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생당을 이끌게 된 김정화 대표는 지난 25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름 석 자의 효능감"을 강조했다. 청년, 여성, 40대란 수식어는 김 대표의 포부를 더 단단하게 했다. /국회=이선화 기자 |
당내 갈등 해법? "힘들 땐 원칙대로…중도개혁 방점 역할해야"
[더팩트|국회=이철영·문혜현 기자] "'김정화'라는 이름 석 자가 주는 효능감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오로지 내가 입증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취임 한 달을 갓 넘긴 김정화 민생당 대표의 말은 분명하면서도 힘이 있었다. 당 내부 상황이 시시각각 바뀌는 때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고 '실력'과 '중도개혁'을 강조했다.
이합집산의 계절,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은 지난달 24일 '민생당'이란 이름으로 합당해 21대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대변인 출신인 김 대표는 현역 의원인 유성엽 대표와 함께 방향키를 잡았다.
40대 초반 여성 대표지만 그의 정치 이력은 짧지 않다. 김 대표는 지난 2012년 민주당 여성전문가로 정계에 입문해 2014년 안철수 대표의 손을 잡고 새정치민주연합에 합류했다. 이후 안 대표와 정치적 인연을 맺고 함께 국민의당· 바른미래당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안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탈당하면서부턴 손학규 당시 바른미래당 대표와 함께 당에 남았다.
세 당이 합당하면서 '김 대변인'은 '김 대표'가 됐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에 있다가 흩어진 가족의 만남이어서였을까. 김 대표의 지난 한 달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공천 지분 문제, 비례대표 위성정당 참여 등을 놓고 격렬하게 부딪쳤다.
그리고 이제 총선은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 민생당 대표, 민생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민생당 비례대표 3번이 된 김 대표가 가진 전략은 무엇일까. <더팩트>는 지난 25일 김 대표를 만나 민생당의 총선 계획을 들어봤다.
'김 대변인'에서 '김 대표'가 된 그는 비례대표 후보 공모를 고민 끝에 신청한 일화를 말하며 싱긋 웃었다. /이선화 기자 |
◆ '비례대표 후보' 김정화…'이름 석 자의 효능감'
막 비례대표 공천 면접을 마치고 돌아온 김 대표는 다소 상기된 모습이었다. 김 대표도 다른 비례대표 공모자들과 다름 없이 장시간 대기 끝에 면접에 임했다. 당초 김 대표는 비례대표 신청서를 내지 않으려고 했다가 마감시간 1시간 15분 전에 서류를 냈다. 그는 "대표가 되니까 마음이 무겁다. 지지율에서 오는 부담감이 있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심사를 마친 소회를 두고 "선순위를 받든, 후순위를 받든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며 "저는 김정화라는 이름 석 자가 주는 효능감에 대해 많이 생각했던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유의 중저음의 목소리로 "지난번 새정치연합에서도 안철수 대표 이름 석 자에 기대는 청년과 여성이 굉장히 많았고, 그때도 그런 정치를 후진적이라고 봤다"며 "다른 사람 이름에 기대는 정치, 줄 서는 정치. 자신이 없으면 저럴까. 오로지 내가 입증해야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 사람"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20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한 원내 교섭단체 정당의 대표이면서 여성, 청년이기도 한 김 대표는 안정적인 당 운영과 총선 승리라는 무거운 책무를 지게 됐다. 그는 "저는 물욕보다는 국민의 이익에 복무하면서 그들이 '그래도 내 옆 친구가, 동생이, 친척들이 내일의 삶은 조금 낫겠다고 웃어준다'고 하면 그것 하나로 만족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김 대표를 두고 '정치적인 역량이나 연륜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다소 단도직입적인 질문에도 김 대표는 불쾌한 기색 없이 "아직 부족하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공적 심성과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라며 "그런 훈련으로만 생각하면 뒤쳐진다고 보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정당 내에서 민주적 훈련을 통해 자신을 입증하려고 했고, 여의도 문법으로 보면 40대 초반의 여성 정치인이기 때문에 '빠른 것 아니냐', '잘할 수 있겠느냐'라는 말이 나오는 건 편견이라고 생각한다"며 "나이가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역량과 책임을 다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현재까지 저를 점수로 주자면 80점 정도 줄 수 있다"고 웃었다.
김 대표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된다면 지역구 출마 준비도 해나갈 계획이다. 그는 "비례로 입성하게 되면 지역민들한테 더 인정받길 원한다. 전에 강남을 지역 위원장도 했었고, 경험을 살려서 지역구 활동에 나설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부드러우면서도 강단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힘들 땐 그냥 원칙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화 기자 |
◆ 새어나오는 당 내홍…해법은 "원칙은 원칙대로"
김 대표는 유성엽 대표와 전 대표였던 박주현 의원과 함께 한 비례연합정당 참여 논의에서 강한 반대 의견을 드러냈고, 끝내 관철시켰다. 총선 직전 '위성 정당'이라는 소용돌이에 소수 정당들은 곧바로 쓸려갈 듯 보였지만 민생당은 단독으로 비례대표 정당 순번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적지 않은 갈등으로 당은 생채기가 난 상태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비례연합 참여 때문에 (의원들과) 꼬인 게 있다"며 "힘들 때는 그냥 원칙대로 가야 한다"고 굳건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원칙을 거부하거나 그런 부분에 있어서 부담을 느끼고 불편해하시는 분들은 정치적 소신을 갖고 당을 떠나시면 된다"며 "비례연합정당 참여도 사실 정강정책과 다른 부분이 있다. 당헌에 관한 내용과 달라서, 원칙에 부합하도록 하는 게 맞다. 협상같은 것은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민생당은 3선 이상의 중진 의원들과 호남계 의원이 다수 포진해 있다. '연륜 있는 의원들의 압박에 내적 갈등을 한 적은 없는가, 대표직을 맡은 데 후회하진 않았느냐'는 물음에 김 대표는 "한 적 없다"고 담담히 말했다.
당초 김 대표는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제안을 고사했지만 '중도의 가치'를 위해 용기를 냈다. /이선화 기자 |
그는 처음 당 대표직을 제안받았을 때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2월 23일 밤 11시 45분 손 대표님의 전화를 받았다. '젊고 여성이고 쇄신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며 말씀하셨지만 저는 끝까지 고사했었다"고 했다.
다만 그는 "결정적으로 흔들렸던 건 이 말씀이었다. '바른미래당의 가치, 중도의 가치, 그걸 끝까지 굳건히 지킬 사람이 있으면 말을 해보라'는 물음이었다. 그때 제가 대답할 수 없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아무리 이합집산의 계절이지만 떠나는 사람을 봤고, 소신이 흔들리는 사람을 너무나도 많이 봤다. 저는 공적인 심성과 열정, 책임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국민의당에서 바른미래당, 민생당으로 거쳐온 것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사실 떠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만약에 '김정화라면'이라고 했을 때는 그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갈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깊은 한숨과 함께 '알겠습니다 대표님'이라고 답했다"며 미소지었다.
그러면서도 "적어도 저는 중도개혁을 지켜낼 인식과 의지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누구한테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며 "(비례연합정당 참여 문제에서) 제가 만약 현역 의원이었어도 오히려 소장파로서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솔직하면서도 진중한 태도로 '호남 민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선화 기자 |
◆ '호남 vs 탈호남'의 딜레마…"그냥 '찍어주세요'는 안 돼"
호남계 일부 의원들은 민생당의 정체성을 두고 '탈호남은 안 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김 대표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도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그는 "호남만으로도 안 되고, 미래 세대만으로도 안 된다. 호남에서 진짜 원하는 건 '실력'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거듭 "수권정당의 자격이 되는지 자질, 경쟁력을 보여주면 된다"며 "그게 기반이 되어야 한다. 그냥 '찍어주세요'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우리 당) 중진 의원들의 경쟁력은 높다. 구도를 무시할 순 없지만 구도를 뛰어넘는 실력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호남을 배제하는 게 아니라, 호남과 수도권, 서울이 모두 함께여야 한다. 세대교체를 통해 정치개혁에 앞장설 수 있는 인물들이 주도해나가면서 중진 의원들이 호남에서 역할하면 된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탈호남' 이미지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는 "마치 호남을 배제하고 그 정서를 무시하는 듯한 왜곡된 사실이 많이 알려진 것 같다. 저의 의도와 상관 없다"며 "호남은 오히려 수권정당의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중도개혁의 효능감을 발휘하면 전국에서 인정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민생당의 '중도개혁' 이미지를 알리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이선화 기자 |
오는 4·15 총선을 앞두고 민생당은 '투트랙 전략'을 내세웠다. 김 대표는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도 중도와 관련해 싸워야할 입장이다. 경쟁을 해야하는 구도라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다만 차이가 있는 게 저희는 지역구 후보를 배출하고, 1인 정당은 또 아니지 않느냐.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과 호남의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투트랙 전략을 세워야 할 것 같다. 지지율을 견인하기 위해선 한쪽에 매몰되기보단 '아 이당은 중도개혁의 방점 역할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김 대표는 'TV 토론'을 비롯한 홍보뿐 아니라 "김정화란 사람을 통해 젊고 강단있고 일을 잘 하는 것 같은데 그 당이 민생당이다란 생각까지 귀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 수요자의 입장에서 들여다봐야한다. 일전에 제가 논평을 쓸 때도 국민의 시각에서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정치도 마찬가지로 가르치고 훈계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갈급(부족한 걸 몹시 바람)한 걸 청량감있게 제시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 대표가 제안한 민생당의 가상 캐치프레이즈는 '내 남동생이 편안한 민생', '내 여동생이 편안한 민생'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평범한 동료시민'을 자주 언급했다. 그러면서 "보수와 진보라는 낡은 이념을 떠나 '가족의 먹고사는 문제'가 실용이기 때문에 우리는 호구지책에 방점을 두고 일하는 당"이라고 했다.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았고, 창당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민생당이 가진 시간은 열흘이 조금 넘는다. 당 내홍을 재빨리 수습하고 민생당이 '한 팀'이 되어 실력있게 나선다면,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김 대표는 거듭 "국민 눈높이에서 확실히 각인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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