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 체험기] 코로나19 속 사전투표, '비닐장갑 인증샷' 저도 찍어봤습니다!
입력: 2020.04.11 15:14 / 수정: 2020.04.11 15:14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21대 총선 사전투표가 진행됐다. 여느 때의 투표장 풍경과 달리 마스크와 비닐장갑을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투표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동작=문혜현 기자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21대 총선 사전투표가 진행됐다. 여느 때의 투표장 풍경과 달리 마스크와 비닐장갑을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투표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동작=문혜현 기자

'두 번' 접은 기다란 투표지…35개 비례정당의 운명은

[더팩트|동작=문혜현 기자] 마스크와 비닐장갑, 기다란 투표용지. 21대 총선 투표장 풍경은 지난 선거와 확연히 달랐다. 하지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직접 나선 투표자들은 이 모든 불편함을 감수했다.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로 10일부터 11일까지 치러진 21대 총선 사전투표는 철저한 방역 원칙 아래 치러졌다. 또, 달라진 건 48.1cm에 달하는 긴 비례대표 투표지다.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본 적은 없기에 더욱 궁금했다. <더팩트>는 11일 직접 관외 투표자로서 사전투표를 진행하며 달라진 투표장 분위기를 살펴봤다.

햇볕이 따사로운 오후 1시께 찾은 서울 동작구 신대방1동 주민센터 앞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주말 점심 시간대라 그런지 많은 사람이 몰린 것 같았다. 연인과 함께 온 젊은 세대, 자녀를 데리고 온 사람들, 강아지를 데리고 온 사람들도 보였다.

강아지를 데리고 온 모녀는 딸 먼저 투표소에 들어갔다. 밖에서 강아지를 안고 있던 중년 여성은 "(강아지를) 데리고 가면 안 될 것 같아서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들어가자마자 손 소독제를 바르고 비닐 장갑을 껴야하기 때문에 불편할 듯 싶었다.

오후 1시경 찾은 사전투표소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문혜현 기자
오후 1시경 찾은 사전투표소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문혜현 기자

앞에 선 연인들은 "줄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며 바닥에 붙은 '1m 거리두기' 발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간격을 유지하며 투표소의 안내에 협조했다. 줄을 서던 중 일부 사람들이 새치기(?)를 하기도 했지만, 크게 신경쓰는 이는 없었다.

이제 막 투표 행렬에 동참한 사람들은 조금 신나 보이기도 했다. 젊은층으로 보이는 남녀 3~4명은 들뜬 목소리로 "마스크를 꼭 쓰고 가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문득 요즘 SNS에 올라오는 '비닐장갑 인증샷'이 생각났다. 지난 10일부터 사람들은 손등 대신 비닐 장갑 위에 도장을 찍어 올리기 시작했다.

주민센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손 소독제를 바르고, 체온을 확인했다. 음식할 때 주로 쓰는 비닐 장갑을 한 장 받았다. 계단을 따라 올라 3층 투표소까지 가는 동안 사람들은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투표장 안 곳곳에는 '간격 유지 1m', '조용한 투표 쉿'이라는 등 안내가 붙어 있었다. 관외 투표자로 줄을 선 취재진은 안내에 따라 신분을 확인하고, 즉석에서 인쇄된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소독과 발열 확인은 사전투표의 첫 단계다. 비닐 장갑을 받아들고 조용히 투표 행렬에 참여했다. /문혜현 기자
소독과 발열 확인은 사전투표의 첫 단계다. 비닐 장갑을 받아들고 조용히 투표 행렬에 참여했다. /문혜현 기자

관내 안내는 3명의 사무원이, 관외는 2명의 사무원이 업무를 맡고 있었다. 투표장은 조용했지만, 왠지모르게 급박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바깥에선 안내를 돕는 사무원이 바삐 줄을 세우고 간격을 유지시키려 했고, 투표 용지를 건네는 사무원도 마스크를 쓰고 차분하지만 신속하게 인지사항을 말해주었다.

투표 용지는 생각보다 훨씬 길었다. 한 번 접어서 넣었는데도 직사각형의 봉투에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세 번 접어 봉투에 넣고 밀봉했다. 비례대표 개표는 수기로 진행된다고 전해들었는데, 확실히 긴 시간이 걸릴듯 했다.

선거공보물에서 보지 못한 특이한 정당명도 많았다. '깨어있는시민연대당', '자영업당', '충청의미래당', '홍익당' 등 생소한 정당명과 '대한당', '대한민국당' 등 비슷한 이름의 정당들도 보였다.

48.1cm에 달하는 투표 용지를 처음 받아들었을 땐 다소 당황스럽기도 했다. 긴 용지를 접느라 잠시 수고로웠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인쇄소에서 관계자가 인쇄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용지를 확인하고 있다. /김세정 기자
48.1cm에 달하는 투표 용지를 처음 받아들었을 땐 다소 당황스럽기도 했다. 긴 용지를 접느라 잠시 수고로웠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인쇄소에서 관계자가 인쇄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용지를 확인하고 있다. /김세정 기자

투표를 마치고 투표소 한 쪽에 길게 줄지어 앉은 참관인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마스크를 쓰고 앉은 이들의 연령대는 50~60대로 보이는 노년층이 대부분이었지만, 20~30대처럼 보이는 젊은층도 있었다.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선거 참관인은 후보자 추천과 당추천으로 나뉘고, 대부분 시·구의원 추천 및 자원봉사자로 채워진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뒤에도 많은 사람이 주민센터 밖에 대기하고 있었다. 투표장 밖에선 어린 아기를 안고 온 부모들도 보였다. 사전투표율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20.4%에 달했다. 당초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투표율이 낮을 거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사전 투표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만 18세 선거권이 보장된 만큼 앳된 유권자들도 보였다. 이번 총선은 참 새로운 점들이 많다. 선거 연령 하향,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으로 청소년의 선거권, 정당 다양성이 보장됐지만, 그만큼 혼란도 있다. 주변에서 '비례정당을 어떻게 판단해야하느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들었다. 다만 코로나19로 일상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국민은 더 나은 정치를 위한 선택을 고민하고 있었다. 21대 총선의 결과가 더욱 궁금해진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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