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환의 '靑.春'일기] 아리송한 청와대 '마스크 시그널'
입력: 2020.03.12 05:00 / 수정: 2020.03.12 05:00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코로나19 방역 대책 추진상황을 보고받는 모습. 문 대통령을 포함해 참석자들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는 점이 눈길을 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코로나19 방역 대책 추진상황을 보고받는 모습. 문 대통령을 포함해 참석자들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는 점이 눈길을 끈다. /청와대 제공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보건용→면마스크·미착용 '오락가락'…'헷갈린다' 지적도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봄이 가까이 왔다. 한낮 볕도 제법 따뜻하다. 꽃망울이 맺힌 나무에 봄이 오고 있음을 실감한다. 생기가 넘쳐야 할 계절, 우리 사회는 찬 바람이 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춘래불사춘이라는 말이 와닿는 요즘이다. 날이 갈수록 코로나19 원망이 커진다.

더 속을 끓이는 것은 사태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코로나 사태는 50일이 넘도록 지속하고 있다. 보건·방역 당국은 물론 의료진과 주말에도 마스크를 판매하는 약사분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 감염 우려에 대한 국민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언제쯤 마스크를 벗을지 예측할 수 없다. 정부는 야외나 개별공간에서는 면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마스크 5부제 시행도 이런 정부의 이런 입장 변화에 따른 것이다. 그러면서 손 씻기 등 개인 예방 수칙을 잘 지키면 면마스크로도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감염자의 기침이나 재채기로 나온 비말을 흡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체를 만지는 것으로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은 여전히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선다. 정부의 방침 변화에도 국민이 마스크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데는 코로나19 초기와 현재 대응이 수 차례 바뀐 탓도 있다. 지난달 3일 보건당국은 "KF 94 이상 마스크를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공식입장이었다. 면 마스크에 대해서는 "바이러스로부터 완전히 보호하는데 제약이 있다"고 했었다.

마스크 수급이 따라오지 못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송구하다"고 국민에 사과했다. 결국, 마스크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지난 8일 정부는 '혼잡하지 않은 야외나 가정 내, 개별공간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감염 위험성이 낮은 곳에서는 면마스크 사용도 권장하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문 대통령도 마스크를 벗어 던졌다. 지난 4일 공군사관학교 졸업 및 임관식 때를 시작으로 10일 코로나19 방역 대책 추진 상황을 보고받을 때까지 공식 일정 때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청와대 내부 일정이나 경기 평택의 마스크 생산업체 현장 방문(6일) 외부 행사를 가리지 않았다. 3일 국무회의 때 모두 마스크를 쓰고 회의를 진행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5가 인근의 약국에서 시민들이 공적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여전히 마스크 수요량이 많다. /이동률 기자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5가 인근의 약국에서 시민들이 공적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여전히 마스크 수요량이 많다. /이동률 기자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코로나 사태를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겠다. 국민이 과도한 불안감이나 공포로 위축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또한 평범한 일상에서는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도 읽힌다. 문 대통령은 9일 "지금까지의 양상을 보면 집단 감염의 위험성은 요양병원 등 집단시설과 종교행사 등 다중 다수의 밀집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도 마스크 착용 지침을 바꿨다. 지난 6일부터 청와대 직원들이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썼던 것을 완화했다. △출퇴근 시 자차 이용할 때 △경내 이동 때 △업무할 때△회의 일반 참석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청와대 주요 회의 경내 회의 주 발언자, 출퇴근 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기존 방식을 유지했다. 또 보건용 마스크 착용이 필요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면 마스크 사용을 권장했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 지속되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면 마스크를 사용해도 괜찮다는 쪽으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이해됐다.

보건용 마스크 착용 권고에서 면 마스크 사용·미착용으로 선회하면서 시민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것인지, 쓰지 않도 된다는 것인지 헷갈린다'는 지적이 더러 보인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한 콜센터에서 최대 수준의 집단 감염이 발생해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밀폐된 공간이 아니더라도 일상 생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더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다소 누그러지는 추세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문 대통령도 9일 "아직 낙관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여전히 확진자 수는 늘고 있고 아직 검사를 받지 않거나 병세를 숨기고 있는 사람들이 활보할 가능성도 있다.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적극적인 예방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최대한 이르게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수 있다고 본다.

혼란을 막기 위한 대책은 최대한 보수적이어야 한다. 따라서 마스크를 벗은 정부나 문 대통령 '마스크 시그널'은 다소 혼란스럽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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