표정이었다. 그는 "이번 선거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비례 위성정당으로 왜곡한 거대양당의 잘못으로 만들어진 결과"라며 "앞으로 선거법 개정을 통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보완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역구 후보 몇 명 이상을 내지 않는 정당에게는 비례후보를 낼 수 없게 해야 한다. 비례의석수를 늘려 연동형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위원장은 "저는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면서도 "중도개혁의 봄은 반드시 다시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제3지대를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심을 헤아리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15일 손 위원장이 민생당 당사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서 출구조사를 보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남용희 기자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심을 헤아리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15일 손 위원장이 민생당 당사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서 출구조사를 보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남용희 기자

다만 손 위원장은 회견 후 '제3지대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저에게 아직 건강이 있고, 새롭고 왕성한 정신이 있는 만큼 그것으로 국민운동을 통해서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중점은 크게는 7 공화국으로 가는 개헌이고, 그에 앞서서 선거법 개정"이라며 정계 복귀의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사실상 해체 수준이 된 민생당은 오는 5월 전당대회를 준비해 새단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정화 당 대표는 이날 오후 회견을 열고 "선대위 해단식을 하고, 정식으로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설치해 실무 준비를 위한 TF팀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앙당 차원에서의 '미래를 위한 혁신TF'를 구성해 변화와 쇄신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당의 연구원을 통해 21대 총선을 엄정하게 평가해 반성의 거울로 삼겠다"며 "모든 역량을 집중해 최대한 신속하게 당을 추스르겠다"고도 말했다.

이에 따라 민생당은 원외정당으로서 재기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상 원내 의석이 한 석도 없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운영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정당의 최후 모습도 좋아야 한다. 사실상 자진 해체하는 게 낫다"고 혹평했다. 그는 "일각에서 민중당 때문에 원외정당 가능성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민중당 같은 경우는 당원 간의 동질감과 정치적 결사조직을 근거로 해서 만든 당"이라며 "당이 없어져도 구성원끼리 인연을 유지할 결속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민생당은 정치적인 의미가 다소 약하다"며 "결속력이 없다. 이미 국민들에 의해서 평가를 받은 후기 때문에 물러나는 게 예의다. 민중당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민생당이 정치적 결속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제3지대'를 표방하는 중도개혁정당을 목표로 하는 민생당은 이번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당장 계파 간 화학적 결합과 혁신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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