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총선용 '위성정당' 난립, 유례없는 독특한 선거운동 예고
입력: 2020.03.26 05:00 / 수정: 2020.03.26 05:00
거대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위성정당 설립, 비례대표 후보자를 내지 않으면서 유례없는 독특한 선거운동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왼쪽)와 황교안 통합당 대표. /남윤호 기자
거대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위성정당 설립, 비례대표 후보자를 내지 않으면서 유례없는 독특한 선거운동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왼쪽)와 황교안 통합당 대표. /남윤호 기자

민주당·통합당, 광고·TV토론회 홍보 불가능…위성정당 홍보도 제한적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4·15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와 위성(자매)정당 출현으로 깜깜이 선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거리 유세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자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는 1·2당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정당 광고, TV토론회 홍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당제를 위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법 개정 이후 1·2당이 앞다퉈 꼼수를 부리면서 이번 총선 선거운동은 유례가 없는 각종 꼼수가 판칠 전망이다. 선거가 끝난 후 상대 당의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고소·고발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는 정당은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TV토론회에 참여할 수 없다. 신문·인터넷·방송 광고도 불가능하다. 원내정당 중 이 규제를 적용받는 정당은 거대양당인 민주당과 통합당이 유이하다.

이들 모정당의 위성정당 띄우기도 쉽지 않다. 법적으로 다른 정당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홍보가 어렵다. 다만 총선에 불출마하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서울 종로 지역구에 출마하는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상황이 다르다.

공직선거법 제88조(타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 금지)에 따르면 후보자, 선거사무장, 선거연락소장, 선거사무원, 회계책임자, 연설원, 대담·토론자는 다른 정당이나 선거구가 같거나 일부 겹치는 다른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때문에 지역구에 출마하는 황 대표와 각 지역구 출마자는 법적으로 다른 정당인 위성정당에 대한 선거운동이 불가능하다. 다만 이 대표는 후보자가 아니기 때문에 위성정당에 대한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후보자가 아닌 당 관계자나 당원도 마찬가지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의총에서 민주당은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에 대한 의원 꿔주기를 위해 비례대표 초선인 심기준·제윤경·정은혜 의원을 제명했다. /뉴시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의총에서 민주당은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에 대한 의원 꿔주기를 위해 비례대표 초선인 심기준·제윤경·정은혜 의원을 제명했다. /뉴시스

이에 따라 거대양당은 선거법 88조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각자의 위성정당을 최대한 지원하는 선거운동을 구상 중이다. 또한 비례정당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투표용지에 최대한 앞에 정당명이 기재되게 하기 위해 적극적인 '의원 꿔주기' 꼼수를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25일 의원총회에서 "우리 당과 더불어시민당(위성정당) 모두 당명에 '더불어'가 들어가니 '더불어 더불어가 승리해야 한다'고 홍보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과 시민당은 로고, 후보자의 선거운동 복장, 공보물까지 유사하게 만들어 유권자에게 두 당의 밀접성을 각인시키는 이른바 '쌍둥이 선거운동' 전략을 펼칠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도 유사한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당 관계자는 "우리 당과 미래한국당(위성정당)은 별개의 정당이지만, 여러 차원에서 선거 협력, 또는 연대를 논의할 수 있다"며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따로 또 같이'하는 선거운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통합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아 대국민 홍보에 제한이 있는 점과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선거운동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온라인 소통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통합당은 지난 23일 '힘내라 대한민국 바꿔야 산다'로 슬로건을 확정했고, 공식 선거운동 기간(4월 2~14일) 전 3차에 걸쳐 온라인 포털 광고로 유권자와 소통할 예정이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자를 내지 않는 국민의당은 오프라인 선거운동에 일부 제약을 받는 가운데 안철수 대표를 앞세운 안철수 마케팅에 집중할 전망이다. 대구에 코로나19 의료 봉사를 다녀온 뒤 자가격리 중인 안 대표가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사에 모인 취재진과 화상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자를 내지 않는 국민의당은 오프라인 선거운동에 일부 제약을 받는 가운데 안철수 대표를 앞세운 '안철수 마케팅'에 집중할 전망이다. 대구에 코로나19 의료 봉사를 다녀온 뒤 자가격리 중인 안 대표가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사에 모인 취재진과 화상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 후보만 내는 정당은 선거법에 따라 선거벽보, 현수막 설치가 불가능하고 공개장소에서의 연설·대담도 할 수 없는 등 오프라인 활동 일부가 제약된다.

이에 따라 모정당 없이 비례 후보만 내는 국민의당은 대표 얼굴인 안철수 대표의 인형 탈을 쓰고 선거운동을 하는 등 '안철수 마케팅'에 집중할 전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민주화 이후 30년이 지났음에도 거대양당 기득권 체제가 공고하다는 것이 이번에 여과 없이 드러나고 있다"며 "두 정당이 마음을 먹으면 선거제도를 농락해도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적대적 공생관계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정치평론가는 이어 "꼼수로 점철된 선거법 개정, 위성정당 설립, 선거운동으로 한국 정치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이번 총선 때까지는 거대양당이 선관위가 규정하지 않는 편법·탈법을 찾아서 선거운동을 지속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속임수로 자신들의 정당함을 역설하는 상황이 계속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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