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이 불과 일주일도 안 남은 가운데 여야 정치권의 막말 공세가 치열하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왼쪽 두번째)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대호 서울 관악갑 미래통합당 후보와 차명진 경기 부천시병 후보의 막말 논란과 관련해 사과하는 모습. /국회=배정한 기자 |
민주당 홍성국 "아내도 한 명보단 두 명이 낫다" 발언 재조명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4·15 총선 D-5을 남겨 놓은 상황에서 각 당이 후보자들 발언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자칫 말 한마디로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래통합당이 막말 파문을 일으킨 후보들을 신속히 제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선거 유세 막바지가 다가오자 여야 정치권은 상대에 타격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 과거 막말 논란까지 끄집어내며 공방에 몰두하는 양상까지 보인다.
통합당은 9일 차명진(경기 부천병)·김대호(서울 관악갑) 후보의 막말 논란이 총선 대형 악재로 작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국민 사과하며 초고속 수습에 나섰다.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에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다시는 실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호소하며 고개를 숙였다. 같은 당 유승민 의원도 이날 홍철호(경기 김포시을) 후보 지원 유세 후 "통합당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막말과 사과가 여전히 반복된다. 막말은 미움에서 나온다. 미움의 정치를 청산하지 않는 한 막말은 계속된다"며 "지도자들부터 마음에서 미움을 털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성국 세종갑 후보는 과거 거듭된 여성비하 발언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6일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행사에서 말하고 있는 홍 후보(왼쪽). /배정한 기자 |
이해찬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같은 날 서울 관악 지역 지원 유세에서 "준비되지 않은 후보를 내보낸 통합당의 공천 시스템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두 사람 못지않게 막말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황교안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이번선거가 무참한 막말선거로 변질된 책임은 전적으로 황 대표에게 있다"며 논란이 된 후보들을 공천한 황 대표 책임론으로 공세를 퍼부었다.
통합당도 참지 않고 반격했다. 통합당은 과거 '여성 비하' 발언 논란을 빚은 홍성국 세종갑 후보에 대해 민주당이 아무런 조치 없이 공천했다고 비판했다.
통합당은 임윤선 선대위 상근대변인 논평을 통해 "한 번은 실수로 치부할 수 있지만, 홍 후보처럼 여러 차례 여성을 희화화하고 비하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실수가 아닌 고의로 밖에 볼 수 없다"며 공식 사과와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통합당 세종시당도 성명을 내고 "민주당에서는 세종시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 올바른 도덕적 가치관을 가진 자를 공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고 이런 파렴치한 후보를 공천했다는 것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힘을 보탰다.
이은재 한국경제당 대표도 거들었다. 그는 "차 후보의 막말은 안 괜찮고 여성비하 발언을 일삼은 홍 후보의 막말은 개의치 않아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철면피' 정당"이라고 꼬집었다.
통합당에 따르면 홍 후보는 지난해 2월 한 강연에서 "소유가 늘면 행복해지죠? 뭐 많이 가지면, 안 그래요? 아내도 한 명보다는 두 명이 낫죠"라고 발언했고, 또 지난해 5월 여성 공무원 다수가 참석한 한 북 콘서트장에선 "(대전) 둔산 화류계가 어떤지 좀 봤는데 화류계에 아무것도 없더라","엣날에는 욕망을 억제하기 위해 은장도로 허벅지를 찔렀는데 언제까지 밤에 허벅지만 찌를 것이냐"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후보 측은 통합당의 사과와 사퇴 촉구에 대해 "사안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말을 아꼈다. 민주당 관계자 역시 "(과거 발언이고) 지금 나온 얘기가 아니니 따로 입장은 없다. (통합당)의 물타기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일축했다.
이어 당내 막말 주의령이 내려진 분위기도 전했다. 이 관계자는 "따로 지침은 없지만, 선거 막판에 막말을 조심해야 하는 건 말하지 않아도 당연하다. 통합당이 홍역을 치르고 있으니 후보나 당직자나 당과 관련한 모든 사람들이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통합당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윤호중 선대본부장의 발언 때리기에 나서며 막말 공세에 반격했다. 이해찬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9일 서울 관악구 정태호 관악을 후보 선거사무소를 방문, 지원유세를 하는 모습. /뉴시스 |
통합당은 이 위원장 등 민주당 지도부 발언도 집중 때리기에 나섰다.
황규환 통합당 선대위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전날(8일) 이 대표가 팟캐스트 방송에서 통합당을 "토착왜구"로 발언한 것을 비판하고, 과거에는 조폭에도 비유했다며 "참으로 천박하고 주책없다"고 했다. 이어 최근 윤호중 민주당 선대본부장이 황 대표와 김 위원장, 박형준 공동 선대위원장을 각각 애마, 돈키호테, 시종에 비유한 것을 "건전한 비판과 해학"이라고 해명한 데 대해서도 "'자기가 하면 해학이요, 남이 하면 막말'이라는 내로남불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통합당은 또 "우리가 북한보다 미사일을 더 많이 쏜다"고 발언한 도종환(청주흥덕구) 후보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옹호했다고 주장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런 와중에 통합당 후보의 발언 논란이 뒤늦게 또 터졌다. 주동식 통합당 광주 서구갑 후보가 지난 8일 후보자 방송 토론회에서 "광주는 80년대 유산에 사로잡힌 도시, 제사에 매달리는 도시로 추락했다"고 발언해 파문이 일고 있다. 그는 2018년 8월 페이스북을 통해 "일자리 창출 고민할 것 없다. 앞으로 매달 세월호 하나씩만 만들어 침몰시키자"라는 글을 올렸다가 "세월호 진상을 규명한다며 혈세를 낭비하는 행태를 비꼰 풍자"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같이 불붙은 정치권의 막말 경쟁에 유권자 표심은 더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후보를 정한 사람들이야 막말 때문에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무당층은 아무래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샤이 보수층이 투표장에 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패배했던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여성 비하 발언 파문이 있던 당시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의 총선 완주가 영향을 미쳤다는 일각의 해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