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돌고 도는 '공약'...여당 '재탕' vs 야당 '무조건 반대'
입력: 2020.03.16 05:00 / 수정: 2020.03.16 08:25
4·15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은 공약을 발표하면서 표심 모으기에 주력하고 있다. 종로구 예비후보로 나선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각각 종로를 찾은 모습. /이새롬·김세정 기자
4·15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은 공약을 발표하면서 '표심 모으기'에 주력하고 있다. 종로구 예비후보로 나선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각각 종로를 찾은 모습. /이새롬·김세정 기자

'유권자 공감 얻는 메시지 전달 중요' 지적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총선을 30여일 앞두고 각 당은 표심 확보를 위해 정치·경제·안보 등 각 분야별 공약을 발표하고 있지만 여당은 '공약 재탕', 야당은 '정권 반대'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유권자들에게 신선하게 와 닿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선 한 목소리로 이번 총선의 주요 키워드가 '공정'과 '미래'라고 외치고 있지만 실제 지난 19대 총선부터 21대 총선까지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공약을 살펴보면 지난 대선과 큰 차이가 없거나 '현 정권 비판'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 대부분이다.

◆ 민주당, "문 대통령 미완의 공약, '완성'은 우리가"

21대 총선 민주당의 공약인 공공 와이파이 설치와 문화예술인의 생계 지원을 위한 실업보험제도 도입 추진, 보건의료 분야 총선 공약은 2017년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발표했으나 이뤄지지 못한 공약들과 비슷하다.

와이파이 공약은 '와이파이 프리 대한민국'과 유사한 형태로, 당시 문 대통령은 "이동통신 3사가 무선 인터넷 와이파이를 공유하고 통신사가 보유한 와이파이존이 없는 곳은 중앙·지방정부가 함께 공공 와이파이존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공약은 실제로 서울시·경기도가 추진 중이기도 해서 '1호 공약으로는 임팩트가 부족하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민주당은 전국 공공와이파이, 예술인 안정자금 지원 등 공약을 내놨지만 지난 대선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난 13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 /배정한 기자
민주당은 '전국 공공와이파이', '예술인 안정자금 지원' 등 공약을 내놨지만 지난 대선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난 13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 /배정한 기자

문화예술인 생계지원제도도 지난 대선 당시 프랑스의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인 '엥떼르미땅(Intermittent)'을 한국화해 창작권을 보장한다는 공약과 빼닮았다.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대응에 관한 공약(감염병 전문 연구기관 설립·감염병 전문병원 및 음압병상 확충) 또한 대선 공약이었다. 문 정부가 추진한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은 2023년 상반기 가동이 예정된 광주광역시 조선대병원 1곳에 그친다.

2호 공약으로 내놓은 '벤처 4대 강국 실현' 방안도 이명박 정부 당시 도입했던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 방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코스닥·코넥스 전용 소득공제 장기투자펀드 신설 계획도 문재인 정부 초기에 나왔던 '코스닥 벤처펀드 활성화 방안'과 비슷하다. 이는 민주당 공약의 초점이 새로운 입법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보다 문 대통령의 고정 지지층 공략에 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다만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청년층'을 겨냥한 부동산 정책들을 내놨다. 수도권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청년과 신혼부부만을 위한 전용 주택 10만 채를 공급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지난 2월1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민주당은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 걱정 없이 학업과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미래통합당 '민주당 포퓰리즘' 비난하더니…난데없는 '군 휴가 확대'

미래통합당의 총선 공약은 현 정권의 정책 실정을 무조건 비판하는 '반대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평소 민주당을 향해 '세금 살포', '세금 중독'이라며 날을 세웠던 것과는 다르게 특정 계층 표심을 겨냥한 '포퓰리즘성 공약'을 내세웠다. 통합당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 분양가 상한제 등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 등 문제점을 짚어내면서 여당에서 빠져나온 민심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통합당 희망공약개발단은 '총선 1호 공약'으로 '군인 정년 연장과 현역병 매월 2박3일 외박'을 내걸었다. 또 예비군 훈련수당도 최저임금 수준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주요 국방 공약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완벽한 군사대응태세 강화 및 한미간 ‘핵동맹’ 추진 △완전한 북한 핵무기 폐기 이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추진 △9·19 남북군사합의폐기로 무력화된 국방력 회복 △군인 정년 연장 △예비군 훈련수당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인상을 내세운 통합당은 "문재인 정부의 총체적 안보무능을 뿌리 뽑고,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실 수 있도록 공약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불출마를 선언한 국회 국방위원장 출신 김영우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가 어렵사리 미래통합당을 왜 만들었나? 문 정권이 각종 감성적 재정적 포퓰리즘으로 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거 아닌가"라면서 첫 공약이 장병들 매달 2박3일 휴가 보장이라니, 이게 도대체 국방정책인가, 아니면 청년들을 얕잡아보고 한번 던져본 어설픈 청년 복지 프로그램인가"라고 꼬집었다.

미래통합당은 공약은 경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반대를 위한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3일 열린 통합당 코로나19 긴급경제대책회의에서 황교안 대표(가운데)가 발언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미래통합당은 공약은 '경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반대를 위한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3일 열린 통합당 코로나19 긴급경제대책회의에서 황교안 대표(가운데)가 발언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통합당은 또한 정부 정책에 반하는 공약을 내세우면서 '정책 실패'를 부각하는 데 방점을 뒀다. 지난 4일 발표한 '미세먼지 저감 공약'에서 통합당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며 영구 정지시킨 월성1호기 재가동과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약속했다.

이외에도 재정건전성 강화, 노동시장 개혁 등을 강조하며 '친기업 정책'을 들고 나왔다. 김재원 통합당 정책위의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반시장, 반기업 정책으로 한국 경제가 활력을 잃었다"며 법인세 세율 최대 5%인하, 상속·증여세 인사 등 공약을 발표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또한 '반정부 공약'으로 볼 수 있다. 3기 신도시 건설의 전면 재검토도 공약에 포함됐다. 이는 경기 고양시 일산 등 신도시 건설 발표로 여당에 등을 돌린 민심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때문에 결국 '공약은 큰 의미가 없다'는 한탄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다 거기서 거기"라며 "유권자들은 공약을 그렇게 중요하지 않게 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원래 총선이 여당 심판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야당은 '정치적 선거'를 할 수밖에 없다"며 "여당은 사실 그동안 해온 것을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이런 것들을 해왔으니 남은 시간 동안 정책 성공을 마무리하게 도와달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당은 계속해서 '탄핵 타령'을 하고 있다"며 "지난 탄핵을 이야기하거나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탄핵을 언급하면서 지지세력 결집에 나서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선 전 각 정당들의 메시지'와 관련해 "결국 프레임을 형성하는 것인데, 지금 코로나19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야당이 '정권 심판론'을 꺼내 들면 여당은 맞불을 놔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그럴 수 없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끝으로 "정치는 알아듣기 쉬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황한 설명과 내용이 있더라도 결국 유권자의 이해를 돕고 공감을 얻는 메시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21대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각 정당들의 표 모으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입법 공약과 각 지역 현안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당들이 '표심저격'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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