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北 김정은·여정 남매, 하루 차 '냉탕과 온탕' 의도가 뭐야?
입력: 2020.03.06 00:00 / 수정: 2020.03.06 00:00
청와대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코로나19 위로 관련 친서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5일 감사의 뜻을 친서를 통해 전했다. 사진은 2018년 9월 평양에서 마주한 남북 정상.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청와대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코로나19 위로 관련 친서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5일 감사의 뜻을 친서를 통해 전했다. 사진은 2018년 9월 평양에서 마주한 남북 정상.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전문가들 "남북 보건 및 관광 협력 위한 의도" 해석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코로나 사태와 관련한 친서를 보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실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청와대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이튿날 위로 친서를 보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는 5일 김 위원장이 전날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고 전격 발표했다.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남녘 동포들의 소중한 건강이 지켜지기를 빌겠다"며 "반드시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며 마음뿐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안타깝다"는 심정을 표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반드시 극복할 수 있도록 조용히 응원하겠다"며 문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보냈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해 진솔한 소회와 입장도 밝혔다. 청와대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상 간의 친서에서 어떤 내용이 있었다라고 자세히 밝히는 것은 외교상 맞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최근 북한은 남한을 때리고 달래며 180도 다른 태도를 보였다. 문 대통령이 제101주년 3·1절 기념식 기념사에서 "북한과도 보건 분야의 공동협력을 바란다"고 밝히자 다음 날인 2일 방사포를 발사했다. 또, 김여정 제1부부장이 3일 청와대를 향해 "저능한 사고방식" "겁먹은 개"라는 조롱 섞인 맹비난의 담화를 발표한 다음 날 김 위원장의 친서가 문 대통령에 전해졌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북한의 의도는 무엇일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일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위로의 뜻이 담긴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했다. 여동생 김여정(오른쪽) 노동당 제1부부장이 3일 청와대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지 하루 만이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일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위로의 뜻이 담긴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했다. 여동생 김여정(오른쪽) 노동당 제1부부장이 3일 청와대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지 하루 만이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북한이 문 대통령의 코로나 공동 방역 제안에 대해 에둘러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문 대통령은 3·1 독립운동 기념사를 통해 "사람과 가축의 감염병 확산에 남북이 함께 대응하자"라며 북한에 보건 분야의 공동협력을 제안했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제안을 (덥석) 받겠다고 한다면 체면이 안 설 수가 있다"며 "남측을 걱정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방역)지원을 받고 싶다는 의도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경제적 한계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제적인 제재가 계속되는 국면 속에 '자력갱생'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북한은 경제 사정이 어려운 데다 코로나 사태마저 덮쳐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중국 국경을 폐쇄한 상태다. 후견국인 중국과 교류 단절로 관광 사업과 무역은 동력을 잃었다. 더구나 심각한 코로나19 사태로 수습에 몰두하고 있는 중국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 보건·의료체계가 부실한 북한으로서는 중국과 수출입 등 대외경제 활동이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경제협력을 제안하고, 실제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이 '친서 외교'를 통해 냉랭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나아가 남북대화에 물꼬가 트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한국 정부가 당장 북한과 보건·의료 협력에 착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의 진정 이후 남북 보건 및 관광 협력을 위한 화해와 대화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 센터장은 "만약 한국 정부가 국내에서의 코로나19 대응에 차질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적절한 시기에 북한에 실질적인 보건·의료 지원과 협력을 제공할 수 있다면 남북 대화가 자연스럽게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shincomb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