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비례대표 정당 '더불어시민당'은 23일 34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발표했다. 참여하는 소수정당 몫으로는 2명, 12명은 시민사회 후보, 20명은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가 포함됐다. 우희종 플랫폼 정당 '시민을 위하여' 창당준비위 공동대표(가운데)가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7개 정당의 비례연합정당 협약과 더불어시민당의 출범을 발표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
소수정당 몫 2명·시민사회 12명…비례 순번 관건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범여권 비례대표 전문 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더시민')이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 성격을 한층 강화했다. 총 34명의 비례대표 후보 명단 가운데 소수정당 몫은 2명 뿐으로, '소수정당 진출 지원'이라는 당초 비례정당 참여 명분이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시민이 23일 공개한 비례대표 후보 34명에는 소수 정당 2명, 시민사회 12명과 기존 민주당 비례후보 20명이 포함됐다. 소수정당에선 용혜인 전 기본소득당 대표, 조정훈 전 시대전환 공동대표만 후보로 선정됐다.
나머지 비례후보 12명은 더시민이 공모를 통해 접수해 선정한 시민사회 인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 문아영 사단법인 피스모모 대표 ▲신현영 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 유정주 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 회장 ▲ 이미영 전 환경부장관 정책보좌관 ▲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 ▲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 박주봉 전 대주코레스㈜ 회장 ▲ 이동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부회장 ▲ 이창현 전 KBS 이사 등이다.
당초 공모했던 제한경쟁 검찰·종교개혁 분야에선 후보를 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김솔하 더시민 공관위 대변인은 "검찰 종교 분야가 상당히 민감한 문제이고, 공관위원들이 짧은 시간에 빠르게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 있어서 고심 끝에 아쉽지만 해당 분야는 후보자 추천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비례대표 순번을 두고 이견이 있는 가운데, 더불어시민당은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후순위 배정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도상 더불어시민당 공관위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의에서 대화하는 모습. /뉴시스 |
이날 더시민 공관위가 후보 선정 과정에서 '소수정당 솎아내기'를 단행하면서 소수정당이 비례연합정당 불참을 결정하는 등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가자평화인권당 측은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처음부터 우리가 원한 것도 아니고 '시민을위하여'에서 참여를 요청했고, 비례대표 앞번에 군소 정당이 1석을 받는다는 설명을 듣고 정말 우리 강제징용 (시민운동가들을) 대우하는 줄 알고 참여했다"며 "지금 민주당이 하는 행태는 일본 아베보다도 더 나쁜 짓"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이전에 말씀드렸던 심사기준 5개 분야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했고, 위원 전원의 만장일치 또는 포괄적인 동의를 통해 결과가 도출됐다"고 답했다. 봉정현 더시민 수석대변인도 "가자평화인권당 (이정희 공동)대표는 당 차원에서 공관위 심사 결정에 대해 수용하신 걸로 안다"고 상황을 일단락 지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민주당이 비례정당 창당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공천 과정에서도 소수정당을 들러리로 내세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소수정당 측에선 적어도 두 명씩은 포함할 거라고 기대했을텐데 한 명씩밖에 못 들어갔다. 더불어시민당의 명분을 살려주기 위한 것 외 상징적인 의미는 없다"며 "나머지 12명을 시민사회 인물들로 채웠다고 하지만 이분들이 시민사회를 대표할 만한 분들인지를 볼 때 친문 정당 이상의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34명 후보 명단에 대한 비례대표 최종 순번도 관건이다. 앞서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20인은 민주당 지도부에 명단 전면 배치를 요구했지만 더시민 측은 '민주당 후보 11번 이후 후순위'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시민은 23일 최고위 회의에서 비례 후보들의 순번을 정하고 이를 비례대표선출선거인단을 통해 찬반투표로 결정할 예정이다.
가자평화인권당은 '더불어시민당' 공천에 반발하며 비례 불참을 알렸다. 가자평화인권당 측이 23일 기자회견 하는 모습. /여의도=박숙현 기자 |
한편 친문계 후보들로 구성돼 민주당의 또 다른 위성정당으로 분류되는 열린민주당과의 연대 여부도 논의가 확산 중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총선 후 범진보진영 비례정당 통합 관련 "그때 가봐야 하는데 꼭 우리가 의석이 제일 많지 않더라도 원을 구성하기 전까지 연합하면 된다"며 "4월 총선 후 최소한의 연합은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의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며 "더불어시민당, 정의당 등 소수정당 연대 열어두고 있으나, 열린민주당은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우희종 더시민 공동대표 역시 라디오에 출연해 열린민주당과 제3당 원내교섭단체 구성 전망에 대해 "검찰개혁이나 이런 취지에 의한다면 총선 결과에 따라서 그렇게라도 하는 게 좋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며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