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내로남불' 민주당, 이낙연 비례정당 찬성은 의외?
입력: 2020.03.14 00:00 / 수정: 2020.03.14 00:00

13일 민주당은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공식화했다. 이날 열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이해찬 대표(가운데)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13일 민주당은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공식화했다. 이날 열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이해찬 대표(가운데)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해수부 확진자' 다녀간 국회 '당황'…방역 작업 돌입

[더팩트|정리=문혜현 기자] -이번 주 정치권도 '코로나19'의 위협을 피해갈 순 없었습니다. 당장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캠프 소속 선거사무장이 숨지는 등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은 방역의 최전선에서 전력을 다해 힘쓰고 있는 질병관리대책본부를 깜짝 방문해 위로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금요일에는 국회 상임위원회에 참석했던 정부 청사 공무원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긴급 소독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이 위성정당 창당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했는데요. 지난 12일부터 전당원투표를 실시한 결과 13일 최종 확정됐습니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취재진들 사이에서도 설왕설래가 오갔다고 합니다. 선거 직전 '표 계산'을 하는 정치권에 대한 비판과 옹호의 목소리, 이 이야기부터 들어보시죠.

민주당이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취재진들 사이에선 예상된 수순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해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지난 2월28일 국회에서 열린 제2차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는 모습. /남윤호 기자
민주당이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취재진들 사이에선 '예상된 수순'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해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지난 2월28일 국회에서 열린 제2차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는 모습. /남윤호 기자

◆ 민주당 비례정당 합류는 예견된 일?

-민주당이 결국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는데요. 이전까지 참 우여곡절이 있었죠. 참여 결정을 내렸을 때 현장 취재진 반응은 어땠나요?

-민주당은 13일 오전 비례정당 참여를 최종 결론 내렸는데요. 아침 당 회의를 하기도 전에 전 당원 투표 결과를 발표하면서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당 발표에 취재진들 동요는 없었습니다. 사실 지난주 당이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할지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할 때부터 이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평가입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지난달 26일 이인영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전해철 의원 등 핵심 인사 5인이 만났을 때부터 기자들은 "그럴 줄 알았다. 조만간 만들겠구만"하고 내기를 걸기도 했습니다.(웃음) 실제로 미래한국당 출범 이후에 민주당 의원들은 사적인 자리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이 많다"는 얘기도 많이 했었습니다.

-취재진 분위기를 더 살펴보면 말진 기자들은 "내로남불 사례가 또 늘었다"며 비판적이었지만, 고참 기자들 입장은 달랐습니다. A 기자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비난은 잠시'라는 말이 딱 맞는 말이다. 명분보다 실리를 택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총리는 원칙주의자인 줄 알았는데 찬성한다고 하니 좀 의외였다"는 반응도 보였습니다. B 기자는 "결국에 여든 야든 자신들 기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면 어쩔 수 없다. 중진들이 실익을 추구해야 한다면서 찬성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라며 "정치부 출입기자나 지지자들 정도가 비례정당 이슈에 관심있지 일반인들은 잘 알지도 못할 거다. 반대론자들이 중도층 이탈을 말했지만, 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비례연합정당 반대 발언을 한 의원들도 꽤 있지 않았나요?

-맞습니다. 대표적으로 김해영 최고위원인데요. 당내에서 청년 정치인 축에 속하는 그는 지난 11일 당 지도부 회의에서 비례정당 참여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사실 김 위원의 공개석상 반대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래서 기자들도 "김해영이 또" 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문제는 이후 당의 조치였습니다. 민주당 공보국은 최고위원 회의가 끝난 뒤 회의록을 언론에 배포하고 있는데요. 11일 회의록에선 김 위원 발언을 삭제한 겁니다. "개인 의견이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취재진들 사이에서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삭제한 이유가 뭐냐"하는 반응이 나왔고, 문의가 쏟아지자 결국 다시 김 위원 발언을 담은 회의록을 추가 배포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는 민주당이 그만큼 비례연합정당 건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입니다.

-당은 전 당원 투표 결정도 발표를 보류하면서 고구마처럼 답답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였는데요. 이런 분위기를 최소화하려는 것인지 이번 비례연합정당을 위한 협상 과정은 모두 비공개로 진행하고 결과만 통보하겠다는 방침도 세웠습니다. 과연 이해찬 대표의 말대로 진보진영의 비례연합정당이 소수정당을 돕는 발판이 될지 끝까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13일 국회는 확진 판정을 받은 해수부 직원이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농해수위 전체회의실과 회의실 앞 주변 방역 작업에 들어갔다. /국회=문혜현 기자
13일 국회는 확진 판정을 받은 해수부 직원이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농해수위 전체회의실과 회의실 앞 주변 방역 작업에 들어갔다. /국회=문혜현 기자

◆ 해수부 확진자 방문한 국회 '발칵'…방역 작업 착수

-13일 금요일 해양수산부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국회가 발칵 뒤집혔다고요, 어떻게 된 일인가요?

-네, 지난 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던 해수부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이 이날 오후 알려진 건데요. 이에 농해수위 전체회의실이 위치한 국회 본관 5층은 당장 방역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날 <더팩트> 취재진이 현장에 있었습니다. 본관 5층엔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약통을 손에 든 채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농해수위 회의실을 비롯해 회의실 앞 테이블과 의자 주변을 소독했는데요. 관계자는 회의실 문을 열어둔 채 박스 테이프로 출입을 통제했습니다. 이후 5층 직원들이 모여 후속 대책을 논의하는 등 농해수위 주변은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국회 안전상황실은 문자를 통해 자가격리자 대상을 안내하기도 했는데요. 상황실은 "해당회의 참석자, 해당 확진자와 밀접히 접촉한 사람 등은 소속 부서 및 국회안전상황실로 신고 후 즉시 퇴근하고 자택에서 대기해 주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국회는 앞서 지난달 19일 코로나19 확진자가 국회 의원회관 행사에 참석한 것이 확인돼 같은달 25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면 폐쇄를 결정했었는데요. 이번엔 본관에 확진자가 다녀가게 되면서 또 폐쇄 결정이 내려질지 주목됩니다. 임시국회 회기국회 회기중인만큼 국회에는 하루에도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출입하는데요. 특히 상임위원회의 경우 정부 세종청사에서 오가는 공무원들이 많은 탓에 더욱 감염에 노출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네요.

-해수부는 지난 10일 확진자가 나오면서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13일까지 24명의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요. 집단 감염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국회 방역 대책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1일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대구 북구갑 후보로 출마하는 양금희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의 선거캠프 관계자가 10일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양 예비후보는 이날 오후 5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음성 판정을 받았다. /남윤호 기자
지난 11일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대구 북구갑 후보로 출마하는 양금희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의 선거캠프 관계자가 10일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양 예비후보는 이날 오후 5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음성 판정을 받았다. /남윤호 기자

◆ 양금희 후보 '선거사무장' 코로나19 사망 뒷이야기

-대구 북구갑 공천을 받은 양금희 미래통합당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장 이모 씨가 갑작스런 사망 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요, 지역 정가에 비상이 걸렸죠?

-네,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나 선거캠프 관계자 중 확진자, 사망자가 나온 게 처음이었기 때문에 최초 한 통신사 보도로 관련 소식이 알려진 뒤 파장이 상당했습니다. 보도를 접하고 저도 곧바로 양 후보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기가 꺼져있더라고요. 과거 다른 취재로 연락을 주고받았던 분이라 개인적으로 걱정되기도 해서 문자메시지를 남겨 놓고 다른 곳을 통해서 어찌된 일인지 분주히 알아봤습니다.

-중앙당에서도 당황스러운 기색이었습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좀 전에 보도를 보고 알았다. 지금 급히 알아보고 있는데, 뭔가 알게 되면 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회신을 기다리면서 양 후보가 근무했던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지역 선거사무실 등 여러 곳에 연락을 취하면서 사실관계를 알아보던 차에 양 후보와 통화가 닿았습니다.

-상당히 충격은 받은 상태였죠?

-네, 사망한 사무장은 정식 선거캠프가 꾸려지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려고 양 후보가 직접 요청해 영입한 분이어서 충격이 커 보였습니다. 특히 이 사무장은 지난 6일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3일 만에 갑자기 사망한 뒤 사후 양성 판정을 받아 유족들과 양 후보 측 인사 모두 충격을 받고 자가격리 중이었습니다.

-이 사무장과 접촉했던 유족, 캠프 관계자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죠?

-네, 유족들과 양 후보 캠프 관계자 9명 모두 10일 오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다음 날 다행히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만약 이들 중 일부라도 양성 판정이 나왔다면, 모두가 2주간 자가격리 대상자이기 때문에 선거준비가 어려울 수도 있었는데요, 파장이 더 확산되지는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양 후보는 여러 지인과 취재진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고 했는데요, 특히 걱정해준 기자들도 많아 "감동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웃음).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실을 방문해 코로나19 대응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정은경 본부장을 비롯한 직원들을 응원했다. /청와대 제공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실을 방문해 '코로나19' 대응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정은경 본부장을 비롯한 직원들을 응원했다. /청와대 제공

◆ '진정성'이 웃음 유발?…분위기 녹인 文의 소통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선 현장을 발로 뛰는 모습이 눈길을 끕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전력을 쏟고 있는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했습니다. 두 달 가까이 밤낮없이 고생하고 있는 정은경 본부장을 비롯해 직원 90여 명을 격려하기 위해서죠. 문 대통령의 질본 방문은 취임 후 처음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첫 방문, 상당히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말 그대로 '서프라이즈'였습니다. 사전 예고 없이 이뤄진 깜짝 방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이 무작정 질본으로 향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즉흥적인 것은 아니고 예전부터 방문 준비를 했다고 합니다. 다만, 워낙 엄중한 상황인 점 등을 고려해 질본 직원들의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문 대통령은 정 본부장을 포함해 직원들과 만나 원고 없이 즉석에서 인사말을 했습니다. 각본이 없었다는 얘기겠죠. 진정한 소통 방식이 아닐까 싶은데요. "질본이 너무 애쓰고 있고 진작 감사하고 싶었으나 너무 바빠 오면 폐가 될까 봐 안 왔다." 문 대통령의 첫 말입니다. 왠지 그간 문 대통령의 고민과 진정성이 느껴지는데요.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녹이기도 했습니다. 보고를 받지 않고 지시할 일도 없다고 말이죠. 좌중이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문 대통령이 일부러 웃기기 위해 농을 던진 것은 아닐 텐데요. 어찌 됐든 분위기가 너무 무겁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직원들의 긴장을 좀 풀어주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고요. 문 대통령의 웃음 유발은 다음 날에도 연출됐죠?

-네, 문 대통령은 12일 충남 천안에 있는 '충남대구1 생활치료센터’를 방문했습니다. 물론 격려 차원입니다. 이 센터는 충남도가 제공한 시설에 대구지역 경증 확진자 308명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청와대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문 대통령은 질본 방문 때와 달리 마스크를 썼습니다. 감염 위험이 있으면 마스크를 쓰는 것 같습니다.

-문 대통령이 지난 5일부터 마스크를 벗는 모습을 보여 감염 우려 목소리도 나왔는데, 장소에 따라 마스크를 쓰는 듯하군요.

-질본과 센터 방문 때 문 대통령은 '솔직하게'를 언급했는데요.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하자는 겁니다. 문 대통령은 의료진 등에게 솔직하게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부족하다고 해달라고 했는데요. 진정성이 느껴졌던 걸까요? 이때도 좌중이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이쯤 되면 문 대통령의 웃음 유발 능력이 상당하다고 봐야 할까요? (웃음) 소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웃음처럼 코로나 사태도 빨리 종식됐으면 좋겠습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재우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 한건우 인턴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임세준 기자, 김세정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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