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깜깜이 선거 '캐스팅보트' 무당층 흔들 변수는?
입력: 2020.04.14 05:00 / 수정: 2020.04.14 05:00
이번 총선은 조용한 코로나 선거, 제3정당 돌풍이 없어 무당층의 표심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지도부나 후보자의 말실수는 민감한 무당층 이탈을 부를 수 있는 변수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남윤호 기자
이번 총선은 조용한 코로나 선거, 제3정당 돌풍이 없어 무당층의 표심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지도부나 후보자의 말실수는 민감한 무당층 이탈을 부를 수 있는 변수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남윤호 기자

조국·n번방·긴급재난지원금 공방…언행 신중해야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정치권이 이번 총선에서 유독 무당층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유권자들과 접촉 기회가 적은 깜깜이 선거 국면이 이어지고, 4년 전과 총선 지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여당은 '코로나 극복'을, 야당은 조국 사태, n번방 사건 등 민감한 이슈를 들고 나오며 무당층 공략에 나서고 있다. 총선 막판에는 막말 등 부정적 언행을 삼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대 총선과 달리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거대 양당 체제가 공고해졌다. 4년 전에는 투표 전 여론조사에서 25%에 달했던 무당층이 국민의당을 선택하며 녹색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민주당과 새누리당 후보 간 표차보다 국민의당 후보 득표수가 많은 곳도 다수다.

하지만 이번에는 새롭게 창당된 국민의당이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으면서 중도·무당층이 갈 곳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20대 총선에서 중도 보수는 새누리당보다 국민의당을 더 찍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민주당이 이득을 봤다. 반면 지금은 개혁성과 정의, 공정을 주요 가치로 보는 중도 진보도 조국 사태 이후 변화하기 시작했다"며 "결국 이번 선거는 과거 중도 진보가 지지했던 민주당을 어느 정도 이탈하느냐, 국민의당에 참여했던 중도 보수가 통합당으로 가느냐, 아니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느냐의 싸움"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 예상 의석수를 '130석+α(알파)'로 기대하고 있다. 호남 지역뿐만 아니라 수도권 격전지에서 과거 국민의당의 중도 표를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선거운동 막판에 돌입하며 한국갤럽 4월 1주차 여론조사(기타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무당층은 22%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과거 선례에 비춰볼 때 이들 무당층은 판세가 뒤져있는 정당에 힘을 싣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실제 같은 여론조사에서 무당층 34%가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이 다수 당선되기를 원한다'고 답한 반면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 다수가 당선되기를 원한다'는 응답은 23%였다.

20대(18~29세) 무당층 선택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의 무당층 비율은 42%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다. 투표일이 임박할수록 다른 연령대무당층은 20%대로 줄어드는 데 비해 20대는 여전히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바꿔말하면 이들이 이번 총선에서 적극적으로 투표에 나선다면 100표 차이로 박빙 승부가 벌어지는 수도권 격전지에서 총선 결과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은 중도·무당층을 사로잡기 위해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 제안을 꺼내들고, n번방 사건 총선 후 해결을 강조하며 청년층에게 호소하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가운데)와 이종걸 더불어시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오른쪽)이 지난 2일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투표 독려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국회=배정한 기자
민주당은 중도·무당층을 사로잡기 위해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 제안을 꺼내들고, n번방 사건 총선 후 해결을 강조하며 청년층에게 호소하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가운데)와 이종걸 더불어시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오른쪽)이 지난 2일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투표 독려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국회=배정한 기자

이 때문에 여야는 총선 막판에 산토끼인 중도·무당층 잡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은 생활 밀착형 '코로나' 이슈를 이끌며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확대를 먼저 내걸었다. 청년·여성층을 겨냥한 '텔레그램 대화방 성착취 사건'(n번방 사건) 문제도 총선 직후 해결을 강조하며 꾸준히 언론에 노출시키고 있다.

반면 통합당은 '반조국' 프레임으로 공정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8일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을 지적하며 "대통령이 조국이라는 사람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걸 알면서도 장관에 임명했다. 여당이 제대로 판단해서 협의했다면 그와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n번방에 대해선 문제 해결 제안에 한발 나아가 대여 공세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7일 '버닝썬' 공익제보자였던 김상교 n번방 TF 대책위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이 n번방 사건과 같은 성착취 범죄 사건을 외면하고 은폐 시도를 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이슈에도 뒤늦게 나서며 기존 차등 지급 주장을 철회하고 "총선 전 전국민 대상 50만 원 지급"을 제안한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통합당은 '막말 논란'이 있는 김대호(서울 관악갑), 차명진(경기 부천병)후보 두 명에게 초고속 제명을 결정했다. 논란이 지속되면 중도층과 무당층에 영향을 줘 전체 판세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통합당은 지난해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에 대한 중도층 이탈 계기가 됐던 조국, 불공정 이슈를 다시 꺼내들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기존 이슈에 집중하는 것보다 후보의 말 한마디에 신중하는 게 더 중요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막말 논란으로 제명된 김대호 전 통합당 관악갑 후보. /남윤호 기자
통합당은 지난해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에 대한 중도층 이탈 계기가 됐던 '조국', '불공정' 이슈를 다시 꺼내들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기존 이슈에 집중하는 것보다 후보의 말 한마디에 신중하는 게 더 중요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막말 논란으로 제명된 김대호 전 통합당 관악갑 후보. /남윤호 기자

이와 관련,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조국이나 n번방 등을 이슈화하기에는 늦은 감이 있다. 코로나 정국에서 국민들은 어떤 얘기를 해도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무당층에 큰 변수는 되지 못할 것"이라며 "이보다는 실언을 한다든가 하는 결정적인 실수를 하면 중도·무당층이 민감해하기 때문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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