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 합류 결정을 또 보류했다. 민주당은 9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을 열고 비례연합정당 합류를10일 의원총회에서 의견수렴 절차를 더 거치기로 결정했다. 이낙연·이해찬 선대위원장이 논의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
'중도층 이탈 우려' 수도권 현역 극렬 반대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에서 진보 진영의 '비례연합정당' 합류 여부를 결정하기 전 의견수렴 절차를 추가했다. 전 당원 투표에 부치기 전 비공개 의원총회를 갖기로 한 것이다. 비례연합정당을 놓고 당내 의견이 나뉘자 잡음을 잠재우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또, 일각에서 비례정당 추진 명분이 없는 민주당이 당원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9일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비례연합정당 합류 여부를 전 당원 투표에 부치기 전 10일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수렴하기로 결정했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전 당원 투표 실시 건과 관련해서 10일 의총을 열어 의견을 수렴한 후 다시 최고위에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는 12일 당에서 구축해 놓은 모바일 시스템을 이용해 80만명 규모의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투표한다는 기존 논의 사항도 10일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당초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 이런 내용의 전 당원 투표 시기와 방식을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보류했다. 의총을 추가로 열게 된 배경에 대해 강 수석대변인은 "원래는 의총 없이 가려고 했으나 의원들 전체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할 정도로 사안이 중대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 역시 "최종 결정은 당원투표로 하는 게 맞는데 지금까지 의원들 의견을 공식적으로 묻는 절차는 한 번도 없었다. 의총에서 논의하고 숙고의 시간을 갖는 의미가 있다는 취지로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의총 배경은 이날 회의에서 '비례연합정당' 합류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내 비례정당 합류 반대론자인 설훈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결국 (선거에서) 중도층을 안는 쪽이 승리하는 법"이라면서 "그런데 지금 우리가 그동안 애써 잡아놓았던 중도층에 대한 표심을 흔들리게 만들면 전략상 옳지 않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설훈(왼쪽) 민주당 최고위원은 9일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례연합정당 합류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민 최고위원 역시 설 의원과 같은 의견을 냈다고 한다. 민주당 최고위에 참석한 설 최고위원과 박 최고위원. /남윤호 기자 |
설 최고위원은 오후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회의 분위기가 팽팽했는가'라는 물음에 "당연하다"라며 "의총을 해서 (의원들의) 정확한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의총에서 '전 당원 투표 방식이 무산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선 설 의원과 김해영 최고위원뿐만 아니라 박주민 최고위원도 반대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례연합정당 합류 반대 배경엔 선거제 개혁 취지에 어긋나 명분이 없다는 측면과 함께, 현실적으로 총선에서 미칠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현역 의원 입장에선 본인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반대로 내 선거에 도움이 된다는 의원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얘기들을 듣는 과정도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설 의원의 지역구는 중도충 표심이 중요한 경기 부천 원미을이다.
또 다른 이유는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 합류 책임을 당원들에게 전가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성원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사안이 중대해서, 통일되지 않아서 전 당원 투표에 부치겠다는 것도 궁색한 거짓말일 뿐이다. 민주당의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이낙연 위원장의 ('비난은 잠시'라는) 발언은 이미 당원들에게 찬성하라는 말보다 더 무서운 가이드라인"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민주당은 10일 의총 후 비공개 최고위를 또 가질 예정이다. 의총에서 반대 의견이 우세할 경우 '전 당원 투표'와 의총 결과를 합쳐 최종 확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