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아나운서 출신 한준호, 고양을 출사표..."정치는 숙명"
입력: 2020.03.19 05:00 / 수정: 2020.03.19 05:00
경기 고양시을 선거구는 40대 젊은 정치인들의 대결로 치러지는 가운데 아나운서 출신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출사표를 내 관심을 받고 있다./경기 고양시=이효균 기자
경기 고양시을 선거구는 40대 젊은 정치인들의 대결로 치러지는 가운데 아나운서 출신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출사표를 내 관심을 받고 있다./경기 고양시=이효균 기자

고양시 문제 해결은 "도시의 '재생'보다 '재활'에 집중"

[더팩트ㅣ경기 고양시=이철영 기자] "새로운 정치보다 (국민에게) 필요한 정치가 우리가 해야 할 정치다."

경기도 고양시(을) 전략공천을 받은 지 보름이 지난 16일, 한준호(46)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수많은 카메라 앞에 서서 포부를 밝혔다. "저는 오는 제21대 총선에서 고양시을 선거구에 출마하려고 합니다"고 출사표를 낸 그는 "한 명의 고양시민으로, 또 한 명의 국민으로서 담대한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고 말했다. 아나운서 한준호로 익숙한 지역구민들에게 정치인 한준호로 새출발 하는 신고식인 셈이다.

출마선언 후 선거사무소에서 정치 신인 한준호 예비후보와 마주 앉았다. 그는 왜 아나운서에서 정치인으로 변화를 선택했을까.

그는 "2012년 언론탄압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힘있는 곳에 줄을 선 사람과 저항했던 사람으로 나뉘는 것을 목격했다. 당시 정치와 상관없던 저나 다른 사람들이 정치의 무서움을 깨달았다"며 "문재인 정부 100대 과제에 공중파의 거버넌스를 바꿔야한다는 내용이 있다. 전에는 크게 영향을 안 미쳤는데 거버넌스 구조를 통해 입맛에 맞는 사람을 내려보내고 언론사를 흔들었다. 많은 피해자들이 나왔고, 저 같은 경우도 그렇다. 그러다보니 숙명적으로 정치로 발을 딛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숙명처럼 받아들인 정치, 한 예비후보는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지 궁금했다. 그는 약 1시간 가까운 인터뷰에서 고양을에 대한 밑그림과 본인의 정치를 아나운서 톤으로 차분하게 설명했다.

그는 국민이 필요한 것을 찾아 채우는 것들을 정치에 담아보고자 한다. 새로운 정치보다 필요한 정치가 우리가 해야 할 정치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필요한 것을 찾아 채우는 것들을 정치에 담아보고자 한다. 새로운 정치보다 필요한 정치가 우리가 해야 할 정치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이 필요한 것 찾아 채우는 정치할 것

정치인 한준호의 정치철학은 무엇일까. 지역에서는 신인의 전략공천 후보에 대해 정치를 모르거나 정치 철학이 없다는 이유로 터부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지역 현안을 모르고 정치철학도 없는 후보는 환영받을 수 없다.

그는 "어떤 선배가 정치를 배분으로 보지 말고, 서비스로 바라보라는 말을 했다. 제가 정치를 대하는 태도는 새로운 것보다는 필요한 정치다"며 "40대가 모인 그룹에서 어떤 정치를 해야 할지를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바꾸고' '새로운 정치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 바꾸고 새로운 것은 피로감이 있다. 또 바꾸고 새로운 거? 연속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것은 그만하자. 젊고, 선배들과 달리한다고 새로운 것은 아니다. 바꾼다고 새로운 것이냐? 저는 국민이 필요한 것을 찾아 채우는 것들을 정치에 담아보고자 한다. 새로운 정치보다 필요한 정치가 우리가 해야 할 정치인 것 같다"고 했다.

한준호 예비후보는 출마선언 기자회견 전 민주당 시·도의원들과 행주산성을 찾아 의지를 다졌다. 한 예비후보와 시·도의원들. /한준호 예비후보 제공
한준호 예비후보는 출마선언 기자회견 전 민주당 시·도의원들과 행주산성을 찾아 의지를 다졌다. 한 예비후보와 시·도의원들. /한준호 예비후보 제공

말할 때의 표정이나 음성 톤, 그리고 절제된 동작에서 '아나운서' 출신임이 그대로 묻어난다. 한 예비후보의 정치 경력은 길지 않다. 현실 정치에 뛰어든 지 2년이지만, 본인 선거는 처음이다. 청와대에서 행정관으로 정책을 다뤘고, 지방선거를 통해 선거를 간접 경험했다.

서포터가 아닌 선수로 뛰는건 처음이다. 요즘 그가 대하는 선거와 정치는 어떤 느낌일까.

그는 "후보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있다. 정책을 밀고나가는 데는 퍼포먼스만 중요한 게 아니라, 왜 해야 하는지 명확한 이유와 밀고 나가는 자신만의 강한 의지가 담겨야 한다"며 "책임감이 따르니까 고민하게 된다. 책임감에 관해 많이 깨달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을 지역구는 늘 박빙의 승부를 보여 왔다. 19대 총선 당시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은 송두영 민주통합당 의원을 226표 차 박빙의 승부로 당선했다. 20대 총선에서는 정재호 민주당 후보가 김태원 새누리당 후보를 900표 차로 따돌리고 당선했을 정도다. 지역 민심도 진보와 보수를 아우른다.

그동안 선거가 양자구도였다면 이번 총선은 다자구도다. 미래통합당 함경우 경기도당 사무처장, 정의당 박원석 정책위의장, 민중당 송영주 지역위원장, 무소속 박종원 前 국회 정책보좌관 등이 출마했다. 그뿐만 아니라 1970년대 생들의 대결이라는 특징도 있다.

다자구도에선 당원들의 협조가 필수다. 당 공천에 반발해 이탈자가 나오거나 다툼이 생길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그는 어떤 상황일까.

한 예비후보는 "공천받은 지 2주밖에 안 됐지만, 민주당 소속 시도의원들이 완벽하게 합류했다"면서 "정책개발부터 선거 활동까지 매일 회의를 한다. 출마선언 기자회견에 앞서 시도의원들과 행주산성에 올라 결의도 함께 다졌다. 이분들께서 본인들의 핵심당원 모두를 모시고 왔다.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데 한 몸이 됐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일부 지역에서 정치신인 공천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 예비후보를 중심으로 뭉친 데는 '승리하지 못하면 문재인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했던 것들을 이행하기 어렵다'는 선당후사의 마음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예비후보로 주민들에게 인사하는 과정에서 사진 찍기와 사인을 종종 한다고 한다. 한 예비후보는 정치에서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부끄러운 듯 웃었다.
그는 예비후보로 주민들에게 인사하는 과정에서 '사진 찍기'와 '사인'을 종종 한다고 한다. 한 예비후보는 "정치에서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부끄러운 듯 웃었다.

◆"절 좋아해 주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제 한 예비후보에게 필요한 건 'MBC 전 아나운서'가 아닌 고양을 예비후보 정치인 '한준호'를 지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일이다. 일단 그는 훤칠한 키로 어디서든 눈에 띈다. 또,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썼지만, 눈빛만으로 그를 알아볼 정도로 대중성도 있다. 후보인사 에피소드가 어색할 법도 하다.

그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 눈만 보이는데도 알아봐 주신다. 말도 걸어준다. 정치에서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사실 후보 인사를 한 지 며칠 안 됐다. 아직 많이 다니지 못했는데 주민들께서 재밌어 하는 것 같다"며 "사진을 찍자는 분도 계셨고, 사인 받는 분도 가끔 있다. 지난 13일 첫 번째 백석동에서 저녁 인사를 하는 데 어떤 분이 오셔서 팬이라고 하셨다. 남자분 이었는데 사인을 받아 갔다. 그날 피로가 싹 풀렸다. 절 좋아해 주시길 바라고 있어요"라고 부끄러운 듯 웃었다.

한준호 예비후보는 지역구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트램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한 예비후보가 트램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한준호 예비후보는 지역구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트램'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한 예비후보가 트램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상상한 대로 프로젝트'의 핵심은 바로 이것?

그의 출마선언에는 살아본 사람만이 느꼈던 지역의 불편 해소가 담겼다. 16년 동안 고양시에서 산 한 예비후보는 '소외감의 해소' '편리함의 유지'라는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두 가지 목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교통'이다.

한 예비후보는 "삼송, 행신, 행주, 백석 1,2동을 포함해 고양을은 밖으로 나가는 도로는 다 돼 있다. 그런데 서로를 엮어주는 도로가 없다"며 "병렬구조다. 아직 정책으로 내놓지는 않았지만, '트램'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병렬구조 지역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좋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램, 아직까지 국내에 없는 교통수단이다. 그의 트램 구상이 궁금했다.

그는 "트램은 노면전차라고 부른다. 기존 도로에 철로를 깔고 달리기 때문에 일반 차량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 또, 시속 40km 미만의 속도로 노인과 장애인분들에게도 안전하다. 역사를 설립할 필요도 없다"며 "공용 정류소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사업비용이 전철보다 적게 든다. 버스 노선은 수시로 변경되지만 노면전차는 변경될 일이 없어 구획하기도 쉽다"고 강조했다.

그가 구상한 트램, 노면전차가 도입된다면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또, 고양을 교통 편의와 함께 쇼핑센터인 스타필드와 문화 핵심지역이 될 행주를 연결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그가 구상하는 '막힘 없는 아침, 여유 있는 저녁'의 고양을 위한 '상상한 대로 프로젝트'다.

그는 구도심과 신도심의 격차 해소를 위해 도시의 재생보다는 재활에 집중하겠다고 한다. 한 예비후보는 30년 된 고양시에 첫 목적을 가지고 들어온 거주민들을 위한 생활형 SOC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구도심과 신도심의 격차 해소를 위해 도시의 '재생'보다는 '재활'에 집중하겠다고 한다. 한 예비후보는 30년 된 고양시에 첫 목적을 가지고 들어온 거주민들을 위한 생활형 SOC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 예비후보의 노면전차 구상은 도시 계획도 포함한다. 그는 도시의 '재생'보다는 '재활'에 집중하고 있다. 그의 표현대로 하면 '막힌 혈관을 뚫는 것'이다.

그는 "막힌 혈관을 뚫으면 혈류가 늘어난다. 교통 문제 해결이 혈관을 뚫는 것이고 늘어난 유동인구가 바로 혈류다. 트램을 통해 유동인구가 늘어나면 거기에 맞는 문화콘텐츠를 접목한 시설들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시설을 만들어놓고 교통을 해결하는 것은 거꾸로 하는 격"이라고 설명하며 환하게 웃었다.

두 번째 목표인 '편리함의 해소'는 30년 된 고양시에 첫 목적을 가지고 들어온 거주민들을 위한 것이었다.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구도심의 상대적 불편함 해소 방안이라 할 수 있다.

한 예비후보는 "처음부터 거주한 분들에 대한 교육과 주거에 대한 편리함이 많이 상실됐다"면서 "이 기능들을 다시 복구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슬럼화, 난개발도 있다. 신도시로 젊은 층이 이동하면서 남은 노령층이 예전의 편리함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과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활형 SOC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정치를 정의한 가장 보편적 단어가 '사회적 희소가치에 권위적인 배분이다. 좋은 권위자가 되고 좋은 배분방식을 제안하는 것이 정치다.' 돌려 생각하면 누구나 권위자가 되기 위해 정치를 하는거더라"며 "저는 정의를 좀 바꿔서 정치란 국민을 위한 사회적 희소가치에 서비스다 이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정치를 태도를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 한준호 민주당 고양을 예비후보는 누구?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코스닥증권(현 한국거래소), MBC 문화방송 아나운서,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교육문화국장을 거쳐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실 행정관, 새로지음발전소 소장, UN 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전문위원(현), 민주당 정책위원회부의장으로 21대 총선 고양을 후보로 전략공천을 받았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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