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코로나19' 사태와 정략, 그리고 '표 계산' 정치인
입력: 2020.02.27 05:00 / 수정: 2020.02.27 05:00
국회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폐쇄됐다. 국회는 24일 오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국회를 다녀간 것을 확인, 39시간 동안 국회를 폐쇄했다. 25일 폐쇄된 국회 전경. /배정한 기자
국회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폐쇄됐다. 국회는 24일 오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국회를 다녀간 것을 확인, 39시간 동안 국회를 폐쇄했다. 25일 폐쇄된 국회 전경. /배정한 기자

'코로나19' 극복 위해 정치인 자중과 입법부 역할 해야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코로나19 전국 확산으로 국민은 불안감에 떨고 있다. 감염 예방의 최소한인 마스크는 동이 났거나 웃돈에 판매된다. 감염 위험에도 수백 명의 시민이 대형마트 앞에서 대기하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25일 대구를 직접 찾아 상황을 점검하고 관계자들의 노고에 머리를 숙였다. 감사와 함께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문제는 시간과 속도"라며 확진자 증가세에 뚜렷한 변곡점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부 지지자는 대통령의 대구 방문을 우려했다. 자칫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지인 대구에서 감염될까 싶어서다. 국민이 불안과 아픔을 겪는데 대통령이 청와대에 앉아 있으면 오히려 더 많은 비판이 나올 것이다. 대통령이라면 국민과 아픔을 함께하고 소외되지 않았다는 믿음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게 맞다. 오히려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본다.

이처럼 대통령까지 나서 코로나19 사태를 끝내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정치권은 국가적 재난 사태를 오는 4월 총선 승리로 연결하는 데만 골몰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미래통합당은 문 대통령 비난과 중국인 입국 금지 문제를 연일 떠들어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국민의 갈등만 조장하는 꼴이다.

지금은 정부를 비난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국민을 안심시키고 침체된 경기를 부양할 수 있을지를 고민할 때다. 정부와 대통령만 비판한다고 코로나19 사태가 나아질 리 없다.

더불어민주당도 집권여당으로 정부와 함께 코로나19 사태 해결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대구·경북 최대한 봉쇄'라는 말 실수는 뼈아프다. 오죽하면 대통령까지 나서 "코로나19 전파 확산을 최대한 차단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을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을 위하고 문재인 정권의 성공을 위한다는 일부가 비례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통령의 복심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선거법 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꼼수 정치를 하고 있다"며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 창당을 비판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윤건영(오른쪽) 전 국정상황실장은 최근 민주당 위성정당인 비례민주당 창당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미래통합당의 문재인 대통령 탄핵 발언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최재성 민주당 의원, 윤 전 실장.(왼쪽부터) /이선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윤건영(오른쪽) 전 국정상황실장은 최근 민주당 위성정당인 비례민주당 창당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미래통합당의 문재인 대통령 탄핵 발언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최재성 민주당 의원, 윤 전 실장.(왼쪽부터) /이선화 기자

그러던 그가 "꼼수는 결국 원칙을 이기지 못하지만, 선거에서 민심 왜곡 우려가 있는 등 비상한 상황이 벌어지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생각해야 한다"고 민주당도 비례위성정당을 생각할 때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무소속 손혜원 의원은 "정치에 무슨 도덕성을, 무슨 공자 같은 소리 하고 있냐"라고 어떻게든 이기고 보아야 한다는 뉘앙스를 보냈다. 지난 23일엔 "민주당이 진보진영 시민들에게 너무 소홀한 것 같다. 집토끼를 잡지 못하면서 어떻게 선거를 이길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시민 중심의 비례당이 만들어지고 나를 소환한다면, 다시 한 번 (나의 역할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 강서갑 출마가 좌절된 정봉주 전 의원도 "제3-1의 길을 제안드릴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며 힘을 보태고 있다. 여기에 민병두·송영길 의원 등 민주당 현역 의원들은 물론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까지 나서서 "의병" 등의 표현을 써가며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여기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5일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 생방송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를 향해 "보수당 소속이니까 책임을 중앙정부에 떠넘겨야 정치적으로 볼 때 총선을 앞두고 대구·경북 시민들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지 않겠나. 별로 열심히 막을 생각이 없지 않나 하는 의심까지 든다"고 비판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5일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 생방송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를 향해 총선을 앞두고 대구·경북 시민들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지 않겠나. 별로 열심히 막을 생각이 없지 않나 하는 의심까지 든다고 말해 편가르기 논란을 불렀다. /김세정 기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5일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 생방송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를 향해 "총선을 앞두고 대구·경북 시민들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지 않겠나. 별로 열심히 막을 생각이 없지 않나 하는 의심까지 든다"고 말해 편가르기 논란을 불렀다. /김세정 기자

유 이사장의 발언은 모든 사안을 진영논리로 들여다보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결국 통합당 지자체장과 민주당 지자체장의 비교로 '우리는 잘하고 저쪽은 못 한다'는 지극히 편 가르기다. 지금 상황에서 할 소리인가 싶다.

"정치와 패싸움은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한다"는 손 의원이 말이 틀렸다고 할 수 없다. 선거는 이겨야 한다. 그런데 승리가 정정당당했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아이들에게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라고 가르치는 게 민망한 상황을 만든 꼴이다. '공정'과 '정의'를 내팽개 친 입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바랄 수 있을까. 욕심이다. 그렇지 않아도 '놀고먹는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국회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잿밥에만 관심을 보이는 꼴이 국민 눈에 좋게 보일까 싶다.

집권여당의 이번 선거 승패가 비례위성정당 창당 유무일 수 있겠지만, 코로나19 사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이 또한 '말짱 도로 묵'이라는 걸 왜 모를까. 야당과 매한가지다.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한 지금 여야 정치권과 그 밖의 모든 정치인에 필요한 것은 '자중'(自重)의 자세와 입법기관의 역할이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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