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환의 '靑.春'일기] 코로나19 쇼크, '긍정의 힘'을 믿는다
입력: 2020.03.05 05:00 / 수정: 2020.03.05 05:00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확진자 수가 연일 급증하고 있다. 국민의 불만과 우려도 덩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대구 서구 대구의료원을 찾아 의료진에게 인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확진자 수가 연일 급증하고 있다. 국민의 불만과 우려도 덩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대구 서구 대구의료원을 찾아 의료진에게 인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빠른 수습 위해 힘 모아야…높은 시민의식 기대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청와대는 안전하지?"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는 최근, 가끔 주변으로부터 이런 말을 듣는다. 아무래도 청와대는 대통령이 있는 곳인 만큼 코로나19의 '안전지대'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꼭 그렇지만도 않다. 대통령 집무실이나 관저는 출입할 수 없어 잘 모르겠으나, 기자들이 상주하는 춘추관도 '비상시국'이다.

최근 코로나19 유행 국가를 다녀온 적이 있다. 그래서 관련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오랜만에 출근했던 지난 2일 춘추관. 출근한 기자들의 수가 적어 보였다. 특히 대브리핑룸에 빈자리가 많았다. 춘추관 관계자들은 물론 기자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다. 각자가 그저 개인수칙을 지키고 있었고, 일반 시민들과 다를 게 없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확진자 수가 연일 급증하고 있다. 4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자정 기준 확진자 수는 5328명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추가되는 확진자 수만 수백에 달하는 바람에 시민들의 우려와 피로도도 쌓이고 있다. 더구나 전염병이 지역사회까지 번지면서 사태는 더 악화하는 모양새다.

방역망이 뚫리는 상황과 미흡한 대책이 지속되자 정부를 비판하는 여론이 적잖다. 특히 감염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마스크를 사는 데 어려움이 커 민심은 들끓고 있다. 정부가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국민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영향이다.

연일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시민들의 우려와 피로도도 쌓이고 있다. 사진은 3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하나로마트 강서농협가양점 앞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선 모습. /임세준 기자
연일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시민들의 우려와 피로도도 쌓이고 있다. 사진은 3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하나로마트 강서농협가양점 앞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선 모습. /임세준 기자

문 대통령이 최근 연이어 마스크 대란에 "송구하다"며 사과하고, 모든 장관에게 현장 중심 행정과 대응을 당부한 것은 이런 민심과 무관치 않다. 문 대통령의 특단의 대책 마련 주문에 일선 방역 당국의 노고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시민 안전이 위협받는 요즘 조금 더 사명감을 갖고 분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태가 빨리 수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역사회의 감염이 다양한 양상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혼란을 틈타 정쟁과 비방을 일삼으며 국론을 분열시키는 여론도 존재한다. 가짜뉴스로 시민의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는 삐뚤어진 시민도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건소 공무원 얼굴에 침을 뱉었다는 소식은 고개를 젓게 만든다.

코로나 사태로 서로 의심과 불신이 강해지고 있다. 일부 확진자들을 향한 원성 또한 높다. 또 이 난국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시각도 짙다. 하지만 그렇다고 감정을 소모적으로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맹목적인 비난은 우리 사회를 더 병폐하게 만들 수 있어서다.

우리 국민은 어려울 때일수록 강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왔다. 1998년 외환 위기 때도 지난해 일본의 황당한 경제 보복 때도 국민은 제 일처럼 팔을 걷어붙이며 강력한 국민의 힘을 보였다. 지금은 전국에서 코로나 피해가 큰 대구·경북 지역에 대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속히 수습하는 길은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으는 것이다.

최근 부득이 태국을 방문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자가격리 중이다. 4일로 사흘째 집안에서만 있는데, 답답하다. 앞서 자가격리를 했던 사람들, 현재 격리 중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열흘 정도 더 집에 머물러야 하는데, 힘든 시간이 될 것 같다. 그럼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일선 현장에서 격무에 시달리는 의료진과 보건 당국을 보자면, 이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힘을 모아 국난을 헤쳤던 우리는 빨리 코로나 사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분명히 엄중하고 어려운 시기, '긍정의 힘'을 믿고 싶다.

shi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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