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해리스 美대사, 사임설 배경엔 '트럼프'?
입력: 2020.04.11 00:00 / 수정: 2020.04.11 00:00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사임설을 놓고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해리스 대사는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않아 궁금증을 더한다. 사진은 지난해 4월 미국 대사관저에서 기자간담회 당시. / 사진공동취재단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사임설을 놓고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해리스 대사는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않아 궁금증을 더한다. 사진은 지난해 4월 미국 대사관저에서 기자간담회 당시. / 사진공동취재단

교체 잦은 트럼프 행정부 특성 무시 못 해

[더팩트ㅣ외교부=박재우 기자]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일제히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사임의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주한 미국 대사관은 사임설을 일축했지만, 본인의 해명이 나오지 않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해리스 대사 사임설 배경으로 국내에서의 논란과 산적한 외교 현안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트럼프 행정부 '잦은 인사교체' 특성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로이터 통신은 해리스 대사가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까지 한국에 머무르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는 "해리스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에 상관없이 사임을 원하고 있다"면서 "방위비 인상 및 북한 관련 문제로 한국과 미국의 관계가 흔들린 데다, 해리스 대사의 일본계 혈통이 한국 국민에게 반감을 산 것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아울러, 해리스 대사는 은퇴 후 부인 브루니 여사와 함께 살기 위해 미국 콜로라도에 이미 집을 지어둔 상태라고 소식통을 통해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9일 해리스 대사가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까지 한국에 머무르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로이터 통신은 지난 9일 해리스 대사가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까지 한국에 머무르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무단침입, 참수대회 그리고 일본계라는 비판

해리스 대사 사임설 배경에는 그동안 국내에서 비판을 받아왔다는 점과 한미관계 개선에 기여하고 있지 못한다는 점이 꼽힌다.

해리스 대사는 취임 이후 발언이나 행동에서 많은 논란이 일었다. 먼저,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를 종료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안보 일정을 취소하고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 '쉐이크쉑' 종로점 개점식 참석했다.

아울러, 한국 국회의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종북 좌파에 둘러싸여 있다는 보도가 있는데 사실이냐"는 발언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했던 남북 개별관광에 대해서 "미국과 반드시 협의해야 한다"고 훈수를 놓기도 했다.

해리스 대사의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해 10월에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대진연)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에 반대하며 주한 미국대사관저를 무단 침입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이 단체가 '참수대회' 퍼포먼스까지 열렸다.

특히, 일본계와 '콧수염'으로 국내에서 비판받자 해리스 대사는 억울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영자신문 코리아타임스 인터뷰에서 '콧수염이 일제강점기 조선 총독을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있는데, 자를 생각은 없는가'라고 질문에 해리스 대사는 "한국의 독립운동가들도 콧수염을 많이 길렀는데, 그에 대해선 주목하지 않는 것 같다"고 답한 바 있다.

CNN 등 외신에서는 이를 두고 한국인들의 인종차별을 엿볼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처럼 한국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개인적인 요소도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유독 트럼프 행정부에서 사임과 해임이 된 인사들이 많다는 점도 해리스 대사의 사임설에 주요 배경으로 주목받고 있다.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연설을 하고 있는 장면. /AP.뉴시스
유독 트럼프 행정부에서 사임과 해임이 된 인사들이 많다는 점도 해리스 대사의 사임설에 주요 배경으로 주목받고 있다.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연설을 하고 있는 장면. /AP.뉴시스

◆ 잦은 '교체'·'해고' 트럼프 행정부 특징?

유독 트럼프 행정부에서 사임과 해임이 많다는 점도 해리스 대사 사임설의 주요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가장 짧은 시간 내에 가장 많은 장관과 보좌진을 떠나보낸 대통령이란 오명을 갖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취임 이후 14개월 동안 내각 및 보좌진 교체가 최근 20년간 대통령들의 4년 임기 때 보다 많았다는 분석이 나왔고, 취임 이전부터 폴 매너포트 트럼프 캠페인 선대위원장을 해고하기도 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스캔들 당시에는 탄핵 판결 이후 '제보자'로 알려진 외교관들을 모두 교체했고,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2018년 자체적으로 예산을 삭감한 팬데믹 대응팀을 전부 해고시켰다. 또,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에서 큰 축을 맡았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로 직을 내려놓기도 했다.

대사급에선 지난해 헌츠맨 전 주러시아 미국 대사가 '러시아 스캔들' 이후에, 커트 폴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대사는 '우크라이나 스캔들' 이후에 사임했다. 또, 니키 헤일리 UN대사도 2018년 정치적인 이유로 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인사교체를 꺼리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최근 한국에서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상 기피인물)'까지 언급이 되는 해리스 대사가 외교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사임설 배경으로 나온다.

반면, 주한미국대사관 대변인은 9일 성명을 발표하고 "해리스 대사는 대통령의 뜻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미국을 위해 지속적으로 적극 봉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리스 대사가 한국은 미국 대사로서 최고의 근무지이자 미국에게는 최고의 동반자이며 동맹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11월 사임' 보도를 정면으로 반박하진 않았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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