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가운데)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종로 출마를 시사하면서 이낙연 전 총리와 황교안 미래통합당의 '삼파전'이 될지 주목된다. /이새롬·남윤호 기자

당내 "총선 전 당 인지도 올려야" 목소리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민생당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종로 출마가 주목된다. 이미 종로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낙연 후보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 중 누군가의 표를 분산시키는 엑스맨이 될 수 있다.

'대권잠룡'인 두 인물과 함께 거물로 분류되는 손 전 대표가 출마할 경우 민생당이 '제3당'으로 입지를 굳힐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 김정화 민생당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에서는 대선주자급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 여럿 있다"면서 "손 전 대표를 비롯해 정동영 의원, 천정배·박지원 의원 등 중진들이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는 용단을 내려주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의 기둥인 중진이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희생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준다면 당에도 큰 힘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당 지도부도 그 결단이 헛되지 않도록 협조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민생당은 오는 11일 혹은 13일쯤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총선 레이스에 돌입한다. 이러한 가운데 손 전 대표의 '종로 출마' 이야기가 나왔다. '호남당' 이미지에서 벗어나 중량급 정치인을 가진 '제3당 전국정당' 이미지 부각 의도라는 분석이다.

민생당에선 손 전 대표의 출마로 당 지지율 제고와 함께 인지도 상승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 24일 손 전 대표가 민생당 합동회의에 참석한 모습. /남윤호 기자

민생당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당 인지도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서 종로로 간다면 제3당의 입지를 굳힐 수 있을 것"이라며 "당내에서는 '선당후사 정신으로 나셔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손 전 대표는 현재 종로에 거주하고 있다. 해당 관계자는 다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김정화 대표도 '중진 역할론'을 꺼내 들었다. 사실 손 전 대표가 비례대표로 나올 거란 이야기도 나왔었다. 그러나 우리 당은 '혁신 경쟁'만이 이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생당은 손 전 대표 결단이 이번 주 내로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양극화 정치의 해결을 위해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주장하며 단식까지 했던 손 전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도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당장 이 전 총리, 황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면 사실상 '중도층 표'를 끌어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전 총리 측에선 이와 관련해 "현재로선 특별히 (손 전 대표 출마에 대해) 코멘트 할 입장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손 전 대표가 중도 표심을 가져갈 경우 황 대표 측이 불리한 국면을 맞을 거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손 전 대표가 중도층 표심을 확보하면서 상대적으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에게 불리한 국면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지난 5일 황 대표가 종로구 창신동 유세현장에 나선 모습. /이동률 기자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손 전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민생당의 존망을 위해 나오는 것"이라며 "황 대표 표를 더 많이 가져갈 것"이라고 보았다.

이어 "원래 여야는 이번 총선을 일대일로 똘똘 뭉쳐서 치르려고 했다. 만약 손 전 대표가 출마한다면 야권 표가 분산될 것"이라며 "민생당은 기본적으로 야당이다. 뭉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도 "최근 손 전 대표의 행보를 보면 정권 편"이라며 "이번에 출마하면 중도 표 5~15%를 잠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그렇게 되면 이 전 총리가 유리하게 된다. 종로에서 황 대표는 찍을까 말까 한다"며 "그러면서 정치적으로는 민생당에 '종로 후보를 냈다'는 점을 피력할 수 있고, 향후 문재인 정부와 협상에 나설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손 전 대표의 출마지는 종로 외에도 박정 더불어민주당이 현역 의원으로 있는 경기 파주을이 거론되기도 했다. 황 소장은 이와 관련해 "당에서 손 전 대표를 밀어붙여서 갈 것 같으면 종로로 갈 것"이라며 "현재 황 대표와 이 전 총리가 5% 안으로 박빙이라는 의견이 있어서 충분히 갈 만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일각에선 손 전 대표가 최측근의 권유로 세종시 출마를 고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세종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로 기획한 곳으로, 개헌 등을 주장하는 손 전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나간다는 취지다. 이후 종로에 김정화 대표를 내세워 '40대 기수론'을 밀어붙일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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