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새누리?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2일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 연수원 '평화의 궁전'에서 기자회견 중 박근혜 전 대통령 이름이 새겨진 시계를 찬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논란 당시 '새누리=신천지' 연계설이 불거졌던 상황을 고려할 때 다시 한번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평(경기도)=이효균 기자 |
'새누리=신천지' 재조명…박근혜 시계 '가짜' 논란과 "혼자 죽을 수 없다는 경고"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만희 총회장의 기자회견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그의 손목에 박근혜 전 대통령 이름이 새겨진 시계를 차 '새누리=신천지' 논란이 재조명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회장은 2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 연수원 '평화의 궁전'에서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지난달 18일 신천지 교인 31번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약 2주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주목됐다.
그는 "(코로나19) 사건 관련 신천지를 대표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 말씀을 드린다"며 "코로나 감염 관리를 위해 정부 당국에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고 우리도 협조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서 정부에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정부에도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총회장은 용서를 구한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절을 두 번이나 했다. 이 총회장이 절을 하는 모습에서 그의 왼쪽 손목에 시계에 시선이 쏠렸다. 그동안 온라인과 정치권에서 '새누리=신천지' 논란의 발단이라 할 수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이름이 새겨진 시계였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2일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 연수원 '평화의 궁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큰 절을 하며 사죄를 하고 있다. / 이효균 기자 |
코로나19 31번 환자가 신천지 교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온라인에서는 과거 박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한 것과 이 총회장이 새누리당 당명을 지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주장은 최근 일부 신천지 출신 인사들이 언론을 통해 "2012년 새누리당 당명이 확정된 직후 이 총회장이 설교 강단에서 '새누리당 당명은 내가 지었다'고 자랑스레 얘기한 적이 있다"고 주장한데서 비롯했다.
온라인에서는 권영진 대구시장이 신천지 측에 수영한 표창장 등이 연관설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또한, 과거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 신천지 고문설, 2012년 대선 당시 신천지 장로의 새누리당 자문위원 활동, 이정현 의원실 비서 신천지 교인 논란 등도 '신천지=새누리' 연계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여러 반박에도 코로나19 사태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민주당 지지층이나 일부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신천지와 통합당이 관련있다는 듯한 발언을 한다.
2일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친여 성향 매체들은 통합당과 신천지를 끊임없이 연관시키려 하고 있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우리 당과 신천지, 당 대표와 신천지의 연관설이 계속 조작·확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심 원대표는 또, 민주당 이낙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이 "일부 야당 지도자들이 신천지를 비호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 많은 국민께 우려를 드리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정확하게 누가 무슨 말로 신천지를 비호했으며, 정부의 방역 활동이 무슨 방해를 받았는지 분명하게 밝히길 바란다. 신천지에 책임을 떠넘기기도 부족해 야당에 책임을 떠넘기지 못해 안달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2일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 연수원 '평화의 궁전'에서 기자회견 중 용서를 구한다며 절을 했다. 절을 하는 이 총회장의 손목에는 청와대 박근헤 전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시계가 있었다. /이효균 기자 |
논란이 확산하자 미래통합당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이만희 교수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죄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미디어특위는 "신천지가 반사회적 반인륜적 집단이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된 점을 고려하면 새누리당의 당명을 본인이 지어줬다는 이만희의 거짓 발언은 그 자체로 새누리당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이름은 2012년 1월 국민공모를 거쳐 당 내외 인사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결정됐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통합당 최고위원도 지난달 26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시) 제가 당명 결정 회의에 참석했다. 그래서 잘 아니는 국민 공모로 (당명이) 들어와서 열 분을 시상했다"며 "(소문은) 일종의 유언비어처럼 떠도는 낭설"이라고 반박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역시 지난달 25일 "문빠들이 또 다시 '새누리=신천지'라는 선동에 들어간 모양인데, 옛날에 나꼼수 김용민이 했던 선동의 재탕"이라며 "신천지는 박근혜나 새누리와 아무 관계 없다. 현재 미래통합당과는 더더욱 그렇다"고 주장했다.
통합당은 신천지=새누리' 연계설 논란 확산 차단과 코로나19 사태 책임이 정부와 여당에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이 총회장을 고소했다. 논란은 수면 아래로 앉는 듯 했다.
그러나 이 총회장이 박 전 대통령 청와대 시계를 차고 나오자 당장 온라인에서는 "새누리당 당명 이만희가 지어준 거 맞네" "저건 보란 듯이 차고 나오는 거다" "대놓고 저렇게 시계를 보여줘서 프레임 짜는 거네" "물타기라기보다 혼자 죽을 수 없다는 황교안에게 보내는 경고로 보인다" "이만희는 다 계획이 있구나" 등의 반응이 나왔다.
아울러 이 총회장이 찬 박 전 대통령 시계가 가짜라는 주장도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부속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한 미래통합당 이건용 조직국 조직팀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대통령 취임 초기 대통령 시계 제작과 관련해 보고가 있었고 '은색시계' 단 하나의 종류로 제작을 지시했다"며 "이후 탁상시계, 벽시계 등 다양한 기념품이 제작됐으나 '금장시계'는 제작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알기로는 청와대 봉황 마크 및 대통령 서명을 위조해 사용할 경우 사법 처리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별것이 논란이 되는 걸 보니 정말 신천지"라고 했다.
이 총회장이 박 전 대통령 시계를 보란 듯이 차고 기자회견에 나온 것이 의도적이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만약 가짜라는 주장이 맞다면 어떤 의도가 분명히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총회장 시계 관심이 높아지면 질수록 '새누리=신천지' 연계설은 다시 한번 온라인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cuba2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