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형, 여긴 마스크 쓰면 감염자로 알아요!"
입력: 2020.03.06 05:00 / 수정: 2020.03.06 05:00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유럽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지난 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한적한 산 마르코 광장. /베네치아(이탈리아)=AP/뉴시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유럽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지난 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한적한 산 마르코 광장. /베네치아(이탈리아)=AP/뉴시스

코로나19 이탈리아·독일은 지금…비판보다 위로와 격려를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코로나19 사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젠 세계적 문제가 됐다. 감염자가 속출하고 사망자도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사태의 이른 해결을 위해 각 정부는 물론 개인 노력도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우리나라는 31번 신천지 교인 확진자 발생 이후 급격하게 확진자가 증가해 6000명을 넘었다. 확진자가 늘면서 국민은 불안감에 나름대로 감염 예방을 위해 손 씻기 등 개인위생과 함께 마스크 구매에 몇 시간을 대기한다. 하루 다섯 장 구매를 위해 마스크 판매 장소마다 수백 미터 줄이 늘어서 있다.

마스크를 넉넉하게 손에 넣지 못하면서 정부를 향한 불만은 커져만 간다. 정부의 오락가락도 한몫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정부도 국민에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마스크 수급이 어려워지자 하루에 한 장이 아니라 일주일에 서너 장이면 된다는 발표가 나왔다. 또, 해외는 마스크 쓰지 않는다는 보도가 나왔다. 반대로 다른 나라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보도도 다수다.

필자는 4일 중국 다음으로 사망자가 많은 이탈리아는 어떤지 궁금해 현재 로마에 있는 후배와 전화 통화를 했다. 외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현재 코로나19 사망자가 전날보다 28명 늘어나 총 107명이다. 누적 확진자 수도 전날보다 587명 늘어난 3089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증가로 심각한 상황이다.

먼저, 후배에게 이탈리아 상황이 심각한 것 같은데 괜찮냐고 물었다. 그러자 "자체 자가격리 중이에요"라는 답이 왔다. '마스크 대란은 없냐'고 묻자 "마스크 쓰면 사람들이 웃어요. 지금 우리 동네는 마스크 쓰는 사람이 없어요. 자유가 너무 넘치는 대한민국인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이탈이아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면서 유럽 전역도 긴장하고 있다. 독일도 같은 날 확진자가 52명 늘어 240명이 됐다. 독일 상황도 궁금해 현재 프랑크프르트에서 사는 후배와 인터넷 전화 통화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 마스크 수급이 여전히 원할하게 이뤄지지 않자 최근 송구하다며 국민에 사과했다.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대구 서구 대구의료원을 찾아 의료진에게 인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 마스크 수급이 여전히 원할하게 이뤄지지 않자 최근 "송구하다"며 국민에 사과했다.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대구 서구 대구의료원을 찾아 의료진에게 인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수화기 너머 후배는 "한국은 지금 심각하던데, 괜찮아요?"라고 안부를 먼저 물었다. 현지에서 직장을 다니는 후배는 일 특성상 유럽 전역으로 출장을 다닌다.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 등은 겪고 있지 않은지 우려됐다.

후배는 "여긴 한국 사람이 좀 많은데 경험치가 있어서인지 조심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독일 사람들도 마스크나 생필품 등을 평소보다 많이 사고 있어요"라며 "또, 인종차별보다는 아무래도 코로나19가 아시아에서 시작해서인지 미팅할 때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취소 되기도 하고"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마스크는 쓰지 않는다고 했다. 이유가 있었다. 후배는 "형, 여기는 마스크 쓰면 감염자로 생각해요. 특히 동양인이 마스크 쓰면 더 그렇죠. 그래서 마스크를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어요"라고 했다. 각 나라의 대처가 같을 수는 없다. 이는 문화의 차이로 이해한다. 우리 국민이 정부에 '마스크 좀 살 수 있게 해줘요'라는 요구도 틀렸다고 할 수 없는 이유다.

이탈리아와 독일에 있는 후배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우리 정부가 국민을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과도한 불안감이 정부를 채찍질하는 것 아닌가 싶다. 정신과 의사로 서울대 인류학과 박한선 교수는 감염병이 대유행하면 대중의 반응은 첫 번째, '불안', 두 번째는 감염자 등에 대한 '혐오와 배제', 마지막으로 '희생양 찾기 시작' 등이 심리적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지금 우리는 어느 단계쯤일까 생각해 본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쯤 끝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국민이 정부에 '마스크라도'를 요구하는 건 본인의 건강을 지키는 최소한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국민을 탓하면 안 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나라는 충분히 잘하고 있음이 분명하지만, 일부의 이런 목소리마저 비난해서는 안 된다. 정부도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고 생각한다. 부족함은 있겠지만, 그래도 비판보다는 위로와 격려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라고 같이 힘내자고 말해주는 건 어떨까.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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