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3일 우리 정부를 향해 "겁먹은 개"라고 담화문을 발표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사진은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당시 김 제1부부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비판의 수위 최대치", "남북관계 최후통첩"
[더팩트ㅣ통일부=박재우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3일 이례적으로 담화를 내고 처음으로 대남 비방 전면에 나섰다. 이번 담화문은 북한의 최고 권위인 '백두혈통'의 메시지로서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올해 1월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가 생략돼 이번 메시지가 사실상 올해 첫 북한의 대남 메시지로 보여 눈길을 끈다. 과연 북한은 어떤 의미로 김 제1부부장발 담화를 낸 것일까?
김여정 제1부부장은 이날 담화문에서 청와대를 향해 "겁먹은 개"라고 비난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판을 삼가면서 수위조절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정말 유감스럽고 실망스럽지만, 대통령의 직접적인 립장(입장)표명이 아닌 것을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4일 이에 대해 묻는 질문에 "정부는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하여 남북이 상호 존중하며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전문가들은 김 제1부부장과 같은 남북관계의 상징적인 인물이 전면에 나선 것은 북한이 비판의 수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김 제1부부장과 같은 남북관계의 상징적인 인물이 전면에 나선 것은 북한이 비판의 수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2018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선수단을 보고 손을 흔들고 있다. /임영무 기자 |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김여정이 남북관계에 기여했던 상징성을 봤을 때 남측에 대한 수위를 최대치로 높인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홍 실장은 "정상회담에서 수행자, 배석자의 역할을 했고, 평창올림픽에서 특사로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 김여정이 직접 나선 것은 통전부장, 조평통 위원장의 담화를 내는 것보다 높은 강도의 수위라고 볼 수 있다"면서 "남북관계의 '최후통첩성'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북한 입장에서는 수위를 조절해 통상적으로 훈련을 했다. 대미·대남 발언을 하면서 훈련한 게 아니였다"면서 "그런데,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고 우려를 표명하는 바람에 불만이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곽길섭 원코리아 센터 대표는 "김여정의 담화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특사로 방한해 대화물꼬를 튼 장본인으로서 입장 표현"이라며 "이를 통해 북한의 강경입장을 내외에 모두 과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적으로는 주민들에게 현재 어려운 국면을 외부적 요인으로 전가하고 김정은 중심의 체제결속 도모하려는 것"이라면서 "대외적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언급을 삼가면서 협상의 여지를 남겨뒀다. 4.15총선 이후, 코로나19 국면 전환 이후 남북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포석"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