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민주당 vs 통합당, 엇갈리는 '청년 공천'
입력: 2020.02.28 05:00 / 수정: 2020.02.28 10:10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세대교체와 청년정치를 강조했지만, 실제 공천에선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김형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가운데)이 공천 면접을 준비하는 모습. /국회=이선화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세대교체'와 '청년정치'를 강조했지만, 실제 공천에선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김형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가운데)이 공천 면접을 준비하는 모습. /국회=이선화 기자

민주당, 청년 후보 좌절 거듭…통합당, 젊은 인재 적극 투입 예고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4·15 총선을 앞두고 '세대교체'와 '청년정치'를 강조했던 거대 양당이 정반대 행보를 보인다. 현재까지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에서 공천을 따낸 청년(45세 이하)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27일 기준 민주당은 △김해영 의원(부산 연제구)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서울 광진을) △홍정민 변호사(경기 고양병) △이소영 변호사(경기 의왕·과천) △김용민 변호사(경기 남양주병) △이탄희 전 판사(경기 용인정) △정다은 민주당 경북도당 분과위 국장(경북 경주시) △서재헌 민주당 상근부대변인(대구 동구갑) △이용우 카카오뱅크 전 대표(경기 고양정) 등 9명의 청년 공천이 확정됐다.

미래통합당은 이날까지 이준석 최고위원(서울 노원병), 김병민 경희대 객원교수(서울 광진갑), 김재섭 주식회사 레이터 최고운영책임자(서울 도봉갑) 등 3명의 청년 공천이 결정됐다.

인원수만 단순 비교하면 민주당이 많지만, 앞으로 남은 공천 일정 등을 고려하면 통합당에 더 많은 청년 후보가 21대 총선 본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최근 범중도·보수통합으로 탄생한 통합당은 상대적으로 공천이 늦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은 당내 청년 정치인으로 잔뼈가 굵은 여선웅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이 서울 송파병 후보로 신청했지만, 컷오프(공천배제)했다. 당초 방침과 다른 결과다.

아직 공천 신청 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장경태(서울 동대문을), 김빈(서울 마포갑), 정은혜(경기 부천 오정, 현역 의원), 정준호(광주 북구갑), 장철민(대전 동구) 후보 등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시스템 공천'을 표방한 민주당의 공천 방식은 기본적으로 권리당원 50%, 국민여론 50%를 반영해 결정한다. 청년에게 10(만 43~45세 이하)~25(만 29세 이하)%의 가산점을 부여하지만, 정치 신인인 청년이 현역 의원을 이기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경태 민주당 청년위원장은 대부분의 청년 후보들의 도전과 좌절이 거듭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청년최고위원에 출마해 정견발표 하는 모습 장 위원장. /더팩트 DB
장경태 민주당 청년위원장은 "대부분의 청년 후보들의 도전과 좌절이 거듭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청년최고위원에 출마해 정견발표 하는 모습 장 위원장. /더팩트 DB

장경태 민주당 청년위원장은 "하위 현역 의원 컷오프가 사라지고, 마이너스 20%를 주는 것으로 완화하면서도 하위 20% 의원을 비공개로 했다"며 "하위 20% 의원은 국민께 보고해야 할 상황인데, 그렇지 않아 깜깜이 선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스템 공천이 현역 보호 시스템으로 악용될 것"이라며 "대부분 청년 후보들의 도전과 좌절이 거듭되고 있다. 젊은 국회, 2030 문제 해결에 당사자가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있지만, 현실과 기득권의 벽은 높다"고 한탄했다.

결국 민주당 청년 당원들 사이에선 통합당의 비례득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유사한 '청년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장 위원장은 "공식적으로 논의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많은 청년 당원들이 심판의 대상이었던 통합당이 원내 1당이 확실시 된다는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청년 의병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고 했다.

구체적 플랜도 제시됐다. 고한석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으면 원내 1당을 한국당(통합당)에 내주는 것은 필연적"이라며 "민주당 청년당을 독립적 청년민주당으로 개편해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청년 후보들끼리 경선을 치러 청년 비례대표 공천 명단 및 순위를 작성하고, 민주당은 비례대표를 1명도 공천하지 않음으로써 정당투표 용지에서의 혼란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통합당의 비례용 위성정당 설립을 비판해왔던 민주당이 4+1 합의 정신을 어기면서 위성정당을 만들기에는 명분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 광진갑 공천이 확정된 김병민 경희대 객원교수는 미래통합당의 청년 후보는 서울 강북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전국적인 청년 정치 참여 운동으로 더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가 지난달 19일 자유한국당 중앙당사에서 진행된 여의도에 90년대생이 온다 – 86세대 기성정치에 도전하는 20대의 반란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서울 광진갑 공천이 확정된 김병민 경희대 객원교수는 "미래통합당의 청년 후보는 서울 강북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전국적인 청년 정치 참여 운동으로 더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가 지난달 19일 자유한국당 중앙당사에서 진행된 '여의도에 90년대생이 온다 – 86세대 기성정치에 도전하는 20대의 반란'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반면 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젊은 얼굴들을 내보내는 데 적극적이다. 지난 26일 최연우 통합당 공관위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청년 맞춤형으로 공천한다"며 "서울 노원병에 이준석 최고위원, 광진갑에 김병민 교수, 도봉갑에 김재섭 레이터 최고운영책임자 공천을 사실상 확정했다"고 말했다.

최 공관위원은 "혁신 DNA로 당과 국가를 바꾸고 대한민국을 만들 역동적인 후보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도전해 낡음과 싸워 이기도록 하겠다"며 "이들 청년 후보를 퓨처메이커(Future Maker)라고 부르겠다. 만 45세 미만 공천 희망자 접수를 받아 엄정하게 선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당은 서울 지역에 젊은 인재를 적극 투입해 '청년 벨트'를 꾸리려 한다. 실제 송한섭 전 검사, 박대성 페이스북코리아 대외정책 부사장, 김보람 인사이트컴퍼티 최고콘텐츠책임자, 지성호 북한인권청년단체 나우 대표 등 총선 영입인재 다수가 준비된 상태다.

영입인재 중 일부는 미래한국당으로 이동해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젊음'과 '전문성'을 앞세워 창당한 미래한국당은 청년과 각계 전문가 위주로 비례대표 후보를 공천할 방침이다.

김병민 교수는 "통합당의 청년 후보는 서울 강북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전국적인 청년 정치 참여 운동으로 더 확산될 것"이라며 "지난해 '조국 사태'로 많은 국민이 86세대 정치 세대교체를 이야기했고, 청년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시대정신과도 맥이 닿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하게 나이 젊다는 이유만으로 준비가 되지 않은 청년에게 기회를 열어줄 수는 없다"며 "여야 모두 좋은 청년 인재들이 있는데, 제도권 정치에서 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게 시대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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