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식 전 국무총리가 향년 91세 나이로 별세했다. 모든 공직을 떠난 뒤엔 보수 성향의 원로 교육학자들과 활동해 왔다. 사진은 정총리의 생전모습. /이동률 기자 |
문교부 장관 재임시절 전교조 불법단체로 규정
[더팩트|한예주 기자] 노태우 정부 시절 국무총리로 재직했던 정원식 전 총리가 별세했다. 향년 91세.
12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신부전증을 앓아 3개월여 전부터 투병하던 정 전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께 별세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1928년생인 정 전 총리는 서울대 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로 활동하다가 노태우 정부에서 1988년 12월부터 2년간 문교부 장관을 역임했다.
그는 문교부 장관 재직 중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를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전교조 결성에 참여한 교사 1500여 명을 해직·파면 등 강경 조치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정 전 총리는 "교원의 정치활동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헌법정신에 비춰 인정할 수 없다"면서 역시 전교조를 불법 단체로 규정해 관련 인사들을 해임하는 등 강경한 조치를 취했다.
문교부 장관에서 물러난 후에는 한국외대, 덕성여대 등에서 강단에 서다 1991년 5월 국무총리 서리로 임명됐다.
정 전 총리는 취임을 앞두고 한국외대에서 마지막 강의를 마치고 나오다가 장관 시절 전교조를 불법화하는 등의 조치를 한 데 앙심을 품은 운동권 학생들이 '전교조 탄압주범 정원식을 몰아내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계란과 밀가루를 던졌고 정 전 총리는 황급히 학교를 빠져나가야 했다.
이 사건은 밀가루와 계란을 뒤집어쓴 정 전 총리의 모습이 방송과 신문을 통해 보도되면서 당시 학생 운동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는 계기가 됐고 이후 김영삼 대통령 취임 때까지 공안정국이 이어졌다.
정 전 총리가 재임 시절 남긴 가장 큰 업적으론 남북기본합의서 서명이 꼽힌다. 1991년∼1992년 남북고위급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로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면담하기도 했다.
1991년 12월 11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린 5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는 '남북화해'와 '불가침', '교류협력' 등을 골자로 한 남북기본합의서 내용을 완전히 타결해 서명했다.
1992년 2월 19일∼20일 평양에서 열린 6차 회담에서는 연형묵 정무원총리와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체결했다.
1992년 10월 7일 총리직에서 사퇴한 정 전 총리는 그해 말 민자당 대통령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돼 제14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모든 공직에서 물러난 뒤로는 '종북세력 청산' 등을 요구하는 단체의 고문으로 활동하는 등 보수 성향의 원로 교육학자들과 활동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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